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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Mar 21. 2022

16-2. 헤밍웨이를 따라서

[아바나]


오비스포 거리(Calle Obispo) 맛집


숙소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어서 식당 정보를 찾는 데 있어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지도 앱 맵스미(mapsme)를 이용했다. 이번에도 평점이 높은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숙소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오비스포 거리(Calle Obispo)를 따라 이동했다. 오비스포 거리는 아바나 구시가지의 메인 스트리트로 이곳을 통해 센트럴 광장, 전 국회의사당 건물, 아르마스 광장으로 이동할 수 있고, 각종 기념품 가게, 카페, 바들로 넘쳐나는 번화가다. 현대식 건물과 전통 양식의 건축물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거리이자 관광객 밀집 지역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쯤 되려나? 앞서 설명한 대로, 스페인 통치 시기에 지어진 건물들의 독특한 양식과 통통 튀는 밝은 색으로 칠해진 거리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비스포 거리
오비스포 거리 저녁 감성



한참을 걷다가 오늘 저녁을 해결할 식당 O’relly304에 도착했다. 내부는 좁고, 2층으로 된 복층 구조였다. 평점이 높은 맛집답게 테이블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2층 좌석에 앉았다. 칵테일의 나라답게 1인 1칵테일(다이끼리, 과일다이끼리, 레모네이드, 아바나스페셜)을 주문하고 치킨 파스타, 해산물스프, 랍스터 구이, 해산물 구이를 주문했다. 식당 내부를 살펴보니 손님은 많았는데, 홀을 담당하는 서버는 둘 뿐이었다. 딱 봐도 음식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릴 거라는 직감이 들었고, 슬프게도 그 직감은 적중했다. 음식보다 먼저 나온 칵테일로 목을 축였다. 가니쉬로 올라온 파인애플은 한 조각이 통째로 나왔고, 장식에도 제법 신경 쓴 티가 났다. 칵테일을 몇 모금 마시며 지쳐갈 때 즈음 음식이 나왔다. 대중적인 입맛을 공략한 듯 누구나 부담 없이 먹기 좋은 맛이었다. 랍스터는 조금 질기고, 스프는 조금 짭짤했지만 대체로 맛있었다. 트리니다드에서 너무나도 완벽한 랍스터 요리를 먹고 온 탓에 맛의 기준이 한참 올라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랍스터는 여전히 맛있었다.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따라서


헤밍웨이가 자주 와서 다이끼리를 마셨다는 바(bar) LA FLORIDITA로 향했다. 한국 대중 매체에도 여러 번 소개되었을 만큼 전 세계인이 찾는 아바나 관광명소 중 한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가 도착했을 때 매장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얼마나 많았던지 음료를 주문하려고 계산대로 이동하는 것조차도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다이끼리 주문은 포기하고, 매장 안에 있던 헤밍웨이 동상만 보고 나왔다. 매장 내부는 온통 헤밍웨이로 가득했다. 동상을 비롯해 헤밍웨이 사진들도 붙어 있었고, 헤밍웨이와 피델 카스트로가 함께 찍은 사진도 눈에 띄었다. 이쯤 되면 바 이름을 ‘헤밍웨이(Hemingway)’로 바꾸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인자하게 웃고 있는 헤밍웨이 동상과 함께 사진을 남기고 싶었지만,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서 있는 대기줄을 보고 나니 그러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모였겠지..? 사진 대기줄과 주문 대기줄이 뒤엉켜 매장 안은 복잡했고, 우리는 다이끼리도 마시지 못하고 매장 밖으로 나가야 했다.


헤밍웨이로 가득한 매장
LA FLORIDITA 내부 풍경



아쉬운 마음으로 나와 다음 행선지를 정하는데 갑자기 어떤 흑인 한 명이 우리에게 접근하더니 아주 훌륭한 다이끼리 맛집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상당히 의심스럽기도 했고, 괜히 따라갔다가 해코지당할까 봐 가지 말자고 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우리가 LA FLORIDITA에 가기 전에도 우리에게 호객행위를 한 번 했고, 기어이 우리를 따라와서 한번 더 시도한 것이었기에 그 정성이 기특하여 일단 따라가 보았다. 조금 으슥한 골목에 위치한 술집으로 우리를 데려갔고, 그곳에서 다이끼리를 마셨는데, 특별할 것 없이 흔하디 흔한 칵테일이었다. 각자 술 2잔씩 마셨고, 그 남성의 술값까지 우리가 계산한 다음에야 겨우 술집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 남성은 더 좋은 집을 소개해주겠다고 했으나 우리는 정중하게 거절하고 서둘러 빠져나왔다. 역시나 관광객을 상대로 술을 얻어먹는 사기꾼이었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누군가 호객행위를 하며 맛집을 소개해주겠다고 한다면, 거절하는 걸 강력히 추천한다. 형편없는 가게로 데려갈 확률이 높고, 최악의 경우 금품을 빼앗기거나 상해를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해도 나쁠 건 없겠다.





다음 행선지는 헤밍웨이가 모히또를 즐겨 마셨다는 LA BODEGUITA DEL MEDIO로 향했다. 성당이 있는 광장을 지나 골목길로 접어들자 가게 이름이 적힌 노란 간판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이곳은 자석, 그림 등 쿠바 기념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세간에 알려진 명성을 듣고 헤밍웨이가 마셨다는 모히또를 마시러 온 관광객들을 공략하기라도 하듯 모히또만 전문적으로 판매했다. 메뉴판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실 볼 필요도 없었다. 우리도 모히또 네 잔을 주문했다. 흰 와이셔츠를 입은, 연세 지긋한 대머리 바텐더가 전문가의 포스를 풍기며, 능숙한 솜씨로 모히또를 제조했다. 모히또가 나왔다. 한 모금 마셔보니 지금까지 먹어본 모히또보다 훨씬 달았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일부러 럼보다 설탕의 비중을 더 높여 단맛이 더 강했고, 마지막에 민트향이 솔솔 올라왔다. 내 입에는 이곳 모히또가 참 맛있었다. 밸런스는 둘째치고 일단 달달한 것이 참 맛있었다. 모히또를 마시며 내부 구경을 했다.




바텐더 뒤편으로 진열된 아바나 클럽을 비롯한 다양한 럼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헤밍웨이의 사진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바텐더 머리 위에 걸린 액자 속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 (내 모히또는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 내 다이끼리는 엘 플로리디타)” 그 아래는 헤밍웨이의 서명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앞서 방문했던 LA FLORIDITA에 비해 헤밍웨이를 기리는 기념품은 적었다. 이곳에 정말 헤밍웨이가 LA FLORIDITA만큼 자주 왔는지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위에 적은 저 문구와 친필 사인, 헤밍웨이에 관한 정보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 바는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고, 이제 헤밍웨이가 즐겨 찾은 곳인지 진실 여부는 중요치 않았다. 모히또를 마시고 나와 간판과 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헤밍웨이의 모히또?
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
전문가 포스를 풍기는 대머리 바텐더                                          



숙소에 들어가기 전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주변은 트리니다드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와이파이를 쓰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사용하는 터라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렸다. 벤치에 앉아 카톡과 SNS, 인터넷 뉴스 몇 개를 골라본 후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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