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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아는 Jul 01. 2021

낭만을 찾아 독일로 떠나다.

안녕!


2년 전 독일에서 8개월 정도 교환학생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쾰른이라는 소도시였는데, 짧은 인생이지만 가장 즐겁기도 하고 외롭기도 한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던 나였는데 독일에 가니 독서실에서만 지냈던 10대의 시절, 취업만을 목표로 시험공부만 하던 대학생의 내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다. 복지가 좋아서 그런지, 독일 대학생들의 삶은 참 여유롭고 낭만적이었다.


기숙사 앞 호수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기숙사 앞에는 잔디밭이 있었고 햇볕이 드는 날이면 다들 수영복만 입고 한 손에는 맥주병을 들고 나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거나 책을 보거나 피크닉을 즐겼다. 해가 지면 바베큐를 하며 이웃 기숙사 주민들과 함께 춤을 추고 목요일 밤이면 기숙사 안의 작은 클럽에서 파티도 열렸다.



슈퍼마켓의 물가는 우리나라 1/2로 매우 저렴했고 하교 시간이면 장을 보러 나온 학생들로 마켓은 가득 찼다. 보통 평일에는 학교 과제를 하고, 학교 수업을 수강한 후 저녁에는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가거나 운동을 하고, 주말에는 주변 국가들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생활을 했다. 우리나라보다 한 템포 늦은 호흡으로 사는 유럽인들의 생활을 하며 굳이 열심히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없는 학생으로서 한달에 30만원이라는 생활비로 아끼고 아끼며 타국에서 살았지만 주변 친구들과 경쟁을 하지 않고 작은 일상이라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즐기니 모든 것이 즐거웠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난 것도 행복했고 SNS를 통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나름 재밌었다. 굳이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하니? 라고 속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유일하게 힘들었던 것은 타지에서의 외로움과 동양인 여자를 만만하게 보며 다가오던 세계 각국의 이상한 남자들이었다. 당시에는 이 두 가지가 너무 힘들었고, 졸업 후 독일로 대학원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계기도 되었다. 경쟁이 없고 여유로운 삶 혹은 외로움과 타국의 여자로서 겪는 무서움 이 두가지의 크기 중 큰 것을 선택해야만 했다. 나는 후자의 크기가 더 크고 무섭다고 생각하여 한국의 삶을 선택했다.



지금의 나는 한국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다. 때로는 주변과 어쩔수 없는 비교를 하며 하루하루를 갉아먹고 있다.



사회인으로서 내 편은 아무도 없고 나를 지킬 것은 오직 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타지가 아닌 한국임에도 불구하고 동굴같은 외로움은 나를 덮쳤다. 학교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갓 사회로 나온 나에게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남자들, 은연중에 겪은 성추행과 폭언을 던지는 사람들로 상처를 받으며 내가 어느 나라에 있던지 이런 일들은 항상 일어난다는 슬픈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따라 독일에서의 시간이 그립고 독일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독일에서의 사진을 보며 추억을 회상하다가 잠드는 밤의 숫자가 많아진다. 그래서 앞으로 일주일에 조금이라도 독일에서의 시간을 회고하려고 한다! 오늘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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