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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호 Jul 12. 2018

축구보다 교육에서 기본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유소년 축구와 유소년 교육의 기본기 중요성

  지난 5월 충북에서 2018년 제47회 전국 소년체전이 개최되었다. 소년체전은 남녀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기초 스포츠 보급, 스포츠 정신 고취, 우수 선수 조기 발굴을 통한 스포츠 국제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1972년부터 실시되었다. 전국적인 승패와 서열이 뚜렷하게 나오는 만큼 시·도교육청 간, 지역 및 학교 간 경쟁이 과열되어 1989년 중단되었다가 우수선수 조기 발굴의 필요성 때문에 4년 만인 1992년에 다시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시·도별 종합 채점이나 메달 집계를 하지 않고, 개인 시상만 실시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소년체전을 중단시킬 정도로 과열경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신체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발달단계에 있는 어린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어떻게든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경기를 한다면 우수 선수 조기 발굴이라는 소년체전의 목적이 달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요즘 월드컵 축구 예선전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상의 유소년 축구를 예로 들어 보자.

  축구경기는 11명의 선수들이 팀을 이뤄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팀 단위의 세트 피스 또는 세트 플레이 같은 전술이 필요하며, 이를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개별 선수들의 체력과 개인기이다. 특히 개인기는 드리블, 패스, 일대일 상황에서의 과감한 돌파 그리고 골인시키는 슈팅 능력이다. 이러한 개인기는 오랜 기간 동안 기본적인 기능의 반복 연습을 통해 길러진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예선전에서 우리 대표팀은 스웨덴에 이어 멕시코에도 계속 패하여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짧은 패스로 빌드업하여 공격 찬스를 만들지도 못했고, 상대 선수의 현란한 드리블 실력에 수비가 흔들리기도 했다.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의 슈팅 시도나 유효 슈팅이 상대팀에 비해 매우 적었다. 멕시코와의 2차전 경기 후 국가대표팀 감독은 경기 부진에 대한 인터뷰에서 유소년 축구에서부터 시스템 전반에 걸쳐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축구에서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단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유소년 축구와 관련하여 대한축구협회는 2012년부터 계획을 수립하고 노력한 결과 2019년 소년체전부터 초등학교에 8인제 축구를 도입한다. 그리고 중학교에 대해서도 수년 내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행 11인제 축구보다 8인제 축구가 유소년 선수들의 개인기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와 외국의 선행 사례들을 근거로 결정한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8인제 경기에서 공격과 수비에 걸쳐 패스나 볼 터치 횟수가 현저하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에서는 소인수인 만큼 전체 선수들이 참여하여 더 창조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고, 수비에선 뻥축구를 하지 않고 쇼트패스로 빌드업을 하는 횟수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의 유소년 축구 운영 사례를 보면, 스페인은 1988년부터 그리고 일본은 2011년부터 14세 이하 경기에서 8인 제로 변경했으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는 오래전부터 5인제 풋살이 시행되고 있다. 최근 영국은 축구 선진국들의 사례를 통해 2013년부터 12세 이하 경기를 9인제로 변경했다. 이제 우리나라 축구도 8인제 유소년 축구 시행으로 몇 년 후엔 2002년 월드컵 축구 4강의 신화를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탄탄한 축구의 기본기를 기르기 위해 유소년기에는 성장 단계를 고려한 훈련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 측면에서도 유소년기에 해당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단계에서 특별한 내용과 방법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교육 현장은 그와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학습의 기본기에 해당하는 어휘력 지도, 중요한 구구단이나 역사 연대기 암기 등에 대해서는 경시하면서 전략이나 전술에 해당하는 질문, 토론 등을 활성화시키고자 한다. 지식이라는 내용 없이 창의력이나 전문성과 같은 역량을 기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임에도 전문가들이 방송에서 나와 토론하는 방식을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에게서 기대하는 것 같다.

  물론 교육의 목표는 개인이 스스로 사회생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특히, 유소년 단계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기본기에 해당하는 기본 지식을 가르치고, 그것을 제대로 습득했는지 점검하면서 보완해 주어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만약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기본 지식을 확보했는지 점검하거나 확보해 주지도 않으면서 그들이 이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실생활 문제 해결 방법을 가르친다면 어떻게 될까? 축구로 치자면 기본기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로 성인 선수들이 하는 전술에 따라 실전 경기를 많이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창의적이고 실제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운다는 교육의 목표는 고귀하지만 기본 지식이 결여된 상태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법은 비효과적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어휘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다수의 학생들에게 기본 어휘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한국 축구가 아직은 약하지만 유소년 시기에 기본기를 확립할 수 있는 방식인 8인제를 내년부터 실시하기에 발전의 가능성, 나아가 2002년 4강 신화의 재현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 국어 7위, 수학 7위, 과학 12위로 이미 중간 수준으로 추락했고, 더욱이 아시아의 다섯 마리 용으로 서로 경쟁했던 일본, 싱가포르, 홍콩, 대만에 모두 뒤진 한국 유소년들의 학력은 언제쯤 2000년의 세계 1-2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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