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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작업소 Jan 08. 2024

re-비엔나1일

애초 계획대로

어젯밤 거의 자정이 다 되어 도착한 비엔나 공항. 미술관과 캄프 누 경기장을 쏘다녔고, 공항까지 배낭여행족 부럽지 않은 무게의 배낭을 짊어지고 이동한 탓일까?

아니면 바르셀로나에 동행했던 조카의 비엔나에서 묵을 호텔 이슈 (내 착오로 벌어진) 인한 정신적인 피로감일까? 아니면 어제 오후에 도착한 언니와의 수다로 새벽 3시가 넘어 잠이 든 탓일까? 아니면 이 세 가지가 모두가 이유일 거다. 결론은 너무나 피곤해!

그렇게 바르셀로나의 예술에 감탄하고 사진을 찍어대던 그 열정은 어디로 가고 넘나 피곤해를 연발하다니..

하지만 피곤해도 비엔나는 친근했다. 표정도 샤이하고 무뚝뚝한 비엔나 사람들에 비하면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화가 난 건지, 슬픈 건지, 기쁜 건지를 느낄 만큼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뚜렷한 개성이 있지만 비엔나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는 거다. 그래도 몇 번 와 봤다고 더 친근하고 편안한 건 사실이다. 무뚝뚝한 표정과 절대

친절하지 않은 (친절해도 못 느끼는 건지도 모를 일이지만) 점원이 기다리는 마트로 향해서 며칠 동안 쟁여둬야 할 식료품을 사들이고 외식하는 것으로 하루를 계획했다. 그리고 그대로 실천했다. 오후부터 감기기운이 확 돌아서 옴짝달싹 못하게 된 것이다. 비엔나 3번째 방문이지만 아직 가보지 않은 것도 많고, 해보지 않은 것도 많은데 이렇게 하루를 공 때리나 싶은 강박도 컨디션을 이겨내지 못한다. 공 때리고 싶어서 온 여행 아닌가? 겨울에는 본의 아니게 백수가 되는 프리랜서 방송 작가가 비수기에 집에 처박혀 온갖 잡생각을 친구 삼아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각종 우울증과 자괴감에 빠진다. 그런 기분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계획한 여행이다. 거창한 신년계획을 구상하겠다거나 뭔가 주옥같은 명작을 만들겠다고 아닌 애초 계획은 그냥 집에 있어봐야 우울해할 테니 한 달 정도 잘 놀다 오자. 였는데… 본전 생각과 게으르면 안 된다는 강박에 갑자기 웬 우울감?? 그냥 오늘은 감기약 하나 먹고 잠이나 자자. 한 달 살기로 왔으면 그런 날도 있어야지…라고 말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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