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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시 Oct 31. 2023

소설을 읽는 혼자는 소설을 읽지 않는 혼자와는 다르다

새벽북클럽 10월 모임후기 :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고

* [새벽북클럽]은 인천 송도에서 월 1회 진행되는 엄마들의 독서모임입니다. 새벽북클럽 시작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에 담겨 있어요.



새벽북클럽 10월 도서



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미국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의 '해안 습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이자, 카야라는 한 소녀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키워드(사랑, 성장, 가족, 살인사건, 나약함, 본성, 친구 등)들의 기똥찬 연결과 막바지까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스토리가 이 소설의 매력 포인트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쪽은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책이다. (무려 464쪽의 책...) 그러나 이 부분만 잘 이겨낸다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펼쳐지니 한번 도전해 보시라. 이토록 흡입력 높은 소설은 직접 빠져봐야 매력을 알 수 있는 법이니까.



새벽북클럽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


1️⃣ 카야는 늘 혼자였습니다. 카야는 외로울 때마다 자연을 벗 삼아 위안을 받곧 했는데, 비슷한 경험이 있나요? 혹은 외로움을 견디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노래를 들으면서 걸어요. 우울감이 있을 때는 몸을 움직이고, 햇볕을 받는 게 좋더라고요.

외로움이라는 감정 자체를 잘 몰랐는데 타지로 이동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외로울수록 가족을 더 챙겨가며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려 노력하는 것 같아요.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댁에 가서 멍 때리기를 많이 해서인지 지금도 멍 때리거나 걸으며 외로움을 떨쳐내는 것 같아요.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거라고 마인드컨트롤도 하고요.

20대에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혼자 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그때 우연히 만난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나요.

강아지와 산책을 하거나 자연을 보며 힐링하는 편이에요. 과거에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싫어서 사람들과 자주 어울렸는데 요즘은 외로움을 조금씩 즐기게 되는 것 같아요.

외로움을 정면으로 마주하려 노력해요. 책을 읽거나 마음이 통하는 소수의 지인들과 내 안의 답을 찾을 때까지 대화를 나누면서요.

식물을 키우는 것도 외로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2️⃣ (p.275) 저는 점핑아저씨, 메이블 아주머니를 보며 '인류애'를 느꼈습니다. 세상에 나를 위해 마음 써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인생을 잘 살아낼 수 있다... (어디선가 읽었던 문구인데....) 누군가를 돕거나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나요?


일단 발제자 분의 '인류애'라는 단어가 감명 깊었어요. 뚜렷한 에피소드가 생각나지는 않지만 늘 살아가는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20대에 지하철역에서 심한 생리통 때문에 쓰러지다시피 앉아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전혀 모르는 남성분께서 소화제를 비롯해 몇 가지 약이 담긴 약봉투를 제 옆에 놓아두고 가셨는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아줌마들의 상상의 날개를 펼친 뒷이야기까지...ㅋㅋㅋㅋㅋ)

대학시절의 보육원 봉사활동과 직장에서 연계한 후원활동을 했던 기억이 나요. 당시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 행동들인데 지나고 나니 이런 것들이 참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것 같아요.

대만에 여행 갔을 때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서 숙소에 못 들어가고 당황해하고 있는데, 기념품샵 주인분께서 가게를 닫으며 그곳에서 머물라고 해주셔서 고마움을 느낀 적이 있어요. 다행히 숙소 관리자분과 연락이 닿아 결국 숙소로 들어갔고요.

초등학생 시절 자폐를 가진 친구와 친구가 되어준 경험이 있어요. 시간이 한참 흘러 고등학생 시절 버스에서 다시 그 친구를 만났는데 여전히 저를 기억해 주더라고요. 그때 굉장히 다양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어렸을 적 막둥이 동생에게 마음을 많이 써주던 동네 대학생 언니가 기억났어요. 캐나다 여행 갔을 때 크고 작은 도움을 주던 사람들도 생각났고요.

회사에서 미혼모들이 교육받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둘이서도 키우기 힘든 아이를 혼자 키워내는 그들을 보며 그들의 용기를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지더라고요.


→ 마음이 따스해진 단어 '인류애'. 살면서 인류애를 느끼는 크고 작은 순간이 점차 많아졌으면 좋겠다. 시간이 흘러도 이렇게 우리 안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추억하다 보니 기분이 참 좋아졌으니까.



3️⃣ (p.222) 첫사랑에 대한 추억 한 스푼 추가해 봅시다! (or 테이트는 소설 안에만 존재하는 판타지적 인물일까요? 이걸로 남편과 다퉜답니다...-_-)


고1 때, 너무 부끄러워서 한 번의 데이트를 끝으로 헤어진 첫사랑이 떠올랐어요.ㅋㅋㅋㅋ

저는 첫사랑의 대상보다 그때 그 시절, 16화음 핸드폰을 애지중지 바라보며 문자를 보내고 답장이 왔는지 확인하려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 콩닥콩닥 설레던 기억이 나요.

고2 남자친구가 삼수를 하던 저를 기다리며 공부 열심히 하라며 '스탠드'를 선물해 준 기억이 나요. 수능이 끝나고 결국 연락은 닿았지만 지금 남편은 아니랍니다. ㅎㅎㅎ

첫사랑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고요, 착한 남편과 살다 보니 테이트 같은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는데요(웃음), 고등학생 때 학원에 같이 다니던 오빠가 겨울철에 눈 맞을까 봐 어깨를 살짝 터치해 준 설렘이 있어요.

테이트와 비슷한 사람이 첫사랑이었어요. 고1 동아리 오빠였는데 평소에는 과묵한 스타일인데 채팅을 할 때는 다정한 모습에 채팅하던 시간만을 기다리던 기억이 나요.

우리 모두를 빵 터트린 J님의 고백 : "저는 첫사랑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 ㅋㅋㅋㅋ


→ 한참 대화를 나누다 보니 첫사랑은 결국 그때 그 시절 우리가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사람은 이럴 거야'라며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잔뜩 머릿속에 그려놓은 내 상상 속의 인물.



4️⃣ 바블리코프 사람들은 카야를 '마시걸'이라고 부르며 차별합니다. 책에서 뿐만 아니라 여전히 인종차별, 성차별... 여러 차별이 존재합니다. 차별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우리 선에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 볼 만한 것들이 있을까요?


[차별이 일어나는 이유]

차별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국가가 생기며 차별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과시욕구, 욕망 이런 것들에서 차별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우월감, 소속감, 이기주의, 권력유지와 같은 것들 때문 아닐까요.

나와 겹치는 게 있어야 차별도 생기는 것 같아요. 그렇게 보면 결국은 '잃지 않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에 차별이 생긴다고 봐요.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 방안]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기

어렸을 적부터 아이들을 통한 다양한 교육 필요

다양성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자연스럽게 인식될 수 있도록요.



5️⃣ (+) 반전이 있는 소설이나 영화 등 인상 깊었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생존 서바이벌 프로그램 <피의게임>

영화 <식스센스>, <메멘토>, <인셉션>, <올드>, <숨바꼭질>, <인비저블 게스트>, <악마들>

소설 <수정의 인사>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B님의 센스 넘치는 5가지 발제문 덕분에 첫사랑 추억 소환부터 시작해 차별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까지 나누었던 새벽북클럽 10월 모임. 모처럼 8명 전원이 참석해 찐한 이야기들을 나눴고, 모임에서 K님이 읊어주신 아래 글 덕분에 '소설'에 대한 여운이 오래도록 깊게 남았다.


나는 혼자다. 당신도 혼자다.
연인이 있어도 혼자고, 연인이 없어도 혼자다.
결혼을 했어도 혼자고, 결혼을 안 했어도 혼자다.
다만, 소설을 읽는 혼자는 소설을 읽지 않는 혼자와는 다르다.
당신은 소설 읽는 혼자이길…….

- 성수선,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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