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해방일 줄 알았던.. 제주 생존일지 시작.
"3개월 살았으면 고마 됐지. 이주까지 한다고 난리냐~ 제주도가 좋아봤자 한국 땅이지. 뭐 별시럽다고 애들까지 데리고 가서 고생을 사서해?!?"
엄마의 잔소리는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불과 넉 달 전 10년 넘게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그날로 바로 네 식구가 제주살이 3개월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나조차도 몰랐다.
이주까지 할 줄은..
때는 바야흐로 2023년 9월 14일. 퇴사 당일 제주에 야반도주를 하던 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자정이 넘어 일기장을 펼쳐 쓴 첫 마디는 이렇게 시작했다.
회사를 박차고, 나고 자란 도시를 떠난 건
해방이 간절히 필요해서였다.
무엇으로부터, 어디로 ??
단순히 회피성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정확한 목적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몇 년간의 고민 끝에 '지금 살던 대로 계속 사는 것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게 단순한 번아웃이었다면, 3개월의 휴식이면 충분했으리라. 그러나 3개월의 제주살이 동안 더욱 확실해진다. 이곳이 바로 내가 바로 찾던 곳이었다는 걸.
맹목적으로 남들처럼 살기 위해 살아온
나답지 않은 삶으로부터
대자연 속에서 나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되어
나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곳
물방울 하나에는
미생물이 수억 마리가 있다고 한다.
'지구'라는 작은 방울 하나.
그 속에 80억 가량의 인간이란 종.
마치 자신들이 지구행성의 주인인 양, 인간 중심적 사고에 갇혀 자기들끼리 서로 비교 경쟁하는 데에 온 인생을 바치고 있다.
우주에서 바라본 인간들의 삶은
물방울 속 바글대는 미생물들과 얼마나 달라 보일까?
지구에서 여느 생명체와 다를 것 없는 인간의 일반성과 가장 높은 지능을 가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별성 사이에서 자연 속 가장 자연스러운 나다운 삶을 찾고 싶다.
나답지 않은 삶으로부터
나다운 삶을 향한
해방!
허나..
해방이라는 창대한 시작과 달리, 어딜 가든 현실이라는 먹고사는 문제가 끈즐기게 따라다닌다. 그저 즐기기만 했던 '제주 살이'와 찐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제주 이주'의 온도차는 해방일지를 생존일지로 정체성 혼돈을 일으킬 만큼 컸다. - -;;;
해방일지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자꾸 생존일지가 되어만가는..
Kim Saywer의 두 번째 제주 모험기!
부디 끝이 해방 엔딩이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