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 다녀왔다. 축하의 주인공은 삼성 여자농구단의 윤예빈 선수이다. 신랑은 삼성화재 배구팀의 손태훈 선수. 재활장에서 만나 연애를 하다가 결혼까지 골~인 하게 되었다. 결혼식장에는 키가 훤칠하고 멋진 몸매의 젊은 남녀들이 가득하다. 삼성구단뿐 아니라 여러 프로 농구, 배구 구단의 선수들이 그들을 축하하러 몰려든 것이다. 결혼식장은 젊은 활력이 넘쳐난다.
농구단 단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그녀의 유난히 굴곡이 심했던 성장기를 지켜보았다. 180cm 신장의 윤예빈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장신 가드이다. 그녀는 조용하고 겸손하며 소심한 듯하지만 코트에 들어서면 한 마리 표범처럼 돌변한다. 주력과 탄력이 좋아서 국내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지만 국가대항전에서 더 뚜렷한 성과를 보인다.
2022년 9월 시드니에서 여자 농구 월드컵이 개최되었다.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장신 가드 윤예빈 선수는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응원단에 합류하여 현장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소리를 질러대며 우리 선수들을 응원했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일정이 있어서 하루 먼저 귀국했다. 귀국 후 아침에 출근을 하니 현지의 사무국장 연락이 왔다. 마지막 경기에서 윤예빈 선수가 큰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다. 십자인대가 파열되었다. 그녀는 부상 다음날 목발을 짚고 쩔뚝거리며 쓸쓸히 귀국해서 부기를 가라앉히고 며칠 후 수술대에 올랐다. 그녀의 세 번째 십자인대 수술이었다.
작은 부상은 몇 주로 끝나기도 하지만 십자인대나 아킬레스건, 연골 손상 등의 심한 부상은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큰 부상을 입으면 상처 부위를 회복하고 근력과 관절의 가동성을 복원한 후 잃어버린 경기 감각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회복에 대한 불안감과 갑자기 닥친 불운에 대한 상실감도 이겨내야 한다. 특히 예전 경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마지막에 넘어야 하는 큰 걸림돌은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이다. 무의식 저 아래에 자리 잡은 부상의 기억과 공포는 오랜 기간 쉽게 치료되지 않는 마음의 상처이다. 재활실에서 다시 일어서려고 애쓰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대견하다. 재활실에서의 유일한 좋은 소식은 가끔 연인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세 번째 재활을 이겨냈을 뿐만 아니라 연인을 만나 결혼까지 이르렀으니 재활의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코트에서 큰 부상을 당해 쓰러진 선수들은 큰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직접 들어보면 다친 통증보다는 더 이상 경기를 뛸 수 없고 장기간 외롭고 혹독한 재활을 해야 한다는 참담함에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울부짖음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운동해 온 선수들은 재활이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잘 알고 있다. 절대 들어가고 싶지 않은 캄캄한 터널로 떠밀리는 순간,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선수들처럼 육체적인 부상은 별로 없지만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던 프로들도 크고 작은 마음의 부상을 입는다. 일 때문에, 일터에서의 사람 때문에, 가정사 때문에 이런저런 상처를 받는다. 해결하기 어려운 과중한 업무, 선배나 동료와의 갈등, 클라이언트의 과도한 압박, 연인과의 이별이나 가족의 중병 등 다양한 어둠의 무리가 숲 속 곳곳에 매복해 있다가 지나가는 우리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의 난도가 높아지고 인간관계는 복잡해진다. 개인적인 삶에서도 맡아야 하는 역할과 책임이 늘어나서 부상의 위험은 점점 커진다. 부상은 도전과 성장의 의지를 꺾고 포기와 도피라는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상은 사춘기 짝사랑처럼 누구도 쉽게 피해 갈 수 없다.
부상은 성장통이다. 성장은 근육훈련처럼 고통과 불편함을 수반한다. 시련 없이 높은 곳에 오른 사람은 없다. 부상을 당하면 외롭고 힘들지만 다시 일어서야 한다. 그러면 그 부상은 영광의 상처가 되고 나를 더 높은 곳에 오르게 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준다. 상처 없는 영혼은 없다.
자, 다시 힘을 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