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한얼 Haneol Park
Sep 23. 2024
달이 유난히 크게 뜬 밤
자정에 가까워지고 있어
어김없이 내일이 오겠지
하지만 나는 너와 이별한 날에 두고 온 것들이 있어
아직도 거기에 머무르는 것들이 있지
달이 유난히 밝게 뜬 밤
미스테리였던 모든 것들을 밝히는 밤
그곳에 두고 온 내 정신과 영혼이 말해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안개가 걷히듯이
어떤 존재가 말을 걸듯이
난 깨닫지
뜨거운 여름은 다 가버렸는데
바람은 이렇게나 달라졌는데
너는 왜 아직도 거기에 있냐고
네가 원하는 게 뭐야?
깨닫지도 못했던 소원을 앞에 두고
원하지도 않는 것 때문에 실망하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이제야 난 깨닫지
다른 사람 옆에 있는 내가 상상이 안 돼
다른 사람 옆에 있는 너가 상상이 안 돼
우린 서로를 더 예쁘게 만들잖아
심장 박동과 같은 속도로 뛰는
사랑스러운 노래처럼
딱 알맞게 우리의 발을 맞추고 싶어
그러니 믿음을 줄 수 없다면 시작도 하지 말자
진실을 깨트리는 것은 절대 용인하지 말자
용서하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자
달은 원래 밝아
몰라도 됐던 먼지 같은 것들을 걷어내고
맑은 오늘처럼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