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마틴의
디자인 씽킹 바이블
디자인 씽킹 바이블 1편: 분석과 직관의 균형에서 언급했던 지식 생산 필터 단계를 거쳐 지식을 고도화하는 과정은 직관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가 균형을 이루는 과정이다. 맥도날드는 이 과정을 거쳐 혁신과 효율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이러한 디자인 씽킹이 조직 속에서 항상 잘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필자는 그 균형을 유지하기란 어려운 과정이라 말하고 있다. 그것을 크게 3가지로 정리해 본다.
분석적 사고는 비즈니스 '관리(management)'에 초점을 두며, 주관적인 판단, 선입견이 아닌 과거의 데이터와 숙련도로 지식을 체계적으로 가공하고 다듬는 것이 목적이다. 사업을 진행할 때 계량화되고 세심하게 쪼개진 단계를 거쳐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분석적 사고는 과거에 검증되어 온 필연과 진리에 의존하는 연역/귀납적 추리에 기반한다. 무수히 반복되는 엄격한 분석과정으로 만들어진 단순하면서 체계적인 코드와 시스템에 숙달된 효율성을 중시 여긴다. 그렇게 완성된 시스템 안에서 관리 및 운영에 초첨을 맞춘 개선 작업만 유지할 뿐이다. 이는 안정감에 속아 혁신의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분석적 사고 중심의 비즈니스 운영은 아무런 환경 변화가 없을 땐 문제없으나, 또 다른 '미스터리'를 발견한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거나, 주어진 환경을 뒤집을 만한 큰 변화가 있을 시 쉽게 대체될 수 있다.
<예시: 시장 변화를 놓친 모토로라의 몰락>
모토로라의 레이저 시리즈는 일반 휴대폰 부문에서 전 세계에 걸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 결과 저렴한 생산 비용과 막대한 판매량 그리고 전 세계 규모의 체인을 거느린 거대한 사업 운영 구조로 만들었다. 레이저 시리즈의 성공에 안주하여, 경쟁사의 첫 스마트폰이 출시 당시 일시적인 현상이라 판단하여 크게 의식하지 않았고, 클래식한 요소의 일반 휴대폰에 의존하는 실수를 범했다. 추후 스마트폰 열풍이 가속화되면서, 모토로라는 미래에 대한 준비 미비로 예전과 같은 명성이 사라지게 된다.
신뢰성 편향은 주관적인 생각이나 판단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관성 있고 예측가능한 결과들을 산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 책에서는 혈액검사 과정에서 다수의 동일한 검사 결과에 집중하는 것을 신뢰성 편향의 예로 든다. 검사 결과에서 나오는 아웃라이어(Outlier)를 배제하고. 비논리적 데이터에 관심을 버려 검사 대상을 반복 측정할 수 있는 범위로 축소하여 얻는 것이다.
고도로 훈련받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알고리즘을 적용해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추구한다. 이는 오차가 초래하는 비즈니스의 위험성을 감소시키지만, 미래가 과거와 비슷하지 않거나 기존의 알고리즘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게 될 큰 변화가 일어났을 시 위험을 증폭시킨다. 신뢰성은 최소한의 위험을 지향하기 때문에 안정감이 있고, 예상이 가능하나 비즈니스가 진부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비즈니스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조하기 어렵다. 분석적 사고의 특징 및 추구하는 바와 유사하다.
<예시: 정교한 ERP 소프트웨어와 품질 경영 기법 식스시그마>
세일즈 포스와 같은 CRM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은 고객이 정확히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이 어떤 상품을 구매하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무엇을 더 판매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부문에서 발생하는 불량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경영 기법인 식스시그마를 통해 품질을 관리한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와 경영 기법은 과거의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하여 미래에 대한 과학적 예측을 하며, 신뢰성을 추구하는 행동의 일환에서 나온 기술적/통계적 시도이다.
기존 관념과 경험 그리고 정보에 휩싸여 지식 생산 필터 현 단계에 안주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최소한의 위험으로 현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다른 경쟁자에 의해 쉽게 대체 가능하다. 안주하려는 사고방식은 현 지식수준 안에서 조금 획기적일 순 있으나, 지식의 발전과 혁신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는 패착을 보인다.
단계별 예를 들면, 미스터리 단계에서는 그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선언하고 외면하는 것을 말한다. 경험법칙 단계에서는 암묵적인 경험이 풍부한 경영진 또는 전문가들이 대체될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체계적인 알고리즘으로 표면화하지 않고 독점하는 현상을 예로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알고리즘 단계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통해 가져다준 이익의 안정감에 취해 새롭게 등장한 의문을 탐구하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예시: 건강한 패스트푸드, 서브웨이의 등장>
맥도날드의 패스트푸드 비즈니스는 초기부터 건강에 관한 문제를 옆으로 제쳐두었다. 이와 반대로 서브웨이는 '건강한 음식'이라는 이슈를 가치 제안의 중심에 두었다.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걱정이 늘어나자, 서브웨이는 신선한 재료와 저지방 음식으로 손님들을 유혹했다. 나중에 맥도날드 역시 더 건강한 메뉴를 개발하여 제공했지만 그 과정은 험난했다.
3가지 방해 요인의 공통 키워드는 '안주'이다. 데이터가 주는 안정감, 알고리즘 수준으로 올린 과학적 관리가 주는 안정감, 지식 생산 필터 각 단계에 머묾으로써 오는 안정감에 '안주'하는 것이다. 위 요인들은 다른 측면에서 충분히 장점으로 작용되는 요소들이다. 안정감을 주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순간을 최대한 길게 유지하려고 마음먹을수록 그만큼 변화도 없을 것이며, 변화가 없는 비즈니스는 오래 살아남기가 힘들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토스 사례를 통해 개인과 조직에서 디자인 씽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정리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