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중학교 시절 친구 셋이 모였다. 거진 20년이 된 인연들이다. 석 달만에 만나 근황 이야기를 하며 어제 있었던 면접 탈락 이야기를 하니, 친구가 기분이 안 좋겠다고 하며 소개팅에 면접을 비유했다.
"내가 상대가 아무리 맘에 안 들었어도, 거기서 상대가 싫다고 하면 당연히 기분 나쁘지."
내 경우에는 맘에 들었던 상대긴 하지만, 비유가 딱 맞단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구하는 것과 소개팅을 하는 것은 사뭇 비슷하다. 서로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잘 보이고자 하는 잠깐의 만남으로 그 사람을 판단해야 되고, 아무리 그 첫 만남이 좋았다 한들 결국 연애를, 또 일을 시작하고 나면 애증의 관계가 되는 것도 그렇다. 소개팅을 많이 해보지도 않았지만, 몇 번했던 그 소개팅의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었는데 그래서 이번 면접 결과가 그랬나 싶기도 하다.
다시 먹고사는 고민이 시작됐다는 푸념에 두 친구 모두 같은 마음이라고 대답했다. 둘 모두 이름을 대면 모두가 알만한 직장에서 매니저급으로 일하는 입장에서도 뭘 먹고살아야 하는지는 고민인 것이다. 이 일을 영원히 할 수는 없지 않냐며. 생각해 보면 내가 직장인이던 시절에도 비슷한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이 시점에 브런치에 쓴 글이 세 번째로 다음 메인에 올랐다. 첫 번째는 퇴사날의 소회를 담은 "95번째 월급을 받은 날"이었고 두 번째는 어버이날 가게를 지키며 꽃집 딸내미의 마음을 담은 "금수저? 꽃수저!"였다. 그리고 엊그제 홍대입구역 약속을 가며 2호선에서 휘리릭 써낸 수영 이야기 "주5일 수영을 합니다"가 메인에 올랐다. 총 101개의 글 중 엄마의 편지를 올린 게 80개이니 내가 쓴 글 21개 중 3개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다음 메인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첫 번째 메인에 올랐던 퇴사글 이후에 12개의 글을 썼는데 그중 3개가 메인에 오른 점은 자유인 생활에 있어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약간의 흥분과 나도 잘하는 게 있다는 효능감을 주기 때문이다. 한쪽 문이 닫히면 그 반대편 문이 열리는 거라고 했는데 브런치에서의 글쓰기가 나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고 싶은 걸 하되, 생활인으로서 역할을 다하며 살고 싶다. 자기 주도적 삶에 있어 경제적인 측면은 절대 빼놓을 수가 없다. 전업 작가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써 돈을 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글쓰기를 좋아하던 사람도 그게 직업이 되면 글쓰기가 싫어질까. 나에게는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는 하루 1,500여 회의 조회수 그래프를 보며 작가의 꿈을 옅게 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