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0210130_2051

퍼플아티스트의 답문



  안녕하세요, 20210130_2051 님 :)

  오늘은 어떤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어요?




  '내가 살아냄으로 인해 누군가한테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장시켜 줄 수도 있다'  이 말을 듣고 마음 가득 퍼졌던 희망이 여전히 생생해요. 다시 읽어보고 소리내어 말해보는 지금도 제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말입니다. 이미 완전한 당신의 말이지만 제 입에 맞추어 조금 다듬어 보았어요.


'내 삶을 살아냄으로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살아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장시켜줄 수 있다'


당신의 말처럼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죽으라며 떠미는 상황들, 죽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에 노출된 채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지요. 그런 상황, 환경, 문화를 분명히 인지하기에 '그럼에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표현을 하기까지 참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상대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어떤 환경에 살고 있는지.. 그저 한 사람일뿐인 제가 전부 다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음을 알기에.


제 소소한 취미 중 하나는 습관처럼 사용하는 표현을 낯설게 바라보고 마음에 드는 표현으로 바꿔보는 것이에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에서 '행복하시길 그려봅니다'로. '오늘도 파이팅'에서 '오늘도 따로 또 함께 파이팅'으로. 사소한 바뀜이지만 사전적 의미도 찾아보고, 표현에 담으려는 마음을 분명히 밝히려 꽤나 애를 쓰곤 한답니다.


이렇게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적지 않은 정성을 쏟는 건 '언어'라는 틀 안에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환경에서도 당신으로 살아내주어 고마워요. 살아내느라 고생했어요'라는 마음을 곱게 접어 넣고 싶기 때문이에요. '세상이 더 풍부하고 선명해지는 느낌'이기에 언어를 공부하고 싶다던 당신과는 전혀 다른 동기이지만 그래도 '언어에 대한 흥미'가 살아있다는 결에서만큼은 같은 우리라고.. 저는 그렇게 보고 싶은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주실런지!




  이상과 완벽을 추구하게 만드는 초자아. 스스로의 초자아가 '크다', '강하다' 표현을 거듭하던 당신. 크고 강한 초자아를 가지고 있어 그렇지 못한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악몽'과 같고, '자학'하고, '절망'한다던 당신의 표현들이 너무나도 깊이 공감되었습니다. 저 역시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 된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싶다' 초자아와 현실의 간극을 채찍으로 남긴 흉터가 적지 않기 때문이지요.


요즘 저는 채찍을 들려다가도 '일단 납세 의무부터 지켜갈 수 있도록 하자' 생각을 되뇌입니다. 쌩뚱맞지요? 직장 생활을 하다 1인 기업으로 홀로 서가려니 무서운 것들이 참 많더군요. 태어나서 처음 부가가치세를 신고해보며 깨달았습니다. 내가 드는 채찍이 나를 행동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얼어붙어있게 만든다는 걸!


사실 저는 26살에 '내 기업 이름으로 세금 내보기'라는 꿈을 목표로 적었을 정도로 내 일을 해가며 세금내는 것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1인 기업으로 세금을 납부하려니, 어떤 세금을 언제 얼마나 내야하는 지 알아가는 것부터 녹록하지 않더군요. 갈팡질팡 우왕좌왕 하다가 '일단 납세 의무부터 지켜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생각하게 된 것이죠.


때로는 무섭고, 때로는 눈물날만큼 어렵지만 이렇게 마음먹은 이후 초자아와의 간극으로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초자아가 속삭이는 내가 되어가기 위해 현실적인 눈 앞의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을 촉진시킬만한 약간의 심리적 압박(세금에는 가산세라는 것이 있더군요)이 어우러져.. 이제는 채찍보다 스스로 '고생한다' 다독이고 독려하는 순간들이 많아졌거든요.




  치열하고, 강인하게 살아온 당신이기에 자신만의 협상법으로 초자아와 소통해가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저 저의 예시는 '이런 쌩뚱맞은 방법으로 초자아와 협상해가는 삶도 있구나' 정도로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그리고 당신의 삶은 분명 (저를 포함해) 다른 누군가에게 '저렇게 살아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장시켜줄' 이야기리라 확신합니다.


저에게 당신의 삶으로, 당신이 살아낸 이야기로 수많은 가능성을 확장시켜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살아내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늘 당신과 따로 또 함께 하고픈 마음을 담아

  죽음을 그리는, 퍼플아티스트 드림












퍼플아티스트의 홈페이지


퍼플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


퍼플아티스트의 NFT (Open Sea @purpleartist_drawdeath)




매거진의 이전글 20210126_100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