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deal with my black dog
나는 대체적으론 삶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가지만, 어느 한순간, 특히 몸이 아플 때 가끔씩 마주해야 하는 힘든 감정들이 있다. 삶이 의미 없고 모든 것에 절대적인 것은 없고 모든 것에 화가 나고 의지할 곳이 없다고 생각되며 절망적인 것 같은 기분. 사실 그럴 땐 여기에 적는 것보다 훨씬 더 부정적인 기분에 압도되어 혼자 있기가 두려운 시간들이 있다.
그럴 때 마치 거대한 파도에 떠내려 가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나를 본다. 사실 과거의 나는 몇 번 떠내려 갔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세월이 나에게 주었던 답은 파도를 맞긴 하지만 거기에 떠내려가지는 말고 있는 힘껏 주위의 나뭇가지를 붙잡으라는 것이었다. 언젠가 이 파도는 잠잠해질 것이라는 것을 믿으며.
천천히 걷는다. 음악을 듣는다. 햇볕을 쬔다. 웃긴 동영상(유튜브에서 와썹맨 강추)을 본다. 그림을 그린다. 아이를 안는다. 뽀뽀를 한다.
정신없이 바빴던 나날들, 연달아 통지되었던 논문과 grant의 acceptance 메일, 떠오르던 연구주제들과 cowork들로 내가 살아지는 것 같았던 느낌들이 한순간 어그러지는 듯했다. 과연 내가 살고 싶었던 게 이런 삶이었을까, 내가 진짜배기로 살고 있는 건가라는 의심이 고개를 내밀었다. 내가 결국 원했던 것은 충만한 삶(fulfilled life)였는데 내가 어느 순간 그것을 잊은 것은 아닌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나를 걱정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던 직장동료들이 있었다. 출근하니 기꺼이 시간 내주어서 힘든 마음을 토로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다. ‘일’이 잠시 중단된 곳에서 ‘관계’는 비어 버린 것 같은 마음을 어느 정도 따뜻하게 보호해주고 있었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을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내 삶의 의미는 어디 있는 거였을까. 힘들었던 석박사과정과 생존자체가 문제인 듯 보였던 유학생활 고비고비마다 나를 지지해 주던 그 따뜻했던 사람들이 있어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삶의 의미는 그리 단면적인 문제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