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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바인스 Oct 18. 2020

수면제(Sleeping pill)

진통제가 아니라...

상실감이 큰
마음은,
무척이나 구체적인 통증으로 나를 괴롭힙니다.

명치 부근...
직경 20cm도 훌쩍 넘는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 사이로 말로 표현할 길이 없는 상실의 바람이 불어댑니다.
휘이휘이...

때론 뾰족하고, 모가 난 조약돌 3개가
심장 부근의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통증을 느끼기도 하죠.
아픕니다.
너무 아프죠.
모서리가 모두 닳아 동그란 조약돌이 될 때까지 이 고통이 멈출 것 같지 않습니다.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아도,
어디 부러진 곳 하나 없이 멀쩡해 보이면서도,
나는 너무나 선명하고 뚜렷한 그 아픔 때문에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심지어는 숨을 쉴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가상통과 수면장애를 동반한 기분장애...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똘똘해 보이는 의사의 확고하고 자신에 찬 표정으로 내린 진단이니
일단 믿어보기로 합니다.

스틸녹스 10mg 세 알을 줍니다.

"수면제 중에 가장 독한 녀석이니 반드시 취침 직전 한알만 드세요."
라는 당부를 합니다.

한밤에 누워
어림도 없이
스틸녹스 한 알, 두 알, 세 알째...

명치끝에서 부는 바람과,
심장을 찌르는 통증은 여전하고...

이대팔 가르마의 멀끔했던
의사 양반의 반들거리던 이마가 왠지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밤입니다.

꿈뻑꿈뻑.
말똥말똥.

2016년 어느 겨울밤....
울산대학병원 81병동 14호실
어느 시간엔가 잊힌 그 고통이 또다시 나를 엄습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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