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과수 May 30. 2019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들

이제서야 깨달았다. 내 삶에 '일상'이 없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내 삶속에 '일상'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꼬박 1년이 걸렸다. 특별한 이유나 사건이 있어서도 아니었고 다른 날과 다름없는 출근길 버스에서 문득 깨달아 버린 것이다. 일상의 행복을 느끼던 감나무집을 떠나 이사를 하고, 새로운 직장에 입사를 했던 작년 5월. 그 이후로 1년 동안 거의 일에만 몰두했다. 타의가 아니고 자의였고 그래서 그 1년의 시간을 후회한다거나 탓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상했다. 자꾸 중간중간 '나'라를 사람을 무언가가 휩쓸고 갈 때, 그게 무엇인지 왜 그런지 조차도 찾지 못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아닌데 왜 생리는 여전히 불순이며, 일 이외에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허전했고 시간을 낭비하는 날엔 더 큰 공허함이 찾아왔다. 


"대체 너 왜 그러는 거야?"

이해가 되지 않는 날은 육성으로 스스로를 향해 묻기도 했다. 정말 궁금해서였다. 



일상 루틴이 필요해


그런데 불현듯 깨달은 것이다. 나에게는 일상이랄 게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출근이란 게 있으면 퇴근이란 게 있고, 그럼 퇴근 후의 삶도 있기 마련인데 1년간 거기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약속이 생기면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종종 여행을 떠나기도 했지만 그런 거 말고 어느 정도 루틴적인 일상 말이다. 퇴근을 하면 집에 가서 청소기를 돌린다던가, 평일이 어려우면 토요일에는 대청소를 한다던가. 이불 빨래는 2주에 한 번씩 한다던가, 주말에는 마트에 가서 장을 봐와서 집에서 밥을 해 먹는다던가. 집에서 무얼 해야 하고 하고 싶다는 그 생각을 안 해본지가 너무 까마득한 것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놓쳐서는 안 되는 일상 속 루틴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도 최소한의 중심을 잡아주는 삶의 뿌리가 되어줄 테니까.



취향 수집


더 나아가 '나는 나를 얼마나 아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는데 잘 모르겠는 거다. 더 정확히 말하면 모르는 게 아니라 뾰족하게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좋지 않은 기억력이 가장 큰 이유지만서도) 어딘가에는 습관적으로 기록해뒀을 테지만, 너무나 파편화되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정보를 제대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계속해서 업데이트해나갈 수 있다면 너무나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삶의 가장 기본인 의, 식, 주를 기반으로 현재 나의 삶을 점검한 뒤 취향을 더 단단하게 쌓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경험하면 좋을 것들을 차고 넘친다.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우리는 그러한 정보들을 통해 시간과 돈을 쓴다. 이왕 쓰는 거 제대로 쓰고 싶어 졌다.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수록 가치있는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일상 루틴 속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취향 수집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조금 더 나의 삶이 또렷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하나씩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대답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갑자기 퇴근이 기다려지는 걸 보니, 이미 반은 성공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