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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May 11. 2024

퇴사 D+1,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OOOO에서의 생활도 어느덧 끝을 맞이했습니다.

어제 점심시간, 간단히 소회를 밝힐 시간이 있었지만 제대로 감사인사를 전하지 못한 것 같아 이렇게 그룹웨어에 접속해(아마 마지막이겠지요?) 몇 자 적습니다.

사과 본부장님!
모든 일을 해결하는 방식의 첫 단추는 결국 문제인식에 있다는 점을 본부장님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리고 맡은 마을 책임지고 끝맺음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지식이나 정보가 의미가 있을까? 란 질문을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난번에 못 들은 BTS 이야기는 다음번 만남 때 꼭 해주세요!

포도 팀장님!
팀장님의 열정으로 4개월간 많은 일들이 해결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감사한 점은, 훗날에도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라고 말해주신 점이에요.
회사에서의 인간관계가 쉽지만은 않았는데 팀장님의 따듯한 말씀에 앞으로 더 좋은 동료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복숭아 피엘님!
피엘님의 긍정에너지! 긍정의 힘이라는 어쩌면 뻔해 보이고 잊기 쉬운 그 말을 피엘님 덕에 4개월 동안 항상 환기했습니다.
저는 종교는 없지만 종교의 말씀이 이런 에너지를 주는 것이라면 교회를 한 번쯤 나가봐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ㅎㅎ
자칫 어둠 속에만 빠져있을 뻔한 지난 4개월, 피엘님의 밝은 웃음과 생각, 그 에너지가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레몬 매니저님!
정확히 현실을 직시하고 나태함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게 해 준 레매!
염려와 분노, 그리고 위트가 섞여있었던 서울숲에서의 대화들이 즐거웠습니다.
말은 무서워도, 사실 그 속에 후배들, 동료들을 아끼는 마음이 가득한 거 알고 있어요.

자두 선임님!
가끔은 길을 잃지만 그래도 언제나 잘 해내고자 하는 진심을 보았답니다. 저도 아직 어리지만 선임님 모습에서 저의 더 어릴 적 모습이 보여 가끔은 재밌었고 아련했어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되는 순간이 오더군요! 그때, '아! 그때 들은 이야기가 이거였구나!' 그럴 거예요.
짜증도 많이 냈던 것 같은데 군말 없이 서류들 잘 챙겨줘서 고마워요.

  
하룻밤을 지나고 나니, 어제 11층을 다녀온 후 성을 냈던 게 부끄럽네요. 좋은 말과 웃음으로 마지막 날을 장식했어야 했는데 아직 이렇게 어리숙합니다.
떠나는 이 시점에 아쉬움과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제 점심때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팀에 와서 보낸 4개월이 저는 정말 좋았습니다.
4개월 전 갑작스러운 인사발령이 당황스럽고 아쉬웠지만 이 시점에 좋은 결정이었다고 느끼는 것처럼, 이 아쉬움과 불안감도 곧 또 다른 결정적 순간의 시작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런 마음에서 아쉬움보단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인사드리고 싶어요.

다시 한번 함께 일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곧 또 좋은 모습으로 뵐게요!


24. 05. 01.

서울 서쪽 어딘가에서
마음을 담아 희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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