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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얼 Haneol Park Aug 07. 2022

내 인생 영화 '코렐라인'

오늘의 생각 #36


'코렐라인 : 비밀의 문' 포스터

현실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것이지만

환상은 잠시 꿈처럼 좋다 영원히 그 꿈속에 혀 악몽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상상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허상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 때문에 목말라야만 하는 저주다.

혼을 뺏어버릴 함정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희생하게 만드는 단적인 게임이다.


영화 '코렐라인' 속 주인공 코렐라인은 10대 소녀로, 부모님의 회사 일 때문에 외지 구석에 처박혀있는 150년 된 낡은 대저택 'Pink Palace'에 이사를 오게 된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없고 뭐 재미것도 없는 지루하고 공허한 낡은 집에서 늘 뾰로통한 코렐라인.

부모님마저 일 때문에 바쁘다며 자신을 신경 써주지 않는 것 같 현실 만이 가득하다.


상황은 누구에게나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우리도 이렇게 불만족스러운 현실 속에서 종종 괴로울 때가 있다.

현실은 늘 좋았다 나빴다 하는 것이니까.

누구에게나 그럴 때가 기에... 왠지 공감되는 인트로였다.


어느 날 밤, 자려고 누운 코렐라인은 저택의 숨겨진 작은 문을 발견하게 되고

그 건너편에는 맛있는 치킨, 좋아하는 망고 쉐이크를 만들어주며 친절하고 자기만을 위해 열심히 놀아주는 딴 세상 엄마와 아빠를 만난다.

재밌고 행복한 이 공간과 사람들에 매료된 코렐라인은 매일 밤마다 찾아가는 것으로 모자라 이젠 대낮부터 그 작은 문을 찾는다.


그러나 꿈같은 순간은 잠시뿐, 그 가짜 행복의 본색이 드러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건너편 세상 속의 엄마는 사실 순수한 아이들을 유혹해 눈과 영혼을 빼앗 그 힘을 통해 환상적인 가짜 세상을 창조해내는 마녀였다.

그 힘이 있어야만 마법을 부리며 자신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괴물 같은 존재였다.

코렐라인은 가까스로 그 가짜 세상에서 탈출하지만 어김없이 코렐라인의 눈과 영혼을 빼앗기 위해 마녀가 본색을 드러내는데, 진짜 엄마 아빠까지 인질로 잡아 코렐라인을 협박한다.

도망치는 것이 잠깐은 해결 방법이 되어주었지만 결국 아무도 없는 텅 빈 대저택에 혼자 놓인 코렐라인은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마녀와 맞서 싸우기로 한다.


늘 짜릿한 게임을 좋아하는 것 같았던 마녀의 성격을 이용해 코렐라인은 또 하나의 게임을 제안한다.

자신이 그동안 마녀가 뺏었던 아이들의 눈을 되찾아볼 테니 한 번 숨겨보라고, 보 찾기를 해보자고.

자신이 그 눈들을 다시 되찾으면 불쌍한 아이들과 자신의 부모님을 풀어달라고, 그 대신 찾지 못하면 자신도 눈과 영혼을 마녀에게 바치고 영원히 이 가짜 세상 속에 갇혀주겠다고.


이웃 주민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길고양이의 도움을 받아 용감하게 맞서 싸운 코렐라인은 마녀와의 게임에서 승리한다.

혼자서라면 분명 실패했겠지만, 고양이의 도움이 정말 컸다.

역시,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사실은 마녀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마력을 잃어가고 있어 마음이 급했던 끈질기게 버텨내는 코렐라인이 조금 유리했을지도 모른다.

끈기와 시간이 해결해줄 때도 있다는 것일까.


그러나 그 게임은 답이 정해져 있는 게임이었다.

졌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코렐라인의 눈을 빼앗으려 혈안이  마녀.

사랑한다는 말로 속삭이고는 소중한 것들을 빼앗으려 노력한다.

"사랑은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야."

진짜 사랑과 가짜 사랑을 구별할 줄 알았던 코렐라인.

오히려 거짓말로 마녀를 속이고 필사적으로 도망 원래 세계로 돌아오고, 마력을 전부 잃어버린 마녀는 더 이상 아이들과 코렐라인의 부모를 잡아둘 수가 없었다.

결국 모두가 풀려났다.


모든 걸 희생해야 할 뻔했을 정도로 현실은 소중한 것이었고, 필사적으로 도망쳐 했을 정도로 환상은 끔찍한 것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던 코렐라인은 진짜 부모님과 함께 정원을 가꾸며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부모님이 조금은 무심해 보일지라도, 현실이 조금은 초라할지라도, 사실은 자신을 정말로 아껴주는 것들이었다.


물론 찝찝한 구석이 있다. 마녀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 것 같은 징조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라졌지만, 이미 그런 것들을 겪어버린 코렐라인에게 평생 조금씩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미의 연출일 수도 있겠다.

우리가 겪은 것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니까.

좋은 것들이건 싫은 것들이건, 기억 속에 남아 잔재하 끊임없이 우릴 변화시키니까...


현실과 환상의 간 속에서 괴로울 때마다 이 영화를 보면 나도 생각이 잘 정리된다.

내가 꿈꾸는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 것을 탐내면 어떻게 될지를 표현해주는 영화.


매년 챙겨보는 내 인생 영화,

코렐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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