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크라를 듣고 시루가 쓰다.
대학 축제, 이전의 중고등학교의 축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으로꼽을 수 있는 것이 ‘술’과 ‘연예인’일 것이다. 내가다녔던 고등학교는 바로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학교가 위치해 있었다. 해당 대학교의 축제날이 되면친구, 선배, 후배를 막론하고 야간 자율학습을 포기한 채로대학 축제에 참여하러 갔던 기억이 난다. 대학 축제는 자유롭고 훨씬 흥에 겹고 볼거리와 음식들이 잔뜩즐비한 놀이의 장이리라. 이름은 다르지만-주점, 장터, 주막 등으로 각 학교마다 다른 명칭이 있다.- 학내 각종 소속 단체에서 술과 음식을 팔며, 저녁이 되면 동아리의공연이 열린다. 또한 대학 축제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여겨지는 연예인 공연도 이어진다.
대학축제에서 연예인 섭외에 대한 다양한 논쟁들이 있어왔다. 어느 순간부터 대학 축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연예인행사판이 되었다는 주장과, 연예인의 공연이 없으면 흥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실제로 이번 축제편 이스크라에서 안똔이 언급했듯이 ‘대학 축제의본질’에서 비껴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의 상황이다. ‘대학축제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과거 대학 내의 문예 행사로써학생회의 주도로 실행되었던 대학 축제는 현재 최소 1억 내외의 비용을 들여가면서 연예인을 섭외한다. 과거 개그맨 장동민이 대학 축제에 섭외되었을 때, 터지는 불꽃에대해 “여러분들의 등록금이 터지고 있습니다!” 라는 말을한 적이 있는데, 사실상 대학 축제에는 학생회비 외에도 학교 측의 지원금이 상당부분 투입된다.
안똔은이에 대해 중세 카니발의 비유를 들며, 현 사회의 대학 축제는 일종의 해방의 장으로 보이지만 결국 이는체제 안정에 기여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대학 축제의 본질’과는유리되어서 돌아가는 실제의 대학 축제가 학교 측의 이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렇다면다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대학 축제의 본질’적 역할과유리된 현실 속에서 대학 축제는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하는가,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문제점에 대한 물음을던지고 싶다.
연예인의섭외가 없어진다고 해서 대학 축제가 그 본질적 기능을 회복할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전망은 제시하기 어렵다. 이미대학 내부에서 구성원들의 합의와 그들이 구축하는 문화의 형태는 변화했다. 이미 정치적 색깔이 옅어지거나그러한 호소가 구성원들을 자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심지어는 구성원들이 정치적 색깔 자체에 대한 포비아적태도가 강렬해지는 상황에서 문예 행사로서 기능하는 대학 축제를 바라기 어렵다. 대학 축제의 본질적 기능이사라진 맥락에는 학생사회의 변동이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대학 축제의 본질 자체가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대학 축제는 학생 공동체의 대표적 행사이며학생들이 직접 만들어나가는 각종 부스와 공연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서의 비중이 비록 각 구성원들의전반적 만족도에 대한 것이 아닐지언정 대학 축제에는 해당 대학 구성원들의 수많은 수고와 노력이 포함되어있다. 학내구성원의 공동 주최 행사라는 대학 축제의 역할은 학생 사회 속에서 구성원의 감정적 측면과 실천적 측면에서 아직까지 견고하게 기능한다.
대학축제는 해당 대학교의 분위기와 문화가 고스란히 반영된다. 따라서 축제가 적어도 즐거움의 공간으로 인식됨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트러블들이 발생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구성원들은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번 축제편에서 등장한 것은 ‘주점’ 행사 자체에 대한 의문과 주점에 참여하는 구성원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주점행사 자체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대학 축제를 준비하는 운영위에서 이러한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조금 더 새로운 기획들을 고안하는 것이 최선이라고말할 수 있다. 그러나 주점에 참여하는 이가 일으키는 성차별적 언행 및 권위주의적 태도에 대해서는 ‘대학 내부’에서 규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가 생긴다. 그들이 유별난 사람이기에 소위 ‘빻은 행동’을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행동과 사고는 현 사회 전반을 구축하고있는 구조의 산물이며 그들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답습하고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사회는 이러한 현상과분위기에서 그나마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을 법한 공간이겠으나 완전히 유리되지 않으며, 이는 대학 축제에서도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대학 축제는 결국 참여하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통해 조금이나마 기존의 문제적 현실에 대해 균열을 낼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대학 행정 측의 막대한 지원금 투입으로 불만 사항이 반영되기 어렵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에 순응하지 않고꾸준히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대학 공공성과 시민참여를 위한 적극적 실천 등의 ‘본질적 기능’이 변화해버린 것은 현실임에도 이 시점의 학생사회 분위기속에서 구축할 수 있는 실천들이 있다. 그것은 역시 각 학내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로써 가능한 것임은 명명백백한 것이다. 각 구성원들이 대학 축제에 대한 불만이든, 그본질적 역할에 대해서든, 축제를 운영하는 구성원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든 진지한 고민과 더불어 의견을제시하는 것, 그리고 이것을 적극 반영하는 운영 측의 노력을 기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