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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성 May 28. 2020

레드불이 알려주는 기업 유튜브 성공 비법

유튜브 마케팅

프로젝트는 밀려있고, 작업기한은 다가온다. 촌각을 다투는 사이에 졸음이 쏟아진다면, 편의점에서 급히 사오는 것이 있다. 바로 에너지음료다. 다른 경쟁사들이 1000원대의 가격으로 승부할 때 레드불은 당당히 2900원의 위용을 자랑한다. 두세배가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가 레드불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오늘 레드불의 유튜브 마케팅 전략에 집중해보려한다.


레드불은 에너지 음료 뿐만 아니라 콘텐츠 쪽으로도 한 획을 그은 회사다. 유튜브 구독자 940만 명, 최고 조회수 1.3억회, 5천 개의 누적 업로드, 평균 조회수 수십만회에 이르며 심지어 오스트리아 내 채널 지표 1위. 나는 당당히 레드불인하우스 콘텐츠 마케터의 최고라 부르고 싶다. 

구독자 940만 명을 자랑하는 레드불 채널. 전세계 음료시장 점유율 1위 코카콜라 유튜브 채널의 3배 급이다.


2012년 레드불 CEO 디에트리치 마테쉴츠는 "레드불은 음료 회사도, 콘텐츠 회사도 아닌 '둘다'이다.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레드불 자회사, 인하우스 마케팅 담당)의 목표는 글로벌 미디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레드불은 매출액의 3분의 1을 마케팅 비용에 쓰고, 그 중 3분의 2를 콘텐츠 제작과 관리에 쓴다. 이를 보았을 때 레드불이 단순 음료 마케팅을 위한 콘텐츠 제작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자체로 수지타산이 맞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인하우스 콘텐츠 마케터의 꿈, 조회수 1억짜리 콘텐츠...!



모든 기업은 유튜브 채널 그 자체로 마케팅도 하고 동시에 조회수 수입도 나기를 원한다. 이 꿈이 욕심이 되지 않기 위해 레드불 유튜브의 전략 3가지를 벤치마킹 해보자.



(1) 구체적인 타겟 소비자

레드불, 날개를 펼쳐줘요. 카피멘트만 보면 알 수 있듯 레드불은 예전부터 '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기업은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추구하기 위해 온갖 날아다니는 것에 후원을 했다. 작게는 종이비행기 대회, 프리러닝, 스카이다이빙 등. 사람들은 익스트림 스포츠하면 자연스럽게 레드불을 연상하게 됐다. 시대가 변해 TV에서 유튜브로 콘텐츠 플랫폼이 변화하면서 이는 더 적합한 마케팅 전략이 되었다. 익스트림 스포츠 등의 역동적인 영상은 그 팬층이 견고하고 두텁다. TV에서는 소수에게 통할 콘텐츠였다. 하지만 유튜브는 알고리듬이 자동으로 그 팬층에게 영상을 추천해준다. 레드불 팬이 아닌 익스트림 스포츠의 팬들에게까지 바이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영상들에는 레드불이 단 한 캔도 등장하지 않는다. 레드불에 관련된 의상 하나를 입거나, 레드불 로고가 맨 마지막에 작게 뜨거나 하는 영상들이 대부분이다. 본래 레드불에 관심이 없었던 시청자에게 광고라는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인 것이다.


조회수 2천만 짜리 영상 속 레드불은 저 백인 남자가 쓴 모자 프린팅이 전부다.

위 사례에서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도출할 수 있다.

구체적인 타겟 시청자를 설정하라! 유튜브는 TV가 아니다.

유튜브 콘텐츠에서 브랜드를 얼마나 노출할 지 예민하게 판단하라.

기존 소비자가 아니었던 타겟 시청자를 팬층으로 이끌 콘텐츠를 제작하라.


(2) 잘 키운 허브 콘텐츠, 열 아들 안 부럽다

위에서도 레드불 유튜브의 성공을 입아프게 말했지만, 유튜브 역사상 남는 기록도 있다. 2012년의 초대형 프로젝트 <레드불 스토라토스>다. 맨 몸으로 초음속 낙하를 도전한 이 프로젝트는, 당시 800만 명의 실시간 스트리밍 시청자를 기록했고 이는 유튜브 역대 최고의 단일 사용량이었다.


https://youtu.be/FHtvDA0W34I 

레드불은 이 프로젝트에 3년간 690억원(6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BBC에서도 방영했다.


결과적으로 레드불은 47조원의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고 발표했고, 전년 대비 16% 성장한 매출액을 달성했다. 이는 레드불 채널의 허브 콘텐츠가 되어 꾸준한 구독자 유입을 얻는 중이다. 위 콘텐츠는 하이라이트, 인터뷰 등 여러 방식으로 재가공되었다. 이를 통해 화제성이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었다.  잘 키운 허브 콘텐츠로 지금도 레드불은 파생된 자유낙하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업로드한다. 최근의 자유낙하 컨텐츠는 '우주 초음속 낙하'보다는 제작비가 적게 들지만 고정적인 시청자층을 지닌다. 또한 셀러브리티가 아닌 자유낙하 선수를 고용함으로서 출연료를 절감하는 동시에 타겟 시청자에게 더 친밀하게 접근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온갖 자유낙하 콘텐츠에 '우주 초음속 낙하'를 언급하는 댓글이 달리며 또 다시 허브콘텐츠를 시청하게 되는 마력까지.


성공한 유튜브 채널에 공들인 허브 콘텐츠는 필수다.


(3) 우리가 만드는 건 광고가 아니야!

다른 기업 유튜브와의 가장 큰 차이를 하나 고르자면, 레드불은 아마추어 영상 제작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준다. 그 영상의 코드가 브랜드 이미지와 일치한다면 레드불은 기꺼이 영상을 올린다. 영상 제작자는 사이클링 선수일 수도 있고, 프로게이머일 수도 있다. 위의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다면 레드불 콘텐츠의 호스트가 될 수도 있다. 


https://youtu.be/igp9sJkuAnU

타이틀 CG를 제외하고는 고프로만 사용했다. 이 영상의 조회수가 700만 회.


흥미롭게도 이러한 점은 레드불 채널 성공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앞서 말했듯 출연자는 시청자가 멋있게 생각하되 친근한 이미지이다. 시청자들은 마치 개인 유튜버를 구독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실제로 레드불 채널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부류가 "존X 멋있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레드불 영상이었어"과 같은 댓글이다. 레드불 채널에는 주 5회 이상 각기 다른 주제의 영상이 올라오고, 채널의 대표 페르소나도 없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멋짐'이 있는 것이다. 

레드불 유니버스. 단 하나도 모자란 채널이 없다.


영상은 시청자가 보고싶어하는 것만 다룬다. 레드불의 성분, 레드불의 맛, 레드불의 가격 같은 건 등장한 적도 없다. 단 한번도 음료 그 자체에 대한 영상도 올리지 않고 레드불 유니버스를 구축한 기저에, 광고가 아닌 콘텐츠를 만든다는 레드불의 강한 근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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