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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러브 Jul 24. 2024

애들아, 오늘 저녁은 치킨이야

치킨의 힘에 기대어하는 육아

주중엔 도서관에 간다.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난 후 오전, 나의 시간 활용법이다. 단순한 나나들이다. 새벽 5시에 기상한 후, 밀린 설거지를 한다.(저녁 먹고 난 후 설거지할 틈이 거의 없는 ㅠㅠ) 명상을 한다. 필사를 한다. 그리고 다시 엄마 페르소나로 돌아와 아침 준비를 한다. 며칠 전엔 해쉬 브라운을 만들었다. 감자가 싸서 한 봉다리 구입했는데 첫째가 좋아하는 해쉬 브라운이 생각났다. 파는 것보단 순한 맛이지만, 여하튼 만들었다. 감자를 쪄서 으깬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점성을 위해 전분을 넣었다. 비닐장갑을 끼고 으깬 감자를 조물락조물락해서 네모 모양을 만든다. 팬에 아보카도 오일을 붓고 뜨거워질 떄까지 기다렸다가 하나씩 퐁당하면 끝이다. 아침부터 불 앞에서 요리를 하려니 좀 피곤해졌다. 보통 아침엔 과일과 빵을 먹거나 샐러드, 요거트, 떡 등을 먹는다. 밥을 차려줘도 잘 먹지 않아 적당히 타협한 결과이다. 두 아이와 아이아빠의 입맛까지 맞추려니 별거 차린 것도 없는데 시간이 훌쩍 간다. 


아침을 차리고 나면,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다. 세탁기도 돌리고, 집안 정리도 필요하고, 청소도 해야한다. 오늘은 꼭 책장에 책들을 정리해야하지 결심하지만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 밀린 집안일 걱정에 도서관에 있어도 좌불안석이다. 첫째가 학교 끝나고 오는 시간은 2시 30분 전후. 그 시간 안까지 도서관에 있을 수 없다. 9시 30분에 도서관에 왔지만, 나는 집중할 수가 없다. 집안일 생각애 머릿속이 복잡하다. 엄마 역할을 벗어두고 잠시 나란 존재로 돌아가고 싶어도 못간다. 나는 나는 잃어버리고 있다. 겨우겨우 집중해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얼마 전 빌린 "야생의 숨결 가까이"(리저트 메이비 저/사계절)는 놀라울 정도로 집중하게 한다. 새덕후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주워들은 수많은 새들의 이름이 나열된다. 저자가 좋아하는 '칼새' 뿐아니라 검은머리흰죽지, 원숭이올빼미, 멧도요, 검은다리솔새, 연노랑솔새, 갈색제비, 흰턱제비 등. 아이 옆에서 도감도 틈틈히 보고, 새사진을 많이 봤더니 얼추 이 새들의 생김새들이 기억나거나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무너진 내 삶도 아이 덕분에 알게된 조류의 세계를 통해 서서히 일어서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자연의 방식'에 의해서일까. 그렇게 책에 빠지다보니 12시가 됐다.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의 집중이라 이정도면 성공적이다. 하지만 집중하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부랴부랴 가방 챙겨 나올 때는 아쉽기 그지 않다. 집안일만 아니면 좀더 있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다. 한 자리에서 소설을 다 읽고 싶지만 그것도 불가능하다. 집안일이 쌓여있고, 1시간 반 안에 해결해야한다. 곧 아이가 올 테니까. 첫째가 오면 좀더 집안일을 하다가 둘째 하원길에 오른다. 줄넘기 학원에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남은 집안일을 한다. 저녁도 미리 준비한다. 곧 학원차로 아이가 올 것이다. 카운트다운을 하며 산다.


최근들어 1시간도 채 집중하지 못하고 도서관 책을 순례하다 집으로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때마나 나를 얼마나 자책했는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만들어야지하면서도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절망에 가까워지는 삶을 살았다. 어느날은 숨도 잘 쉬지 않았다. 온 몸이 부워오르는 기분이었다. 신경을 날카로워졌고, 아이들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바로 행동을 이행하지 않으면 잔소리를 퍼부었다. 그러다  시무룩해있는 아이 표정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그 눈물 속으로 내가 사라질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런 날엔 식사에 대한 고민을 버려야한다. 식생활 관련하여 아이들에게 몸에 좋은 음식만 만들어주는 분이 있다. 그분과 이야기하다가 그저 놀라고 또 놀랄 뿐이었다. 환경 운동 관련하여 그런 신념이 있는 분이 아니라 오로지 아이들을 위해 대부분의 음식들을 다 만들어 먹인다는 것이다. 김치도 종류별로 만들고, 치킨도 만들고, 아이스크림까지 만들어서 준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려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재료 손질에 드는 시간도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그분에 비해 나는 좀더 노력하지 못한 것 같아 어느 때는 아이들에게 미안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드 인으로 시작되는 엄마표 요리를 위해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타협만이 살 길이다로 모토를 내세웠다. 


물론 그렇다고 요리를 하지 않는건 아니다. 대부분 만들어 먹인다. 하지만 치킨이나 아이스크림은 사서 먹인다. 올 여름엔 철판 아이스크림을 집에서 만들어먹었는데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뒤처리에 있어 뒤꼴 당기는 경험을 했다. 매일은 못한다. 자주는 못한다. 가끔은 해보자로 타협했다. 가공식품 안먹이는 노력을 최대한 하고(햄이나 소시지 등), 초딩들의 워너비 간식, 라면이 먹고 싶은 첫째에겐 두 달에 한 번으로 타협을 봤다. 그외 기름은 아보카도 오일, 장류나 소스류를 생협에서 구입하고, 설탕보다는 알루루스를 사용한다. 고기나 계란도 생협을 이용하고 싶지만, 많이 사서 쟁여두기 애매한 식재료라 그때 그때 수급한다. 최근엔 난간번호 1번 계란을 사고 있다. 계란 껍질이 더 단단하다. 계란비린내도 좀 덜한 것 같다. 이런 방식으로 먹인다. 나물류는 직접 만들고, 국도 끓이고, 그외 고기는 양념을 직적하거나 그냥 구워먹이거나. 그럼에도 아이들은 다양한 종류의 요리를 먹고 싶어한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기력이 달리는 때가 온다. 그때는 그냥 치킨의 위력에 기댄다.


"애들아, 오늘 저녁은 치킨이야."

"오케이"


아이들의 환호가 시작된다.


"우리 어떤 치킨 먹을까?"

"허니콤보!"

"난 ㅋㅋㅋ 치킨!"

"아니 난 양념!"


치킨으로 대동단결하는 육식공룡 첫째와 채식공룡 둘째. 그래, 엄마는 오늘 밥만 할게. 반찬은 냉장고에 있는 걸로 수급하고, 치킨을 메인요리 삼아 저녁을 해결한다. 설거지도 그만큼 준다. 나는 몇 조각 먹지 않지만 아이들이 먹는걸보면서 진짜 엄마가 된 나를 새삼 깨닫는다. 치킨이 나를 구원하사 오늘 저녁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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