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orJ Jul 18. 2020

어린 시절을 회상하다.

어린 날이 참 그리웠던 어느날.

어린 시절 나는 계절의 변화를 공기의 냄새로 느끼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시면 겨울이 가까이 왔는지 봄의 한가운데 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찡하지만 잠이 확 깨는 상쾌함이 코끝에 느껴지면 겨울이 가까이 왔음을. 왠지 모르게 코끝에 기분 좋은 꽃향기와 노곤한 따뜻함이 느껴지면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대는 그런 날은 여김 없이 내 생일이 가까워지고 있는 봄날의 어느 날이었던 것 같다.

참 부끄러움도 많던 사춘기 소녀였던 나는 괜스레 길거리에서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만 지나가도 볼이 빨개지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도 했다.


벅차게 기분이 좋았던 어느 날이나 왠지 모를 우울의 골짜기에 빠졌던 날엔 괜스레 기분에 취해 펜을 들고 시나 글을 써보기도 했다. 


주말마다 시골 할머니 댁에 갔었는데 시골집엔 저녁때쯤이면 집마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짚을 태우는 냄새가 마음을 잔잔하게 해 주었던 기억이 있다. 연기 냄새를 맡으며 하늘을 보면 다홍빛 노을 지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늦잠쟁이라 떠오르는 해를 보는 건 드물었지만 지는 해를 보는 건 정말이지 너무 좋았다. 노을을 보면서 괜스레 울컥해지기도 했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며 다음 생에는 새로 태어나 드넓은 하늘 위를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들길을 지날 때 손으로 풀을 쓰다듬는 걸 좋아했다. 손에 묻은 풀잎 향기를 몇 번이나 킁킁대며 맡기도 했다.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낙엽길을 걷는 것도 좋아했고 밤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는 것도 좋았다.


특별한 걸 갖지 않아도 특별한 존재가 되지 않아도 내 주변의 나를 둘러싼 것들을 감사했다.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하늘을 바라볼 여유를 잃었다. 그건 물리적 시간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탓이기도 했다.


언젠가 새벽까지 야근을 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운 적이 있다.

몸은 현실에 살면서 마음만은 딴 곳에 살았던 것 같다.

우린 하늘보다 주변 사람보다 컴퓨터 스크린을 그리고 핸드폰 스크린을 더 많이 쳐다보지는 않는가.

자주 혹은 매일 스크린 속에서 우린 다란 사람들의 삶을 훔쳐본다.

우리보다 행복해 보이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들의 삶을. 그리고 스크린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현실 속에 돌아온 우리는 생각한다. 나도 그들처럼 시간을 가지면 사람을 가지면 사랑과 돈을 가지며 행복할 거라고.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을 냄새 맡고 느끼고 감사하며 살았던 어린날이 생각난다. 그런 날들이 참 그리운 오늘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