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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Jun 05. 2024

불편해도 괜찮아

구독 취소와 이직의 길 

유튜브 프리미엄을 장장 5년을 써왔다. 아마 OTT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OTT들은 구독했어도 더 이상 것이 없으면 과감하게 구독을 해지했는데 유튜브 프리미엄은 광고 없이 바로 있고 오프라인 저장 기능에 유튜브 뮤직으로 음악까지 들을 있으니 단순히 콘텐츠만 시청하는 OTT와는 달랐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가 정책을 바꿔 금액을 인상한다는 소식에 구독을 고민하게 되었다. 초창기 부가세를 포함해 만원이 안 되는 금액으로 구독한 뒤로 금액이 인상되어도 초창기 구독자들은 계속 그 금액이 유지되어서  유튜브를 보던 안 보던 굳이 끊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초창기 구독자들까지 금액을 올린다고 하니 생각이 많아졌다. 


따지고 보면 유튜브를 그렇게 많이 보는 편이 아니다. 유튜브 콘텐츠가 점차 다양해지기 했지만 그만큼 피로도도 높아졌고 보는 날보다 보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익숙해져 왔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였다. 광고 없이 보고 싶은 것은 저장해 놓고 언제든지 봤던 삶에서 벗어나 다소 불편해지는 것을 견딜 수 있을까? 그래봤자 몇 천 원 더 내는 건데 계속 구독할까? 


그러나 일괄적으로 대폭이라면 대폭 올리는 금액에 동의할 수 없어 과감하게 연장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뭐 정 불편하면 다시 구독하면 되지 하는 마음과 함께. 어차피 연장하나 안 하나 지금부터는 오른 금액을 지불해야 했기에. 


5년 동안 지속되던 구독의 삶을 벗어나 광고를 보고 콘텐츠를 보는 세계로 들어가게 됐는데 막상 해보니 사실상 별 차이가 없었다. 실제도 유튜브를 그렇게 보는 편이 아니기도 했고 가끔씩 보더라도 한 두 편의 광고 정도는 그렇게 거슬리지 않았다. 너무 별거 아닌데 이게 뭐라고 구독을 끊을까 말까를 그렇게 고민하다니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동안의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이 다소 우려스러웠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별 거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익숙하고 편안함에 길들여져 불필요하고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꽤 있다. 그러나 막상 다른 길로 가보면 실상은 별 거 아닌데 왜 이렇게 고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진작 벗어나 다른 길로 가 볼걸 하는 마음도 함께. 


최근 오랜 직장을 퇴사했고 곧 새로운 곳으로의 입사가 예정되어 있다. 오랜 직장을 떠나면서 고민이 많았다. 익숙한 업무, 친한 사람들 등 안정적으로 가고자 하면 그보다 편한 자리도 없는. 그러나 왠지 다른 길로 가야 할 차례인 같았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 인상처럼 회사 관련해 적잖은 이슈가 있었는데 이 불편함을 참고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해야 했다. 편안함 대신 새로운 길을 떠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주변의 만류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결과,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좋은 제안을 받는 등 또 다길이 펼쳐졌고 지금은 길을 걸을 준비가 되었다. 


삶은 늘 이렇다.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이다. 작게는 구독이냐 아니냐에서부터 크게는 진로의 결정까지. 물론 결과는 모두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안정감과 편안함이 아닌 선택에 있어 불편할 것을 예상하더라도, 불확실성이 높다 하더라도 다른 선택을 해보면 또 다른 길은 언제든지 펼쳐지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또 다른 세계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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