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에 대한 오해

by 양보


카카오톡 채널을 보다

"연상을 좋아하는 이유" 란 글을 보았다.


1위는 엄마 같아서 였고 그 뒤 순위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대충

돈이 적게 든다. 질투를 하지 않는다. 리드하지 않아도 된다. 등의 이유였다.

정리해보면 손이 덜 가는 혼자서 알아서 잘 하는 연상이 편하다는 것이다.

하... 그 글을 읽고 나는 속이 불편해졌다.


드라마 풍선껌, 이동욱 나레이션, 양보 손글씨


이제 정말 '연상'이라 불리우는 나이가 되어 분괘를 한 건가, 조금 찔렸다.

하지만 엄마를 '여자 사람'이 아닌 평생을 자신의 피난처 쯤으로 생각한다는 것과

자신이 사랑할 사람을 하나의 존재가 아닌 피난처 쯤으로 대하는 자세가 불편했다.


바쁜 와중에도 연락해주길 원하고, 데이트가 끝나면 집에 데려다 줬으면 싶고, 주말엔 회사 가지 않고 나랑만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만 집중해줬으면 하는 마음은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같지 않을까?


그러나 알기에 하지 않는 것 뿐이다.

회사에서 눈치 보며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퇴근하고 나면 긴장이 풀려 피곤함이 몰려 오는 걸 아니까,

주말에 시간이 나면 못 만난 친구도 만나야 하고,

어쩌다 또 회사를 나가게 되면 짜증 나는 그 마음을 아니까,

보채고 떼쓰고 마음 불편하게 - 하지 않는 것뿐이다.


사랑하기에 하는 배려를 연상의 쿨함정도로 해석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질투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것을 어른스럽다고 말하며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건가 의도가 궁금해진다.



박광수 저자, 양보 손글씨 (손글씨를 수정했어요:)

회사에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선배이고 연차가 높다는 이유로 참 많은 것들을 조용히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선배가 갖는 책임은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 때문에 힘들고 일 때문에 지치는건 연차와 상관없다. 그럼에도 그 정도 되었으면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냐며 참다가, 견디다가 한 한마디 푸념에 그릇이 덜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마음이 상한다.


회사와 동료를 생각하고, 감정대로 반응하기보다 참고 인내하는 것을 '몇 년차엔 얼마 정도 해야한다'는 수식으로 해석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마음에 지친다. 그런 생각이 오히려 어른스럽지 못한건 아닐까?


물론 편한 것을 추구하고, 받고만 싶은 게 사람 마음이겠다.

그러나 내가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이 왜 내게 편한지 생각하다 보면 얼마나 큰 마음으로 나를 대하는지 깨닫게 된다. 모두 나이가 많은 어른이 아니다. 나보다 어려도 큰 그릇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연상'도 '선배'도 '엄마'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고, 상처 받지 않는 쿨한 존재도 아니다. 단지 경험에서 나온 이해의 자세를 지니려고 노력하는 것 뿐, 이 또한 당신을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에 하는 배려라는 사실을 앎으로 연상에 대한 숱한 오해는 접어두길 바란다.

노희경 에세이, 양보 손글씨



20.03.에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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