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한얼 Haneol Park May 12. 2024

죄책감

오늘의 생각 #88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게 되었을 때,

내 잘못된 판단으로 실수를 저질렀을 때,

배려랍시고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선택을 했을 때,

스스로를 너무나도 미워하 나를 다.


객관적으로 그렇게 큰 잘못도 아니고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내 실수 하나하나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과대해석하게 된다.

정작 남이 나에게 실수한 건 뭐라 하지도 않고 복수도 안 하고 어떻게든 용서해내야 말면서.

미련한 엄마를 보면서 답답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내가 정말 똑 닮았다는 걸 깨달았다.


내게 피해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건 질리도록 연습했는데 아직도 어려운 일이라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나 스스로를 용서하는 건 연습한 적도 별로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더욱이 어려운 일이다.


일단은 모든 걸 단숨에 하려는 욕심부터 내려놔야겠다. 어떻게 한 번에 받아들이고 한 번에 괜찮아지겠는가.


슬픔의 5단계가 생각다.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


슬픔을 받아들이는 속도나 순서에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부분 저 5단계를 비슷하게 거치는 것 같다.


부정

내가 사람에게 그런 피해를 주다니... 내가? 말도 안 돼. 아니야, 어쩔 수 없었다고. 나도 아직 어리고 처음 겪어보는 일이잖아.


분노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나? 더 양심 있게 더 솔직하게 더 현명하게 굴 수는 없었던 거야? 나 왜 이렇게 이기적이고 나약한 거지? 왜 그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거지?


타협

그래, 내 이야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도 다 그 정도는 너무 죄책감 가질 필요 없고, 미안해하고 반성하고 사과한 걸로도 충분하다고 했어. 애초에 그쪽도 내 사정 그렇게 신경 쓰지도 않아. 그리고 현실적으로 지금으로는 잘못된 선택 같아 보였던 내 행동 덕분에 오히려 일이 더 잘 풀릴 수도 있고, 어떻게 될지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일이야. 인생사 새옹지마잖아.


우울

이제는 생각만 해도 힘이 축 빠지고 우울하다. 계속된 죄책감과 불안감에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어 무기력한 상태가 된 듯하다.


수용

시간이 지나서 다 지나간 일이 된다면,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오겠지.



아직도 내가 실수할만한 일이 남아있고 아직도 내가 더 깨져봐야 하는 일이 남아있고 아직도 내가 처음 겪는 일이 남아있다는 건 아직도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라는 뜻이겠지.


분명한 건, 모든 일 속에서 배울 점을 찾고 책임감을 가지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태도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시간은 언제나 내 편이라는 것이다. 시간은 우리가 늘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고이지 않고, 늘 흐르는 맑은 강물 같은 사람이 되자. 가끔은 죄책감 같은 커다란 돌에 부딪힐 수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흐른다면 그마저도 깎고 깎아 부드럽게 만들어 편안하게 흘러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려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