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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ngFei May 09. 2024

화려하고 싶었던 싱글, 30대의 시작

Life in Hong Kong

30대, 홍콩에서의 화려하고 싶었던 나의 첫 독립.

내 나이 서른에 결혼도 안 했는데, 혼자 좋은 데서 멋지게 살지 싶고 미드레벨에 살고 싶어, 방 두 개는 돼야지… 지금 생각하면 어, 서른이 뭐. 애지. 굳이 미드레벨 말고 조금만 옆 동네로 나가서 친구랑 쉐어했음 오히려 더 좋은 집에 재미있게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중심가 좋은데 살고 싶었고 혼자 내 맘대로 살고 싶었다.


첫 일 년은 정말 재미있었다. 일주일에 5번은 클럽이나 라운지바에서 친구들과 소셜라이징하고 주말에 요트 빌려 파티하고 친구들과 여행 다니고. 썸도 타고 가벼운 만남도 하고. 길가며 널려있는 명품들이 날 자주 유혹했고 그 유혹을 굳이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월세도 낼 돈이 없이 가진 돈을 모두 탕진해버리는 지경에 이르렀고, 돈이 최소한의 안정감을 준다는, 어찌보면 가장 기본적인건데 그걸 나이 서른에 처음 몸소 체험하고 깨닳았다. (부모님께 깊은 감사를..)


내 친언니가 홍콩에 살고 있어서 부모님이 연말연초에는 홍콩에 와 게셨는데, 12월 31일 밤새 놀고 술에 잔뜩 취해 언니네 집으로 1월 1일 첫 지하철을 타고 가서 가족들과 떡국을 먹었다.

그날, 나는 현타가 왔다. 첫 열차를 기다리는데 공허했고 눈물이 났다. 왜 그랬을까. 그 뒤로 나는 달라진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거품기 가득한 버블 속에 살다가 버블이 하나 둘 터지는 느낌이었달까?


그렇게 홍콩생활 2년 차가 돼서는 모든 게 시큰둥해졌다. 클러빙 횟수가 줄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랩탑을 끼고 누워 한국 예능을 보기 시작했다. 문화생활 버디가 생겨서 한 달에 한번 음악회 전시회 공연 관람을 하고 좋은 데서 밥 먹고 교회도 나가보고. 뭔가 마음속의 커져가는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단 한 명 있는 출장이 잦은 한국 친구가 제일 편해졌다. 주말마다 언니네 교회 앞 까페에서 어린 조카가 예배 마치고 오기를 기다렸다. 나에게 커피 한잔 마시며 조카를 기다리는 그 기다림의 시간이 제일 행복했던 거 같다.


그러다가 친구들과의 게더링 디너에서 싱서방을 만났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 그렇게 하고 싶어도 안되던 결혼이, 결혼할 생각이 없었는데 그냥 결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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