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왔다. 햇빛이 뜨겁다. 어릴 적 해수욕장에 다녀오면 등과 팔의 피부가 벗겨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여름휴가를 잘 보냈다는 자랑스러운 상흔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외선의 위험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뜨거운 햇빛은 기피대상이 되었다. 자외선은 에너지가 강한 빛이다. 피부를 손상시키고 작은 화상이나 두드러기를 일으킨다. 피부암을 일으키는 주범으로도 알려져 있다. 자외선은 피부가 열려있는 눈에도 상처를 준다. 각막을 손상시켜서 각막염과 백내장을 일으킨다. 생각보다 무서운 놈이다. 미국의 학교에서도 그동안 금지되었던 선크림이 허용되는 추세다. 발 빠른 한국 화장품이 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라 지하주차장이 없어서 오래전에 구입한 스쿠터를 아파트 앞쪽의 화단 옆에 세워두고 있다. 가끔 타는 것이라 비와 먼지를 막기 위해서 얇은 타포린으로 된 스쿠터 전용 커버를 씌워놓았다. 한여름이 되면 커버 윗부분의 천이 삭아서 구멍이 뚫어진다. 그 모습을 보면 자외선이 얼마나 강한지 실감이 된다.
자외선의 무서움을 알게 된 이후, 점심약속이나 산책으로 야외에 나가게 되면 선크림을 얼굴과 목, 팔, 때로는 다리에 열심히 바르고 선글라스를 끼고 나서게 된다. 어떤 때는 팔토시를 착용하기도 한다. 번잡하고 요란스럽다. 선크림은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져서 2-3시간마다 다시 발라야 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다가 양산을 발견하게 되었다.
골프장에서는 양산을 많이 쓴다.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햇빛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 양산을 쓰다가 그것을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오래전부터 중년의 여인들은 양산을 많이 사용했지만 남자들이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검색하고 살펴보니 양산은 자외선 차단을 위하여 가장 편하고 효율적이며 효과가 매우 좋은 방법이다. UV차단은 물론이고 온도도 3도에서 10도 정도 낮아진다고 하니 양산을 펴고, 접고, 들고 다니는 수고는 별것 아니게 된다. 일본에서는 폭염시기에 에너지 절감 정책을 위하여 남자들에게 양산을 쓰는 캠페인을 하기도 했다. 전혀 몰랐는데 국내 여러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캠페인이 있었다. 그래, 양산을 쓰자.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은지는 꽤 되었으니 "남자가 웬 양산"따위의 시선은 전혀 부담이 없다.
우산과 달리 전용 양산은 사양이 살짝 다르다. 바깥쪽은 빛을 반사하는 밝은 색으로, 안쪽은 바닥에 반사되는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의 이중천으로 된 것이 제대로 된 양산이다. 쿠팡이나 알리에서 휴대용 접이식 양산은 만원 전후면 구입이 가능하니 가성비도 짱이다. 변덕스러운 여름날씨에 스콜 같은 소나기를 만나면 우산으로 변신이 되니 외출할 때 양산하나 들면 여러모로 든든하다.
남자들이여, 양산을 들어라~
[일본의 남자 양산 쓰기 캠페인]
덧글: 자외선은 체내에서 비타민D를 생성한다. 햇빛을 열심히 피하다 보면 비타민D가 부족하기 쉽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다행히 비타민D는 영양제 형태로 다양한 제품이 시판된다. 가격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