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취소와 이직의 길
유튜브 프리미엄을 장장 5년을 써왔다. 아마 OTT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OTT들은 구독했어도 더 이상 볼 것이 없으면 과감하게 구독을 해지했는데 유튜브 프리미엄은 광고 없이 바로 볼 수 있고 오프라인 저장 기능에 유튜브 뮤직으로 음악까지 들을 수 있으니 단순히 콘텐츠만 시청하는 OTT와는 달랐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가 정책을 바꿔 금액을 인상한다는 소식에 구독을 고민하게 되었다. 초창기 부가세를 포함해 만원이 안 되는 금액으로 구독한 뒤로 금액이 인상되어도 초창기 구독자들은 계속 그 금액이 유지되어서 유튜브를 보던 안 보던 굳이 끊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초창기 구독자들까지 금액을 올린다고 하니 생각이 많아졌다.
따지고 보면 유튜브를 그렇게 많이 보는 편이 아니다. 유튜브 콘텐츠가 점차 다양해지기 했지만 그만큼 피로도도 높아졌고 보는 날보다 보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익숙해져 왔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였다. 광고 없이 보고 싶은 것은 저장해 놓고 언제든지 봤던 삶에서 벗어나 다소 불편해지는 것을 견딜 수 있을까? 그래봤자 몇 천 원 더 내는 건데 계속 구독할까?
그러나 일괄적으로 대폭이라면 대폭 올리는 금액에 동의할 수 없어 과감하게 연장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뭐 정 불편하면 다시 구독하면 되지 하는 마음과 함께. 어차피 연장하나 안 하나 지금부터는 오른 금액을 지불해야 했기에.
5년 동안 지속되던 구독의 삶을 벗어나 광고를 보고 콘텐츠를 보는 세계로 들어가게 됐는데 막상 해보니 사실상 별 차이가 없었다. 실제도 유튜브를 그렇게 보는 편이 아니기도 했고 가끔씩 보더라도 한 두 편의 광고 정도는 그렇게 거슬리지 않았다. 너무 별거 아닌데 이게 뭐라고 구독을 끊을까 말까를 그렇게 고민하다니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동안의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이 다소 우려스러웠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별 거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익숙하고 편안함에 길들여져 불필요하고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꽤 있다. 그러나 막상 다른 길로 가보면 실상은 별 거 아닌데 왜 이렇게 고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진작 벗어나 다른 길로 가 볼걸 하는 마음도 함께.
최근 오래 다니던 직장을 퇴사했고 곧 새로운 곳으로의 입사가 예정되어 있다. 오랜 직장을 떠나면서 고민이 많았다. 익숙한 업무, 친한 사람들 등 안정적으로 가고자 하면 그보다 편한 자리도 없는. 그러나 왠지 다른 길로 가야 할 차례인 것 같았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 인상처럼 회사 관련해 적잖은 이슈가 있었는데 이 불편함을 참고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해야 했다. 편안함 대신 새로운 길을 떠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주변의 만류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결과,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좋은 제안을 받는 등 또 다른 길이 펼쳐졌고 지금은 그 길을 걸을 준비가 되었다.
삶은 늘 이렇다.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이다. 작게는 구독이냐 아니냐에서부터 크게는 진로의 결정까지. 물론 결과는 모두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안정감과 편안함이 아닌 선택에 있어 불편할 것을 예상하더라도, 불확실성이 높다 하더라도 다른 선택을 해보면 또 다른 길은 언제든지 펼쳐지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또 다른 세계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