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첫 차를 탄다는 건
아침형 인간이 되고 나서야 얻은 깨달음
이직하고 가장 큰 변화는 완벽한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는 점이다. 공무원 시절에는 근무시간이 '9 to 6'여서 집이 멀어도 7시 전에 일어나 7시 30분에 지하철을 타곤 했는데 기업으로 이직하면서 '8 to 5'가 되니 적어도 5시 30~40분에는 일어나야 했고 이른 아침 배차 시간은 텀이 있는지라 6시 20분대 지하철을 타야 했다.
전 직장 출근시간대는 그야말로 러시아워여서 항상 사람이 많았다. 앉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끼여가다가 겨우 목적지에 내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여러 번을 갈아타며 사람들과 부대끼며 출근하면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힘이 빠져 집에 가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실 그게 아니라도 집에는 늘 가고 싶긴 하지만.
이직해서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 아닌 부담이 있었지만 대신 그 시간대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므로 앉아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고요한 아침, 편안하게 앉아서 가는 출근길이란.
그런데 웬걸 그 시간 대에도 사람이 적지 않았다. 붐비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리는 모두 찼다. '아 다들 엄청 일찍 출근하는구나' 싶었다.
전 직장에서 을지훈련 때문에 1년에 한 번 6시 차를 타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텅텅 비어 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사람들이 꽤 있어서 놀랐었다.
그리고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해서 그야말로 첫차 5시 30분대 지하철을 타게 됐는데 이 시간에는 진짜 없겠지 했는데 아뿔싸 첫 차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좌석을 메우고 있었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출근하고 있었구나 하는 놀라움과 함께 이제 6시 20분대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고 이제 나보다 빠르게 출근하는 사람은 없겠지 하던 생각이 머쓱해졌다.
이런 분들에게서 기운을 받아본다. 사회가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건 탁월한 지도자들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그에 앞서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아침을 여는 성실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일찍 타보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그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