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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age Text Narrative Jan 01. 2023

애프터 <After Yang>

영화 '애프터 양'

애프터 양에서 그런 대사가 나온다. 테크노 사피엔스 (techno sapience)가 인간을 동경한다고 소망한다고 단정짓는 것은 지극히 인간다운 질문이지 않냐고.



우리내의 사피엔스는 대체로 스스로 대단하다고 여기며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촌스러운 욕망의 한방울까지 삼키면 다른사람의 아픔을 헤아리기엔 너무나 부족한 생명체가 된다. 하지만, 마치 그것이 무기인 마냥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져도 한사람의 마음을 가지지 못하는 것처럼…악력으로 꽉 쥔 손바닥안에는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차가운 공기의 덩어리만 남아있다.



양Yang의 기억에서 돌아본 양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욕망 보다는 그가 어떤 형상이던 양과 같은 페이지에서 또 같은 층에서 눈을 마주치고 연대하며 손을 잡아준 가족들의 따뜻한 공기의 덩어리가 있었다 - 아,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종종 ‘사랑'이라고 부른다. ���



양Yang이 미카Mica에게 알려준 그 노래(Glide)의 가삿말에는 심플한 멜로디가 되어 화음이 되어 자유롭게 날아다니기도 하고, 바람이 되기도 하고, 그리고 바다가 되기도 하는 양의 마음이 담겨있다. 기계인 양에게서 미카는 절대 차가워 지지않는 단단한 ‘사랑’을 배웠다.



어떤 책은 편안하게 누워서 읽었을 때 완성되기도 하고 또 어떤 책은 자세를 고쳐앉고 읽어야 완성되기도 한다.



권석천의 사람에 대한 예의는 계절의 코너마다 나를 찾아온다. “나도 별수 없다는 깨달음. 인간을 추락시키는 절망도, 인간을 구원하는 희망도 그 부근에 있다. 바라건대, 스스로를 믿지 않기를. 낯선 나와 마주치는 순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쉽지는 않은 일이다. 어찌할 수 없는 사고도 있다….그러니, 다만 기도할 뿐이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편하게 봐도 괜찮은 영화, 내 몸을 관통하는 영화, 그리고 몇일 동안 나를 다시 찾아와 잔상을 남기는 영화처럼.


After Yang은 재방문을 하는 시청각의 성질을 가진거 같다. “이 영화 좋았어, 추천.” 다음의 문장들은 확신의 찬 눈동자뒤로 고이 간직하겠지만, 추천 다음의 마침표는 거기서 끝이나지 않는다. After-After Yang. 그래서, 추천.


그리고 오늘부터 맞이할 열 두달은 따뜻하게 사랑으로 채워나가기로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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