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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성 Feb 19. 2024

EP.01 뭐 해야 할까?

간호사 그만두고



1월 31일부터 지원을 시작했다. 이번 퇴사 후는 놀고먹는 기간이 되어선 안 됐다. 이제 내겐 여유 자금도, 자격증이나 이직을 위한 공부의 필요성도 없다. 내게 필요한 것은 돈이었다.


그러나 실행력을 발휘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연락이 온 곳은 단 두 곳이었고 면접 본 후로 감감무소식이었다. 첫 번째는 아트박스. 진열 파트타이머였다. 이력서를 출력해서 시간에 맞게 도착했다. 매장 카운터에 있는 사람에게 면접을 왔다고 하니 매니저를 불렀다. 매니저는 나를 곧장 어느 공간으로 데려갔다. 휴게실이었다. 


태블릿으로 이력서를 찍더니 소파에 편하게 기대앉아 비스듬히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내게 자기소개를 시켰다. 자기소개를 시킨다고? 좀 당황했지만 하나도 그렇지 않은 척, 무난하게 몇 마딜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은 직장 한 곳 한 곳 그만둔 이유를 물었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마지막 질문은 일을 함에 있어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이었다. 꼼꼼함과 우유부단을 선택해 말했다.


합격자 발표는 일주일 뒤인 2월 13일. 

연락은 오지 않았다. 

잘 됐다 싶었다. 아트박스는 매니저가 중요하다고 하던데 면접자가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말하고 있는데 관망하듯 다리 꼬고 앉아 있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소품샵 바코드 작업자. 여긴 아트박스와 가까워서 하루에 두 곳을 볼 수 있었다. 일단 문자에서 친절함을 느껴 꼭 하고 싶었다. 아트박스 면접을 보고 걸어가니 시간이 남길래 바로 앞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면접 장소로 올라갔다. 늘씬하고 소품으로 잘 꾸민 듯한 이미지의 여자가 나를 반겼다.


내가 할 일은 상품이 매장으로 나가기 전 수량을 파악하고 바코드를 찍어 가격을 부착하는 작업이었다. 스티커를 파는 곳이라 작가가 만든 스티커를 보내주면 분류하는 일이었는데, 비슷한 것들도 있어 섬세하고 꼼꼼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분은 MBTI도 물어봤다. 일 특성상 J를 선호하는 듯했다. 다행히 난 파워 J였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2월 19일. 퇴사 3일째.

어제는 쿠팡 알바 신청을 했고 오늘은 미리 약속돼 있었던 학원 채점 알바 면접을 보고 왔다.

학원은 초등생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곳인데, 나는 그곳에서 시험지 채점을 하는 일을 하면 됐다.

원장님은 남자였는데 인상이 좋고 말투가 부드러워서 괜찮았다.

내가 할 일을 설명해 주시고 출근할 수 있는 날짜를 이야기했다.

전 근무자와 날짜 조율 후 연락해 준다고 했는데 안 올지도 모르겠다. 거의 확정 느낌이지만 다른 면접자가 

마음에 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쿠팡 알바는 어제 오후에 신청했는데 오늘 14시가 다 되어서 문자가 왔다.

TO가 아직 없어 대기인원이며, 오늘 오후 7시 30분까지 결과를 기다리라는 내용이었다.



발등에 불 떨어진 프로퇴사러. 채점 알바와 쿠팡 알바는 할 수 있게 될까?










간호사 그만두고 뭐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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