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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 Jan 27. 2023

사랑의 역사

그대, 사랑해야만 한다.

  인간은 사랑받고 싶어 한다. 나는 남을 사랑하지 않을 거야.라는 사람도 자신은 사랑받고 싶어 한다. 

안타깝게도 우린 영원할 수 없다. 생명은 끝이 있고, 우리의 사랑도 끝이 난다.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었던 아버지의 죽음은 나에게 충격이어서 이런 말들로는 삶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강아지를 기른 적도 금붕어를 키운 적도, 병아리를 데려온 적도 없던 나는 생명을 잃는다는 것을 슬픔을 잘 몰랐다. 사별은 정말이지 먼 나라 별의 이야기였다. 나는 고스란히 고통스러운 날들을 견뎠다. 사랑하는 이를 잃는 슬픔이 이렇게 큰 것이라면 사랑을 포기하고 싶었다. 욕심만 버리면 남은 생은 그만큼은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랑도 결혼도 출산도 또 다른 이별일 테고 아픔일 것이다. 


세상 안에 살면서 세상에 속하진 않겠다는 아집이었다. 


사랑의 범위를 너무 작게 봤다. 길을 걸으며 받는 햇볕도 사랑이다. 우주 원리의 개념을 깨우치지는 못했지만 그 너머를 뛰어넘는 사랑이 있음은 느낄 수 있다. 


그대, 사랑해야만 한다. 

- 사랑의 역사, 쇠얀 키에르케고어-


  내가 타인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은 없다. 다만 이 기록이 내가 힘들 때 나를 지탱해 줄 메모가 될 것이란 확신은 있다. 내가 죽고, 내 세포도 소멸하고, 내가 원자 상태로 우주 속을 떠돌 때에 나는 영원의 세계에 있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사랑이 어떤 것이고, 행복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이 사랑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떻게 지속되어 왔는지 설명해주고 싶다.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건 행복은 사랑을 느낄 때 찾아오는 것이라는 것 정도다. 시간은 지나고 계절은 변하고, 산과 강도 위치를 바꾸고, 화산이 폭발하고, 유성이 지구와 충돌하더라도, 그래서 더 이상 이 땅에서 생명이 살 수 없더라도 남아있는 그 무언가는 사랑을 그리워하고 찾아다닐 것이다. 나를 사랑해 주고, 내가 사랑할 그 무언가를. 그 존재를 찾아낸 것만으로도 그것은 행복함을 느낄 것이다. 


그것이 생명의 시작이자 근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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