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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비아 1코스 들머리 신이 만든 브라이에스 호수

천상의 트레일 돌로미티

by 산달림


브라이에스 호수 사진 한장에 반해 여기가 어딘가 찾다가 돌로미티 여행을 결심했다는 여행자가 있었다. 그 호수를 찾아가는 날이다. 그 호수 이름은 독일어로 프라그세르 호수(Pragser Widsee)라 부르는데 같은 호수다. 단지 이탈리어와 독일어로 부를 때 이름이 다를 뿐이다. 그 호수가 다른 호수로 착각하고 찾았다는 웃지 못할 일이 있단다. 호수 입구 호텔의 이름도 브라이에스 호수와 프라그세르 호수 호텔로 두개의 이름을 쓰더라.


'신들의 호수'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매력적인 호수로 에매랄드 빛 호수의 물 색깔에 반하고 주변의 눈부신 풍광에 한번 더 반한다. 호수를 배경을 사진을 찍으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호수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데칼코마니.


그 호수에 보트를 타고 나를 맡겨보면 세상 부러운 게 없다. 천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여기가 천국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호수 주변에는 쭉쭉 뻗은 독일가문비나무에서 내뿜는 나무향이 청량감으로 더해 준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 싶다. 오늘 그곳으로 간다니 마음이 설렌다.


주변에 있는 바위산에서 흘러든 물이라 에메랄드 빛이 나는 브라이에스 호수


3일간 돌로미티 캠핑장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코르티나 담페쵸 주변을 돌아다니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도비야코로 이동을 하는 날이다. 물가가 비싼 유럽에서 저 비용으로 살아가는 데는 캠핑장만큼 유용한 숙박지는 없다. 호텔보다 캠핑을 즐겨하는 사람들 끼리니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고 샤워시설이 좋아 언제든지 핫 샤워를 할 수 있고 질린 서양 음식을 먹지 않고 입에 맞는 한국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어 좋다.


코르티나에서 10:05에 출발하는 도비야코행 버스를 타기 위해 오랜만에 짐 정리를 하였다. 트레킹이 끝나니 선물도 사고 짐이 조금씩 늘어 간다. 도비야코는 알타비아 1코스의 시작점으로 브라이에스 호수가 최고의 절경이다. 다음 여행지가 인스브루크이기에 이동 동선의 경유지이기도 하다.


코르티나 담페쵸나 도비야코는 돌로미티를 찾는 트레커에게는 반드시 경유하는 마을이기도 하다. 버스는 도비야코 역을 경유 버스정류장에 내려놓는다. 도비야코에 내리면 버스정류소 앞에 큰 대형 마트가 있었는데 문을 닫고 성당 방향으로 2~300m를 올라가면 노부부가 운영하는 가게가 새로 문을 열었다. 도비야코는 작은 마을이라 유일한 가게다. 하루 동안 먹을 식품을 사서 브라이에스 호수로 가는 버스를 타고 올림피아 캠핑장 앞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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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야코 버스 정류소 인근의 작은 마트(좌) 도비야코의 올림피아 캠핑장(우)

유럽은 캠핑장은 입실 절차가 있다. 꼭 여권을 확인하고 카드를 작성하고 나면 사이트를 지정해 주는데 618번으로 캠핑장 끝자리다. 주로 캠핑카 위주로 하는 캠핑장으로 탠트는 자전거 여행자 혹은 트레커가 이용을 하는데 가끔 캠핑카가 없는 자가용 족도 이용을 하긴 한다. 캠핑 비는 1박 기준 2인 입장료와 탠트 비를 합하여 37유로다.


이곳을 별 3개의 캠핑장으로 해발 1,200m로 서울은 폭염에 장마라는데 여긴 아침저녁으로는 패딩을 입지 않으면 선선함을 느끼는 곳이다. 피서철이 시작되는 7월 하순이라 캠핑장이 꽉 찬다. 이제 트레킹이 끝난 홀가분함 탓이지 과음을 한다. 여행자는 늘 건강이 최고인데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약간의 긴장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넘치는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 너무 마셔 넘어져 얼굴을 갈기도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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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에스호수 입구에 자리한 브라이에스 호텔 조감도(좌) 작은 성당(우)

이곳은 가끔 소낙성 비가 내리기도 하는데 오래 내리지 않아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다. 아침에 라고 디 브라이에스( Lago di Braies) 호수를 다녀오기로 했다. 도비야코에서 시즌에는 30분 간격으로 자주 운행되는데 10:04분 캠핑장 앞에서 버스를 타고(요금 1인 4유로) 가는데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목가적 풍경이다.


평지라기보다는 작은 산에 넓은 초원이 펼쳐지는데 전통적 알프스풍의 집들이 그림처럼 군데군데 보인다. 자전거를 대여하여 다녀오면 좋은 거리인데 아직도 자전거를 배우지 못한 일행이 있어 자전거는 포기했다. 이런 구간은 자전거로 다니면 좀 더 가까이 알프스를 접할 수 있겠다.

주변 험준한 바위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 만든 브라이에스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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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에스 호수 주변의 독일가문비 나무(좌) 악마의 발톱(우)

호수는 에메랄드빛으로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맑은데 주변 산에서 녹은 눈 녹은 물들이 흘러 들러 호수가 된 것이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는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된다. 알타비아 1코스 트레킹을 위해서는 절반만 들러보고 산을 올라야 한다. 가기 전 사진으로만 보던 호수를 실물로 보니 그림에서 보지 못한 부분도 볼 수 있고 현실감이 팍 와 닿는다. 이곳에서 '악마의 발톱'이란 희귀한 식물도 바위틈에 자라는 걸 만났다.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마음이 힐링되는 브라이에스 호수

비엘라 산장까지 다녀오고 싶었지만 가파른 산을 힘들게 올라 다녀오기는 시간상으로 늦었다. 반대편 길은 이곳이 목장의 일부분이라 나무문을 열고 걸었다. 이들은 유명 관광지라도 목장은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고 그대로 두는 것 같다. 굳이 화장하듯 꾸미지 않고 생활의 일부로 그대로 두는 모습이 선진국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제 트레킹은 끝나고 남은 여정은 여행(?) 아니 관광인가?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론에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들의 운행을 바라보면서 넋을 잃지만 왜 진작 인간 내면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던가!" 비현실적인 풍경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이다. 그건 여행이 가져다준 소중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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