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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Jul 15. 2024

쓸데없는 고민, 그리고 중요한 일

 얼마 전 유튜브 쇼츠에서 줄이 길게 늘어선 커피숍 카운터 앞에서 메뉴 고민을 오래 하는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인터뷰를 봤다. 주변 상황에 대한 인식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과 작은 걸 고민하느라 크고 중요한 걸 고민하지 못한다는 점이 이유였다. 그때 커피값의 100배쯤이긴 했지만 어떤 걸 택해야 하나 고민하던 상품이 있었는데 그 쇼츠를 보고 바로 결정을 내려버렸다. 어차피 살 꺼라면 빨리 결정해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에 나름 만족 중이다.


 사실 지난주부터 고민하던 문제가 하나 있었다. 예전 회사 본부장님이 회사를 하나 소개해주시며 이력서를 내보라 하셨는데 그곳에서 얼른 면접을 봤으면 좋겠다고 네다섯 번 전화가 왔었다. 얼마 전 결과를 받은 회사에 가고 싶었고, 또 갈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이력서를 냈었고 해당 결과가 나오면 이후 면접을 보고 싶다고 의견을 냈었는데 실은 마음이 그렇게 동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합격 소식을 전했으면 좋았겠지만 떨어지고 나니 그 면접건을 어찌 해결해야 하는지가 일주일 내 고민이었다. 면접을 못 볼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맘을 먹었다가도 그래도 일할 수 있는 기회에 주어진다면 그 기회를 놓치는 게 맞을까 아쉬움이 들고, 본부장님께 폐를 끼친 건 아닐까 또 걱정이 들기도 했다. 결국 어젯밤 내내 고민을 한 끝에 본부장님께 잘 말씀드리고 면접을 못 보겠다고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을 정리하고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 통화를 눌렀는데 연결이 안 됐고 서너 시간이 지나서야 전화가 왔다. 면접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내 설명에 본부장님은 머쓱히 말씀하셨다.


"응, 그 회사 공개채용 형태로 그 포지션 뽑기로 결정했다더라."

"아, 잘 되었네요. 그럼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본부장님 감사합니다."


 이미 떠난 버스를 나 혼자 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것이다. 주변인 아주 여러 명에게 조언을 구할 정도로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고민이었는데 쫑을 내고 보니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떡 줄 놈은 생각도 안 하는데 떡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나. 하하하.


 솔직히 말하면 돈을 빨리 벌어야 하나 싶어서 그 회사 면접을 고민했던 것 같다. 두 달 반을 쉬니 통장잔고가 주는 게 눈에 훤하게 보인다. 퇴사를 준비하던 시점에는 이 시기를 나를 돌아보고 다음 업을 진지하게 찾아봐야겠어,라고 생각했지만 경력 8년 차에 갑자기 다른 업무에 뛰어들기가 두려웠고 솔직히 귀찮기도 했다. 기존 이력을 살려 면접을 볼 땐, 알러뷰 부동산을 외쳤다. 사실은 그렇게 애정이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도 헷갈린다. J는 어제도, 아니 맨날 이야기한다. 다른 걸 해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일 거라고. 그러니 뭘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절실하게 고민해 보라고. 행복해 보였던 삼천원 치킨 에피소드에는 생략되었지만 '절실하지가 않아'라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부정할 수 없어 괴로웠고.


 그런 관점에서 이번 주는 '나 알기'에 시간을 좀 써보려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처럼 느껴지지만 하다 보면 일말의 힌트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며. 어디 걸쳐져 있는 것도 없는, 쥐뿔도 없는 상태이지만 앞으로를 위한 더 큰 시급하고 중요한 일인 이 일을 내가 잘 해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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