피네트 아르뻬데 고개를 넘어 르 쁘티

탠트 메고 뚜르 드 몽블랑 동그라미 그리기

by 산달림

휴식일로 처음으로 하루 종일 상페 캠핑장에서 달콤한 휴식시간을 갖고 다시 길을 나선다. 르 쁘티 가는 길은 두 가지 길이 있는데 피 네트 아르뻬데(Fenetre d'Arpette)와 프라스 드 비스(Prise de bisse)를 경유하는 길은 돌무더기 너덜길을 넘는 험난한 길로 안개가 자주 끼는 곳으로 날씨가 좋지 않으면 넘지 않는 것 좋다는 길과 보빈느(Bovine)와 포르클라 고개(Col de la Forclaz)를 거쳐 가는 길은 평탄한 길이다.


Tmb코스 중 가장 높은 고개를 넘는 피네트 아르뻬데(Fentre d'Arpette 2,665m) 코스를 선택했다. 힘들고 거친 길이지만 최고로 높은 고개를 넘는다는 의미도 있고 트리앙 빙하를 볼 수 있고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간밤에 Face book에서 서울시청 산악회 등산 대장을 지낸 이명렬 님이 아르뻬데 코스를 적극 추천해 준 이유도 있다.

DSC06262.JPG
DSC06282.JPG
아르뻬데 산장의 모습과 입구 트레길 모습(위)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아르베데 고개 가는 길(아래)

포장도로를 버리고 좌측 길로 접어들면 겨울철에 사용하는 스키장 리프트를 따라 접어드니 친절하게도 안내표지가 길을 가르쳐 주고 있다. 수로를 따라 계곡을 거슬러 올라 가면 다시 큰길과 만나고 초입에 아르뻬데 산장(Relais d'Arpette)이 나타난다. 좋은 위치에 조용한 곳에 자리 잡은 산장이다.


길은 넓은 트레킹길로 편하게 걸을 수 있었고 길 주변으로 수목이 잘 어우러져 스위스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0여분 걸으면 갈림길에서 큰길을 버리고 안내표지판을 따라 좁은 소로로 접어들어야 피네트 아르뻬데(Fentre d'Arpette)로 가는 길이다. 그리고 점점 고도를 높여 가니 계곡에서 식수를 준비하고 바위 길로 접어든다.


여기서 한국인 부부를 만났는데 두 분 다 등산 실력이 고수급이다. 특히 여자분은 50대 중반인데 체력에 웬만한 남자보다 낫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등산대회에서 여성부 1위를 했다는 실력자다. 남편분도 안나푸르나 서킷을 단독으로 할 정도로 세계 웬만한 곳은 두루 섭렵한 분이시다.

DSC06309.JPG
DSC06324.JPG
아르뻬데 고개로 올라가는 너덜길(좌)과 상반의 가파른 마사토길(우)

그분들과 함께 걷는데 내가 호흡이 다 가쁘다. 피네트 아르뻬데(Fenetre d'Arpette)로 오르는 길은 상단에 너 널 제대로 길이 제대로 없어 안개가 짙게 끼면 길을 찾기가 힘드니 날씨가 좋지 않으면 걷지 않는 게 좋다. 강제로 통제하진 않지만 위험해질 수 있는 길이다. 유럽은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지 웬만해서는 통제를 하지 않는다. 물론 그에 따르는 위험은 트레커가 부담을 해야 한다. 그런데 부창부수인 두 분이 하시는 말씀이 "마등령 깔닥고개 만큼 힘들진 않잖아요." 하신다.


마사토로 이루어진 오름길은 죽죽 미끄러지며 연신 흘러내리는 작은 돌들이 있고 앞선 트레커의 낙석도 우려되는 곳이니 서로 조심을 해야 하는 구간이다. 오늘도 안개가 짙게 끼여 있었는데 한낮으로 가면서 걷히기 시작한다. 안갯속으로 감춘 비경을 그제야 제 모습을 드러 낸다. 피 네트 아르뻬데(Fentre d'Arpette) 고개 마루에 서니 싸늘한 바람이 엄습한다.

DSC06327.JPG
DSC06346.JPG
아르뻬테 고개에서 바라본 트리앙 계곡

바로 뜨리앙 빙하가 여기에 있다. 고갯마루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추워서 서둘러 하산길을 잡았다. 지그재그 하산길의 끝에는 작은 대피소도 있는데 문이 굳게 잠겨져 있다. 야생화 들판을 지나 사태 지역이 깊게 파여있다. 그 길을 우회하여 내려서니 작은 휴게소가 있다. 산장을 아니고 휴게소로 식사만 할 수 있고 맥주를 포함한 음료도 팔고 있었다. 갈증도 풀 겸 시원한 생맥주를 한잔하고 잠시 여유를 가지며 뜨리앙 빙하를 감상했다.

DSC06360.JPG
DSC06364.JPG
뜨리앙 빙하와 뜨리앙 계곡의 무지개(위) 트리앙 계곡 입구의 작은 가계 모습(아래)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하산길은 자연학습장으로 꾸며져 있다. 자세한 설명도 있는데 읽을 수는 없는 게 아쉽다. 가끔 눈사태로 큰 나무가 부러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인 것 같다. 수로가 끝나고 르 쁘티 안내 표지판을 따라 내려오니 르 쁘디 캠핑장있다.


여기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으로 오후 늦게 아주머니가 캠핑비를 받으러 찾아온다. 화장실과 급수대가 있고 화덕도 있다. 잔디밭에 좋은 자리를 잡아 탠트를 치면 된다.

DSC06420.JPG
DSC06429.JPG
르 쁘티 캥핑장 풍경

나들이 온 현지인들이 화로에 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고 있다. 쌀쌀한 날씨 탓에 불이 반갑게 느껴지는 여름이다. 뜨리앙에 마트가 있나 찾아보려고 마을로 내려 가보니 마을 중앙에 큰 성당이 있고 그 아래로 호텔과 트레커 숙소가 있었다. 많은 Tmb 트레커들이 이용하는 숙소다. 예전에는 호텔 안에 미니 가게에서 식품을 팔았다는데 어디에도 식품을 구할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호텔에 들어가 상황을 설명하니 바케트 빵과 포도주를 살 수 있었다.


캠핑장으로 돌아오면서 현지인에서 가게가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니 산아래 건너편으로 가면 있다고 한다. 그곳을 찾아가니 쌀과 야채는 없고 파스타와 맥주, 과일은 살 수 있었다. 몽골 게르 같이 생긴 집이 있는데 그곳이 캠퍼들을 위한 가게였다.

르쁘티 캠핑장 건너편 게르가 있는 작은 스토아

이곳 트레커들은 알베르게와 호텔을 이용하여 트레킹을 하고 있었고 캠핑장에도 20여 동의 탠트와 캠핑카도 몇 대 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가족 나들이객이 많았는데 화덕에 불을 지펴 고기를 굽고 먹고 마시면서 토요일 밤을 즐긴다. 그런데 복장이 겨울 복장이다. 한 여름에 밤은 추운 곳인가 보다.


여행에서는 배려와 희생이 없이는 함께 여행하기 힘든다. 일에 대한 분담과 상대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혼자 하는 여행은 자유가 있지만 외로움을 감수해야 하고, 둘 이상 하는 여행은 외롭지는 않지만 상대를 배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게 세상의 이치인데 잃지 않고 얻겠다고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욕심이고 남을 힘들게 한다.


여행을 함께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길에서 배움을 찾고 깨닫는다. 서양의 많은 트레커들은 홀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라 외로움만 감내하면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할 수 있는 나 홀로 배낭족이 많은 이유다. 알프스 들판에서 홀로 외로이 밤을 지새우는 외로운 영혼들이 많다. 또 하루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