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022년 맞습니다
약 10년 전 수습기자 시절 받았던 월급 180만원
당시도 월 200만원을 못 받는다며 툴툴댔는데, 2022년 30대 초반 독신 청년으로 살아가는 이 시점에 실수령액 170이 말인가 막걸리인가 똥인가 방귀인가
선배 공직자들은 5년만 지나면 살만해 질 거라고 말하지만 200 언저리, 경력 20여년을 자랑하는 계장까지 묵묵히 일만 해도 월급이 이것 저것 떼고 실수령 300 언저리인 것을 생각하면, 수십년 간 한곳에 몸 바친 대가가 이정도인가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연금도 개혁에 개혁을 거듭해 국민연금과 나란히 하게 되었고(기여금은 두 배 아닌가) 대출도 시원찮지 돈만 생각하면 영 힘 빠지는 일이지 싶다
물론 값으로만 매기기 어려운 다양한 복지나 사회적 인식(성실함…정도), 신분안정이라는 무시 못할 장점이 있지만 이곳도 역시나 생업의 현장이요 가장의 분투지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직이나 크고 작은 복지제도를 생각하면 꽤 괜찮은 직장인가 싶다가도, 따지고보면 요즘 웬만한 회사에서도 지원되는 수준 아닌가 싶다. 복지포인트나 진료비, 숙박비 일부 지원 같은…금액이 절대 크다고 할 수 없다(!)
- 아래는 약간의 비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사실 공직에 들어오기 전에는 돈이나 성과에 큰 욕심 없이 가늘고 길게 일하고 싶은 한량의 최적의 일터라고 생각했는데…이곳에서도 근무 성적을 평가해 성과급이 동기별로 2배 이상 차이나고, 휴직하면 그만큼 승진에서 밀리고 일부 휴직에서 본봉의 절반 내외로 얼마간 급여가 지급되지만 일단 나와는 관련이 없고 호봉 인정도 안 되며…(중략)
무엇보다 관료제 오브 관료제, 수직적 조직의 끝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피부로 느낀다. 1부터 10까지 모두 보고하고 문서로 남겨야 하기에 작은 절차부터 불필요한 행정소모가 심해 탁상행정이 되는 게 아닌지…뭐 그만큼 확실한 체계와 책임에 대한 이점도 있을 것이다.
- 불평불만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
요점은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데, 그에 비해 급여가 현실과 동떨어져있다. 뭐 이런 넋두리랄까
내가 미혼이기 때문에 더 혜택이 없는 것도 있다.
아이가 있는 동료 분들은 만족하며 근무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니 30대 독신 청년이 최저생계비로 먹고 살며 울부짖는 모습… 정도가 되겠다.
이직은 그만하고 싶고 그저 안정되고 싶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고, 물욕은 조금 다스리면서 그렇게 야금야금 살아가야지 하면서도 직업적인 면에서 좀 더 그럴싸한 이유를 찾고 싶은 욕심은 남는다.
돈이 적다. 보람은 있는가? 좀 애매하다.
결국 찾는 이유는 ‘안정’이다. 사조직에 다닐 때도 잘릴 걱정을 한 적은 없지만 회사가 없어질 위기라면 할 말은 없다. 이직은 꽤 귀찮은 일이기에…
친구에게 투덜거렸더니 ‘바깥 세상’은 더 험난하단다. 공무원은 온실 속 화초니? 반문했지만 거의 매일 자정 무렵까지 야근을 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분기별로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는 친구에게 더 이상의 할 말은 없다.
다른 것보다도 자기가 한 선택에 불평불만 하는 것만큼 멋 없는 건 없다. 내가 선택한 곳에서 내게 가능한 선에서 누리고 즐기고 분투하다가 도저히 못 살 것 같으면 다른 대안을 또 선택하면 된다.
20대 중반 이직을 고민할 때 써 두었던 메모다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투정만 부릴 수는 없지. 입기 싫으면 바꿔입거나 홀라당 벗으면 된다.
‘선택’하면 ‘책임’인 만큼 ‘삶’하면 ‘시도’다.
용기 있는 사람에게 ‘언제든 다시’라는 길이 있다.
30대 초반이 된 지금 새로운 선택을 했고, 이또한 치열한 시도 끝에 얻은 성과다. 적은 봉급에 놀랐지만 꽤 어울리는 옷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원하는 게 이직이 아니라면 주어진 환경을 잘 가꾸어 살 만하게 만들어 나가는 게 미션이다.
월 170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몇 달 전 열심히 적다 덮어둔 가계부를 다시 꺼낼 때가 됐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