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상상력
조금 오래된 책이고 내 기준으로는 쉽게 읽히면서 아 그렇구나 고개가 끄덕이거나 하는 책은 아니었다. 30년 전에 비하면 세상이나 사람이나 트렌드나 많이 바뀌었으니까.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제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는 위치가 아니라 내 것을 만들고 내 것을 세상에 알려야 하는 입장이기에 너무 필요함을 느껴서이다.
전에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무슨 일이든 한번 해봤던 일들은 얼마 안 걸리지만 해보지 않았던 일들은 길든 짧든 학습 시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마케팅이라는 분야는 나에게 한번 해보지 않은 어린이가 바퀴 두 개 달린 자전거를 처음 타는 과정이랑 닮아있다. 참 어렵고 막막하다. 근데 별거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수만은 이론을 떠나 팔리면 되는 거니까.
모든 부분에서 차별화하라는 얘기는 나한테는 약간 커다란 얘기로 들린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내놓는 세상, 없는 것이 없고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얻고 원하는 제품을 배송받는 시대에 뭐 대단한 새로운 것이 얼마나 있을까?
다만 이 말은 "차별화되지 않으면 아무도 네 제품에는 관심을 갖지 않을 거예요"라는 말이 되어버린다.
내가 책을 쓰려고 하면 이미 비슷한 수준에 비슷한 실력으로 책을 쓰는 사람이 수만 명쯤 있을 것이고 내가 앱을 개발하려고 하면 이미 수만 명쯤 비슷한 앱을 내놓았을 것이다.
알고 보면 많은 돈을 벌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칭해지든 무언가 가치가 생겼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의 기반은 '유명함'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제품, 내가 만든 브랜드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
그러니까 우리가 하는 일은 유명함을 만드는 일이고 유명함을 만들기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약간 치트키 같은 게 나만의 차별화를 만드는 일이 된다.
그런데 차별화는 어떻게 만들까? 이게 참 쉽지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차별화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는 그냥 잘하면 된다. 피아노를 잘 치려면 피아노를 십수 년간 처 오면 된다.
두 번째로는 이유 따지지 말고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항상 쉽게 하기 힘들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고 뭐가 뭔지 대체 감을 잡을만한 비교대상이 없다. 그래도 10번 정도 시도하면 한 번은 뭔가 나오지 않을까?
세 번째로는 이미 괜찮은 것들을 섞는 거다. 이미 괜찮다고 검증된 것을 많이 따라 하다 보면 그 중간에 교집합이 생길 거고 그게 내게 되는 거지.
이미 무언가 이룬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아직 해봤던 것에 비해 딱히 성공했다고도 실패했다고도 하기 어려운 그 애매함 속에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왕 하는 것 회사에 다니든 유튜브를 하든 그림을 그리든 여행을 하든 그 뭐가 됐든 간에 나만의 차별화된 개성을 담아보는 일은 꽤 재미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재밌으면 계속할 수 있으니까.
마케팅은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분석하고 정답인 방정식을 구해서 짠하고 만들어낸 정답이 아니라, 계속할 수 있을 만한 체력을 갖고 계속하다 보니 나온 가설 검증의 과정과 결과가 아닐지.
그러니까 차별화하는 이유를 말하자면 뭐 별다른게 아니라 사람들 눈에 잘 띄게하려고, 내가 재밌는 일을 하려고 정도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