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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Apr 01. 2022

16-4. 발길이 닿는 곳마다 예술

[아바나]

인테리어가 현대미술 그 자체인 레스토랑


이번에도 맵스미 평이 좋은 식당에 방문했다. 이곳은 ‘LA VITROLA’ 이라는 식당인데, 내부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식당이었다. 벽에는 온갖 인물 사진과 독특한 그림, 상품 로고들로 뒤덮여 있었고 천장에는 샹들리에와 자전거, 선풍기가 달려 있었다. 도무지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배치 구성이었지만, 자유분방하면서도 힙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이게 현대미술인가? 어렵다.. 액자 하나하나 살펴보니 헤밍웨이와 피델 카스트로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고, 체 게 바라와 존 레논이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헤밍웨이, 존 레논 그리고 체 게 바라.. 세 사람의 공통점은 쿠바 출신은 아니지만, 쿠바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는 점.



현대미술 범벅 인테리어
존 레논과 체 게 바라
각종 로고로 뒤덮인 매장
액자로 뒤덮인 매장
헤밍웨이와 피델 카스트로



메뉴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는데, 테이블에 놓인 음식 받침대가 LP판 디자인으로 되어 있었다. 매장 벽면을 채운 물품만큼 소품도 개성 넘치는 식당이다. 더 재미있는 건 칵테일이다. 맥주가 병채로 칵테일에 담겨 있었는데, 칵테일을 마실 때마다 맥주가 천천히 나오는 구조여서 넘칠 위험은 없었다. 센스가 돋보이는 건 또 있었다. 쿠바 샌드위치를 주문했을 때, 점원은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다. 우리는 한국에서 왔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쿠바 샌드위치에 꽂힌 깃발은 다름 아닌 태극기였다. 소소한 이벤트에 감동하고 맛에 한번 더 반했다. 생선을 통으로 튀긴 요리와 쿠바 샌드위치, 각종 닭고기가 나온 플래터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지금까지 아바나에서 평이 좋은 식당들만 방문했는데, 대체로 성적이 좋았다.



센스가 돋보이는 LP판 받침대
고진감래 하이브리드 칵테일
생선 통 튀김
쿠바 샌드위치와 태극기



성당과 혁명 박물관 구경


라 보데기타 옆에 있는 성당을 방문했다. 어젯밤에는 문이 닫혀 있어서 외관만 바라봤지만, 오늘은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바나 거리를 산책하면서 아담한 성당 몇 개를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대규모의 성당은 처음 봤다. 쿠스코에서 본 성당보다 더욱 유럽식 건축 양식이 짙게 묻어났다. 내부로 들어가서 더욱 자세히 감상했다. 뒷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젖혀 올려다 본 천장은 밖에서 바라본 것보다 훨씬 더 높은 느낌을 받았다. 코끼리 다리처럼 굵은 기둥과 화려한 샹들리에는 성당의 위엄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성당에 쓰인 색은 화려하진 않았다. 그러나 성당 내부 전체가 상아색의 시멘트로 투박하게 덮여 있어서 색과 여러 장식이 사용된 부분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마치 도로 위를 달리는 올드카를 보고 있으면, 무미건조한 도로 배경이 올드카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웅-장
더 웅-장
LA BODEGUITA DEL MEIDO가 보이는 골목



혁명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입장하기 전에 소지품을 입구 옆에 있는 물품보관함에 두고 들어가야 했다. 이곳에는 쿠바 혁명을 대표하는 두 인물, 체 게 바라와 피델 카스트로의 일대기부터 혁명에 참가했던 여러 인물들, 혁명 시기에 사용된 물건들과 혁명 진행 과정과 전투 기록물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체 게 바라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가볍게 알고만 있던 터라 체 게 바라에 관한 내용은 흥미로웠고, 나머지 내용은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하며 읽고 넘어가는 정도였다. 


관람을 마치고 창 밖 너머로 아바나 시내를 구경하는데, 갑자기 K가 물품 보관함 키를 창 밖으로 떨어뜨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박물관 곳곳이 공사중이었는데, 하필 열쇠가 떨어진 곳도 임시 칸막이가 설치된 곳 안 쪽이라서 외부인이 섣불리 들어가면 안 되는 곳처럼 보였다. B가 재빠르게 칸막이 틈 사이로 들어가서 열쇠를 주워 온 덕분에 해프닝은 일단락되었고, 무사히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


혁명 박물관 관람 후 박물관 근처 혁명 공원을 가볍게 산책하듯 걸으며 쿠바 혁명 당시 사용된 배와 전투기, 무기들을 구경했다. 혁명군이 타고 쿠바로 넘어온 배 ‘그란마호’도 있었고, 각종 전투기도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란마호는 강화유리로 보호되어 있어 자세히 볼 순 없었다.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쿠바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고, 역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산책할 겸 방문해도 좋은 곳이다.



2층 발코니에서 바라본 아바나 풍경
그란마호
혁명박물관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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