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경험상, 겸손하지 못한 마음일 때가 가장 위험하다.
저는 좋은 사람이에요…
과연 이렇게 말하는 나는 좋은 사람인가? 이것은 오만이다. 이런 말을 내뱉는 나는 지금 위기상황이다.
나는 누군가를 잘 싫어하지 않는다. 안 맞는 사람은 거리를 두면 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집중하기 때문에. 또한 타인에게 무관심하기도 하고, 성격적으로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두기도 하고, 또 누군가가 좋아지면 눈에 콩깍지가 씌이기도 하고.
그런데 어쩌다 한 번씩 누군가가 싫어지고 눈밖에 나는 사람이 간혹 생기는데, 이번엔 회사 사람이다. 가장 가깝게 긴밀하게 일해야 하는 사람이 가장 불편하고 가장 외면하고 싶은 사람이다.
입사하고 6개월이 지난 어느 날인가 더 이상 그녀를 견딜 수가 없어 매니저에게 면담요청을 하고 자리를 바꿔달라고 했다. 옆자리에서 파티션이 있는 대각선 앞자리로 바뀌고 나니 말을 안 섞어서 좋았다. 그런데 말이다. 매니저는 그녀가 소외될까 봐 걱정을 한다. 지금까지 나는 피해자였는데, 갑자기 내가 가해자가 된 기분이다. 역효과인가…? 그런데 그보다 문제는 매니저가 그녀한테 그래도 잘해주라고 하는데, 내 대답이 저 좋은 사람이에요. 뭐라니 정말??
과연 나는 좋은 사람인가. 어쩌면 처음부터 꼬여버린 그녀와의 관계에 색안경을 끼고 그녀를 대하는 걸 수도 있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겠지만. 이젠 협업을 해야 하는 일도 협업에 대한 얘기조차도 꺼내지 않게 된다. 최근에도 협업 얘기를 꺼냈다가 각자 하자는 얘기를 들었다. 그럼 그렇지. 그리고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생기니 나도 모르게 목소리 높여 그녀를 욕하다가, 문득. 어 이건 아닌데 싶었다. 지금의 나는, 위험이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