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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아는 Sep 24. 2021

좋은 삶

어떤 삶이 좋은 삶일까? 

한참을 달려오다가 한 숨을 고르고, 도저히 풀릴 기미가 안 보이는 실처럼 엉켜있는 내 감정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어떤 것이 좋은 삶일지 생각했다. 


매일같이 아침 8시 28분에 만원 지하철을 타고, 사람과 음식물 쓰레기 냄새, 자동차가 가득한 대로변을 걷고, 주말 중 하루는 나를 완전히 침체시키는 침대 안에서만 보냈다. 


최근들어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골목길로 퇴근하고, 괜히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을 맞이했다. 아침 일찍 나와 그간 그저 지나쳤던 여러 카페에 가 아침의 카페가 가진 고유한 향기를 맡았고, 주말엔 가족과 여행을 다니며 자연과 가족이 주는 편안함을 오롯이 느꼈다. 


현재의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에 대한 결론이 어느정도 난 것 같았다. 바람, 햇살, 공기, 자연은 매일같이 변한다. 매일같이 변하는 이 계절을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 계절을 오롯이 맞이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계절의 순간을 모두 즐기기엔 수반되고 희생되어야할 것들이, 포기해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계절을 즐길 수 있는 삶을 살 것인지, 내 위로 펼쳐질 숫자로서 증명될 것들을 쟁취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 들었다. 


찰나의 순간이기에 그토록 더욱 치열하게 향유하고 싶은 것일까. 좋은 삶을 살고 싶다. 증명되는 삶이 아니라 내가 가득 채워질 수 있는, 현재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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