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트레일 돌로미티
어제는 하루 돌로미티 캠핑장에서 쉬었다. 빡빡한 일정에 하루의 휴식은 달콤했다. 오늘은 돌로미티의 랜드마크인 트레치메를 다녀오기로 했다. 코르티나 버스 터미널에서 트레치메 가는 첫 버스는 08:38에 출발한다. 정류장 옆 광장에서 아침 번개시장이 열렸다. 버스시간이 여유가 있어 한 바퀴 둘러보니 알프스 공예품도 팔고 과일, 채소, 의류 등도 팔고 있다. 일요일에만 열리는 번개시장이다.
트레치메는 워낙 유명해 코르티나를 오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둘러보는 곳 중 하나다. 일본인 부부는 트레치메를 미수리나 호수에 내려서 걸어서 올라간다고 한다. 이곳에는 캠핑장도 있어 캠퍼들이 쉬어 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의 산장을 예약해 두었다면 그리 걸어도 좋을 것 같다. 중턱에 있는 호수도 둘러보고 트레치메로 올라가는 것도 제대로 트레치메를 둘러볼 수 있겠다.
미수리나 호수를 지나자 곧 산길로 접어드는 이 길은 통행료를 받는 유료도로이다. 높은 산길을 올라가는 버스는 지그재그로 난 길을 따라 올라 산허리에 정차한다. 여기가 트레치메 버스 종점이다. 트레치메는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삼형제봉을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다. 입구에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어느 방향으로 돌아도 되는데 통상 우측으로 돈다.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면 왼쪽으로 돌며 한가히 돌아볼 수도 있다.
우측으로 돌면 먼저 나타나는 남쪽으로 보이는 미수리나 산군이 한눈에 보인다. 설악산 공룡능선의 몇 배 되는 산군인데 최고봉은 치마카딘(Cima Cadin 2,829m) 연봉이다. 그 자락 아래에 미수리나 호수가 있다.
제일 먼저 만나는 산장은 아우론조산장으로 여기서 숙박도 되고 식사도 가능하다. 거봉 트레치메를 좌측으로 두고 걷다 보면 데글리 알피나(Degli Alpin) 예배당을 만나는데 이 예배당은 1차 세계 대전 때 죽은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예배당이다. 당시 이곳을 경계로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군이 대치하던 곳으로 그 후 이탈리아에 합병되어 남티롤과 베테토의 洲 경계가 되었다.
우측 아래 초원에 기념비가 2개 세워져 있는데 게릴라 항전을 했던 용사들의 기념비다. 여기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이 아우론조 마을이며 산타 카테리나 호수가 마을을 감싸고 있고 뒤로는 미수리나 산군이 높이 솟아 있어 산악 마을임을 알 수 있다.
트레치메 남벽에 다음 산장은 라바레토(Rif Lavaredo) 산장이다. 배낭에 넣어 온 수박을 나누어 먹고 라바레도 고개로 올라가는데 초원에는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저마다 얼굴을 내밀고 있다. 여름이 짧은 이곳은 얼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게 바쁘다. 길의 우측으로 허물어져 가는 방호벽이 있다. 이 방호벽은 1차 세계대전 때 쌓은 것이라 한다.
라바레토 고개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 준다. 마침 트럼펫을 가지고 올라 온 두 분의 트레커가 알프스에 걸맞은 트럼펫 연주를 한다. 트레치메의 고개에서 울려 퍼지는 트렘펫 소리는 알프산과 함께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우연히 듣게 된 트럼펫 연주는 긴 여운으로 깊이 남는다.
이 길은 바이크를 타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길로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방은 자전거가 가지 않는 길이 없을 정도로 그들의 자전거 사랑은 끝이 없다. 로카델리 산장으로 가는 능선으로는 1차 세계대전 때 만든 참호와 굴이 있어 그 길로 걷는 트레커도 여럿 보인다. 좀 아찔하고 쓰릴 있은 길을 걷고 싶은 분은 그 길을 찾아도 좋은데 안전벨트는 반드시 착용하여야 된다.
로카델리 산장은 수용인원 210명으로 큰 산장인데 이곳에서 보는 트레치메가 가장 뚜렷이 볼 수 있는 곳이라 인기가 높은 산장이다. 트레치메의 공식 명칭은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로 "라바레토의 세 봉우리"란 뜻으로 왼쪽부터 치메 피콜로(Cime Piccola)로 작은 봉, 가운데 봉은 치메 그란데(Clim Grande)로 큰 봉, 다음이 치메 오베스트(Cime Ovest)로 동봉이란 뜻이다.
가장 높은 치메 그란데봉은 2,999m로 1933년 에밀 리오가 2박 3일간 등반을 하여 초등 하였다고 한다. 오직 암벽으로만 이루진 거봉을 오르는 그들의 모험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오늘 점심은 로카델리 산장에서 먹기로 했는데 워낙 높은 지역이라 갑자기 바람이 불더니 빗방울을 뿌린다.
파스타와 하우스 와인을 먹고 나오니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개였지만 고지대라 일기 변동이 심한 곳이다. 치메트레 거봉의 중간에 안개가 걸렸다가 빠져나갔다 한다. 트레치메는 남쪽에서 보기보다 북쪽에 보면 트레치메가 뚜렷이 보인다. 대부분의 트레치메 사진은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다음 산장인 랑가롬으로 가는 길을 소들의 방목장으로 워낭 소리를 내며 풀을 뜯는 소들을 볼 수 있다. 돌로미티는 초원과 바위와 그곳에 살아가는 소떼가 아닐까?
랑가롬(Rif Langalm 2,283m) 산장은 트레치메 주변에 있는 산장으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트레치메를 가깝게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전망은 좋은 곳인 것 같다. 라바레토 고개에 오르면 반을 걸은 걸로 생각을 했는데 약 3분의 1 정도 거리라 버스 시간을 생각한다면 마냥 여유 있게 걸을 수는 없었다. 그만큼 버스 운행 횟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14시 30분에 출발하는 코르티나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서둘러 걸어야 했다. 버스는 지정좌석이 없어 줄을 서는데 늦게 타면 자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주일 인파가 몰리면 모두 탈 수 없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미수리나호수를 내려올 때쯤 소나기가 내렸는데 트레킹을 나온 트레커들은 한여름임에도 복장은 고어텍스 재킷과 폴라 재킷에 우의를 입었는데 여름이라도 비가 내리면 그만큼 기온이 내려간다는 것이다.
다행히 코르티나에 도착하니 비가 그치고 쨍하니 맑은 하늘이 더욱 파랗게 보인다. 자연환경은 세계 어디보다 좋은 코르니티나 담페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