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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Mar 30. 2022

꽃을 자르며
인생도 잘라내기로 결심했다.

컨디셔닝이 필요해✿

올해 들어 꽃을 배우기 시작했다.

취미반 플라워 레슨은 총 6개 클래스로 이루어져 있어 매달 한 개씩 들으면 상반기 안에 하나의 과업을 달성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1월 말에 첫 수업을 듣고, 3월이 지나기 직전에서야 두 번째 수업을 듣게 되었지만 말이다.


오늘, 두 달 만에 꽃을 만졌지만 그래도 두 번째라고 첫 수업보다 훨씬 수월했다.

가장 수월해진 것은 컨디셔닝. 쉽게 말하면 꽃을 자르고 잎을 뜯어내는 작업이다.

꽃을 튼튼하게, 싱싱하게, 오래 예쁘게 보기 위해 필수적이고 중요한 일이다.


 번째 꽃바구니 만들기 수업에서 나는 컨디셔닝이 가장 어려웠다.
날카로운 꽃가위로 굵은 줄기를 싹둑 잘라내고, 손으로 여린 잎들을 뜯어내는 것이 불편했다.
가위 자국이 남은 줄기를 만지며 연신 '에구구구' 소리를 냈고 잎을 뜯어내며 '너무 아깝다. 아이고 안’ 소리 어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플로리스트 선생님은 이런 모습을 보고 단번에 내 MBTI를 맞추셨다. 다양한 사람과 수업을 하다 보니 꽃을 선택하는 취향, 만지는 손길만 봐도 대충 성격이 짐작 간다며.

오랜 시간 예쁘고 싱싱하게 해 주기 위한 것이니 잘라내고 뜯어낸 것들에 대해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



오늘 두 번째 화병 수업에서는 컨디셔닝이 훨씬 쉬웠다.
화병은 꽃바구니보다 입구가 좁아, 꽃과 풀들이 서로 엉켜 힘들게 하지 않으려면 잔줄기들을 과감하게 잘라야 했다.

소량의 물을 머금고 있는 플로랄폼이 아니라  많은 양의 물에 꽃과 풀을 직접 꽂아야 했기에 쉽게 무를  있는 여린 잎들을 모두 뜯어내야 했다.

 번째 수업에 비해 책상에 남은 초록 흔적이 훨씬 많아졌다.


여전히 줄기를 자르며 "아이코 미안!" 잎을 뜯어내며 "이렇게 여린 아기 잎인데 미안!"이라고 했지만

컨디셔닝에 드는 시간이 훨씬 적어졌다.

"두 번째 수업이라 그런지 컨디셔닝을 잘하시네요"라고 칭찬하시는 선생님께

"튼튼하게 싱싱하게  주려면 어쩔  없잖아요"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집에 돌아와,  취향이 물씬 느껴지는 너무나도  같은 화병을 선반 위에 두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나의 매일매일, 나의 인생에도 컨디셔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을 한 줄기 잘라내고

쓸데없이 앞서 나가는 걱정들을 툭툭 뜯어내고

친해질 필요 없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잘라내고

지난 것에 대한 후회와 미련을 떨구어 내자.

그렇게 컨디셔닝 하면 나도  화병의 꽃들처럼 ‘오래 튼튼하고 더 싱싱하게 예쁠'  있지 않을까?


올해 들어 꽃을 튼튼하게 해 주고 더 오래 싱싱하게 아름다울  있도록 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를 튼튼하게  주고  오래 싱싱하게 아름다울  있도록 하는 법도 알아가고 있는  같다.


꽃 같이 아름다운 나, 더 튼튼하고 싱싱하고 싶은 나를 위한 두 번째 플라워 클래스가 끝났다 :)


더 오래 오래 함께 예쁘게 있어주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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