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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irewhyire Jun 09. 2024

For What it's worth

(Liam Gallagher- For what it's worth함께 들으며 읽으면 좋습니다.)

오아시스는 비틀스의 계보를 잇는다는 수식어가 붙었던 2000년대 초까지 활동했던 영국의 전설적인 락밴드다. 오아시스는 그들의 뛰어난 음악 못지않게 멤버였던 두 형제의 애증의 서사가 굉장히 유명하다.

둘의 투닥거림은 그래도 그들이 형제라는 이유로 불화를 가장한 형제간의 애정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둘의 서사 때문이었는지 나는 오아시스의 음악 속에는 삐딱한 듯 하지만 늘 어딘가 담담하고 따뜻한 응원이 들렸다. 팬의 한 명으로써 그 둘은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삐딱하고 투닥거리고 따뜻한 형제로서 그들이 그들 다운 음악을 만들어주길 바랐다.


그런데 2009년쯤인가 늘 언제나 있던 불화설이겠거니 했던 싸움이 오아시스의 해체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각자 솔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아직도 그 둘에게는 재결합에 대한 궁금증이 따라다니고 있으나 노엘도 리암도 그때를 후회하기도 하지만 이제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는 인터뷰를 통해 그럴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번 밝힌 바 있다.

 

동생 리암은 오아시스 활동 당시에도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프런트 맨이었지만 오아시스의 수많은 명곡들을 작곡한 노엘에 비해 리암이 가진 음악적 능력에 대해서는 형만 한 아우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해체 이후 리암은 그렇게 Beady eye, 노엘은 High flying bird라는 이름으로 꿋꿋하게 활동을 이어나갔고 난 둘의 노래를 모두 들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한참 각자의 길에 충실하던 중 2017년 리암은 Liam Gallagher 본명으로 앨범을 냈고, 리암 역시 여느 가수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을 낼 때처럼 새로운 시작이자 자부심이 느껴지는 명곡들을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은 'For what it's worth'라는 곡이다.


평단은 리암의 그 곡에서 음악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했고 후회하지 절망스럽진 않은 솔직한 가사로 그가 인격적으로도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는 평을 내렸었다.

노엘도 만만치 않았지만 늘 사건사고 투성이었던 리암이 시간이 흘러 낸 그 노래에는 이미 지난날에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 대한 심심한 사과와 진심이 담겨있었다. 사람들은 그 노래가 나오자마자 노래의 가사가 노엘에게 하는 말이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고 리암은 이런 의혹에 대해 특정 누구가 아니라 자신이 잘못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싶었다고 말했을 뿐 따로 노엘에 대한 언급은 끝끝내 하지 않았다.(이런 것도 근데 참 리답다고 생각한다.)


사과는 지나버린 과거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행위이다. 사과를 한다고 해서 이미 지난 과거가 달라지거나 현재의 결과가 달라지지 않아도 사람들은 뒤늦게 사과라는 걸 한다. 리암이 반백살이 된 어느 날 음악을 통해 그 마음을 전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평소에 습관적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말버릇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


그런데 그렇게 말버릇처럼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내가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순간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곧 서른이 다되어가지만 아직도 성숙하지 못해서 사과해야 할 것들에 입을 떼지 못했던 시간들을 생각해 봤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상황은  미안하다고 말해서 미안했던 순간과 미안하다고 하지 않아서 미안했던 두 가지였던 거 같다. 전자는 사실 내가 말할 때는 몰랐는데 누군가 나에게 내 말버릇을 지적해 준 뒤에 깨달았었다. 잘못한 게 아닌 거에 미안하다고 하는 게 상대방에게는 내미안함을 느끼게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은 백번이해하지만 미안하게 하고 싶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게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후자의 경우는 내가 솔직하게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내 그릇을 까보이고 나의 미성숙함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어야 했지만 미안함과 복잡함을 가장한 이기심으로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일종의 회피를 통해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게 내 행동이 결국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것이었음을 사과어야 했는데 말이다.


리암의 노래 제목은 "For what it's worth"를 해석하면 이제 와서 의미가 있진 않겠지만,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이라는 뜻이다.


사과란 늘 이 "For what it's worth"를 전제한다. 그러나 결과와 상관없이, 지나버렸다 해도, 다시 돌이킬  없지만 사과해야 함을 반백살에 미안함을 담아 노래를 낸 리암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


지키지 못했던 말들과 무책임하게 된 진심, 전해질 수 없는 사과,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해 이제 의미 없겠지만 해보고 싶었다.


사과를 한다는 것도 그 의도가 사실 나를 위한 게 아닐까 주저하게 됐지만 어찌 됐건 필요하다.


대신 진심으로 내가 고마웠고 그래서 더 미안한 사람들이 앞으로도 건강하고 좋은 사람들 곁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여전히 모든 게 "For what it's worth"라고 해도.


+) 그나저나 리암이 최근 공연에서 이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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