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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Aug 17. 2020

나는 프리랜서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스페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기 #23 다시 갭 이어로...

왜 내가 갭 이어를 끝까지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면서 한편만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벌써 3편째이다. 아마 이 글에서 내 갭 이어 이야기를 다 끝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글이 길어져 4편으로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는 프리랜서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나는 지금도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 긱 경제 뭐 그런 것들을 꿈꾼다. 하지만 꿈은 꾸지만 이제는 내가 거기 걸맞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아니면 아직 준비가 안된 사람일 수도 있고, 나와 맞는 프리랜서 일감을 찾지 못했던 사람일 수도 있다는 알고 있다. 아마도 짧았다면 짧았을 수 있는 지난 내 갭이어를 통해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이게 아닐까 한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 에이전시가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했고, 여차 저차 해서 내가 받아들이면서 내 갭이어는 끝이 나고 프리랜서로의 삶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기존에 하던 일과 많은 차이는 없지만 매일 직장을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양의 일을 집에서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일하는 속도가 남들보다 빠르기 때문에 시간을 컨트롤하면서 일을 느긋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도 있었다.


내가 생각한 종류의 프리랜서만 있는 게 아니구나...


회사를 다니면서 일할 때 나는 일이 깔끔하게 끝이 나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리고 일이 남겨져 있으면 불안해하는 1인 중 하나였다. 또한 일을 처리하는 속도도 상대적으로 빠르다고 자부했다. 그래서 프리랜서를 더 원했던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프리랜서는 정해진 기간 내에 정해진 일을 끝내면 되는 것이기에 일이 남지도 않을 것이고 끝도 깔끔할테니까... 하지만 하필 처음 받은 일이 평범한 프리 일감이 아니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였다.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는 사람들과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하는 일...


프리랜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도 일반 프리랜서와 같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이 직종은 말 그대로 매니지먼트였다. 해당 프로젝트에 소속된 사람관리,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변수 관리, 그리고 프로젝트 기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원활하게 해야하는 일 등을 해야 하는 자리였다.  일만 일정 기간 내에 끝내면 되는 직종이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던 프리랜서는 아니지만 예전에 하던 일과 별로 차이가 없었기에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첫 한 달 일을 할수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일은 기존에 하던 일과 비슷했지만 회사와 팀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을 관리하는 일이라서 너무 많은 변수들이 발생했다. 정해진 마감을 안 지키는 무책임부터, 일의 퀄리티가 표준 이하거나, 프로젝트에 꼭 지켜야만 하는 규칙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규칙을 바탕으로 일을 한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했고 그런 그들을 교육하고, 설득시키고, 간혹 발생하는 기한 내 처리되지 못한 일들의 땜빵을 하는 것까지 고스란히 나의 일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내가 일하는 속도가 절대 느린 게 아님에도 불구하거 하루 8시간 이상을 일해도 일은 끝이 없었다.


(이 일로 인해 지난 직장에서 나와 같이 일했던 내 팀원들이 참 좋은 사람들이고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한 번 더 느꼈다. 물론 그들을 직장이라는 태두리를 떠나 프리랜서로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경험한 그들은 참 일을 잘하는 이들이었다...)


내겐 너무 어려운 공사 구분, 그리고 주체적 시간관리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자유롭기 위해 프리랜서 하려고 했던 것인데 첫 프리랜서 일은 내가 생각한 것과 너무 다르게 흘러갔다. 게다가 원래 이 직종이 이런 것인지 아니면 이 때만 특별히 이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에이전시에서 내가 담당하는 프로젝트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일을 간혹 급하다는 이유로 부탁하기도 했다. 에이전시는 내게 일을 주는 갑이고, 긴 시간이 소모되지 않는 일일 뿐만 아니라 그들과 처음 함께하는 일이기네 막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부탁을 들어주었는데 이게 계속되니 이럴 거면 돈도 더 많이 주고 복지가 보장되는 직장인을 하지 왜 프리랜서를 하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 그렇게 디지털 노마드, 자유로운 시간 관리라는 프리랜서의 장점은 점점 잊혀져갔고, 부탁을  거절 못하고 좋은  좋은 거라는 내가  무늬만 프리랜서인 일을 계속   있을까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직장인도 그렇지만 프리랜서는 더더욱 자기 일의 양과 시간을  관리해야만 한다. 직장에서는 출근과 퇴근이 정해져 있지만 프리랜서는 그렇지 않기에 내가 알아서 잘 컨트롤해야 하는데 나는 그게 잘 안됐다. 게으를 때는 한 없이 게으르고 일을 할 때는 그 흐름이 끊기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쉼 없이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하루 8시간 이상 일을 하는 날이 비일비재했다. 이렇게 일을 하면 일이 빨리 끝나고 쉬는 시간이 생겨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분명 일의 양이 정해진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 나오다보니 일의 양은 계속해서 늘어만갔다. 그 말인즉슨 내가 일을 많이 해도 일이 빨리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달이라서 그렇다고 생각도  보려고 했으나 왠지 앞으로도 나아질  같지 않았다. 이건 일의 문제이기도 하지개인적인 성향의 문제이기도 하기에......


끝은 아름답게! 하지만 여지를 남기면서...


그래서 첫 달의 일이 마감됨과 동시에 에이전시에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을 잘못한 것 같다고, 이 일은 나와는 맞지 않는 일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대체할 사람을 구할 때까지만 일을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고 대화는 원활하게 잘 풀려서 결국 한 달 반 정도 한 나의 프리랜서 경험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 에이전시와는 오래 알던 사이였고, 또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이 일하면서 내가 느낀 것과 나의 성향상 이 일이 맞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일 시작하기 전 나의 기대치와 현실의 차이 등을 가감 없이 사실대로 말하며 서로 합의에 도달했고, 실제로도 대체할 인력을 구할 때까지 일을 해주면서 잘 마무리했다.


물론 내 기준에서 잘 마무리한 것이지 에이전시가 실제로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에이전시 역시도 오래 같이하지 못해 안타깝기는 하지만 일하는 동안 고마웠고, 혹시 다음에 나와 맞는 일이 생긴다면 다시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시 나에게 다른 일을 부탁하기도 해서 나는 잘 마무리했다고 지금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ㅎㅎㅎ




짧은 프리랜서 경험을 마치고 나는 다시 나의 갭 이어로 돌아왔고, 그렇게 2차 갭 이어를 시작했다. 평탄하지 않은 프리랜서  경험이었고 너무 짧았었지만  자신을    알게 되고, 프리랜서에 대해서조금   알게 해준 값진 경험이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다시 직장인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디지털 노마드와 프리랜서를 꿈꾼다. 하지만 내가 다시 프리랜서에 도전을 한다면 좋은 면만을 보고 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현실이라는 상황에 등 떠밀려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프리랜서에 도전을 한다면...


프리랜서의 다양한 종류와 내게 제일 잘 맞는 종류를 찾아보고 시작할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프리랜서 일의 모습보다는 약간이라도 미리 경험한 후에 시작할 것이다.
자기 주도적인 시간 관리 연습, 그리고 나의 게으름(?)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연습을 한 뒤에 시작할 것이다.
시간적 자유가 있고, 직장에서 오는 압박과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덜하며, 내가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는 프리랜서의 장밋빛 장점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서 오는 단점도 잘 고려해서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도전할 것이다.
절대 상황과 돈에 떠밀려서 선택하는 실수는 다시 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른 상황에서도 몇 번을 다짐했지만 여전히 못 고치는 고질병 같은 것이라서 이건 다음에도 잘 지킬 수 있을지 아직 의문이기는 하다...)


글이 또 본의 아니게 또 길어졌고 내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하지만 혹시라도 나처럼 생각하며 갭 이어를 계획하고 있거나, 프리랜서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By.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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