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만나서 진득히 앉아 이야기 할 시간이 현실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지금와서 보니, 애들이 책을 보는 건 더 현실적으로 어렵....)
사실 첫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내가 만난 학생들 덕분이다.
수업에서는 늘 한계가 있었다. 시수도 작고, 해야 할 내용들이 방대했기 때문이다. 상담도 제대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방과후와 학원 수업, 알바 등등 여러가지 현생으로 바쁘신 분들이... 연애도 하기때문에 더 시간이 부족하다. (늘... 고민이 있을 때만 찾아온다.)
100인 100색
연애는 모두가 다 다르다. 100명이 만나 50커플이 생기면, 50개의 연애 스토리가 아니라 100개의 이야기가 생긴다. 주인공의 관점에 따라서도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연애를 하는 아이들은 진심이다. 너무 순수하고 예쁘다. 그리고 비련의 주인공이 되서 펑펑 울며 힘들어하고, 내 연애가 가장 슬프고 어렵다고 말한다. 때로는 해피엔딩을 향해 두 손 꼭 마주잡고 달려가듯이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연속 방출된다.
나는 이 순수한 아이들에게 "연애란 말이야"라고 알려 줄 만한 사람이 아니다. 가르칠만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흔히 썰처럼 나오는 이야기처럼, 내가 수백명의 연애 상대를 만난 것이 아니었고, 연애 칼럼리스트처럼 통찰력있게 '연애는 이런거야'라고 알려줄만한 재능도 없다.
하지만 '어떤 사람'과 교제를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수백번 넘게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 고민을 책에 담았다. 그 챕터의 소제목은 <잘 사귀는 법, 잘 헤어지는 법>이다.
잘 사귀는 법, 잘 헤어지는 법
"야~ 미리 말해주지, 얘기해서 좀 바꿔볼걸."
"내가 그런 말 한다고 콩깍지 씐 너희들 눈에 들어왔겠어?"
콩깍지가 벗겨지고 이별을 생각하는 주인공 수영이가 '왜 미리 얘기 안했어'라고 말하자. 친구인 선우가 얘기했어도 바뀌지 않았을 거라면서 말하는 책 속 장면이다.
'무엇'을 얘기해도 바뀌지 않았을 거라고 선우는 생각했을까?
흔히 연애를 '소유'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커플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들은 이 말을 자주 사용한다.
"넌 내꺼, 나는 니꺼"
물론, 서로를 주머니에 폭 접어 매일 가지고 다니다가 꺼내 보고싶을 정도로 좋다는 의미이겠지만, 이 작은 말들이 '지속'되다보면 조금 그 의미가 바뀌기 시작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내 기준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왜?
내꺼니까!
내가 가장 아끼는 거니까.
감히 니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라고 상대방을 존중했던 의미가 완전히 뒤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집착이 심하고 소유욕이 강한지를 조금 더 살펴보는 질문들을 학생들과 함께 찾아가게 되었다.
실제 책에서는 5가지를 살펴보게 했다. 이 것들은 소유욕을 포함한 좀 더 다양한 질문들이다.
(질문을 할 때는 둘다 편안한 상황일 때 하는 것이 좋다.)
1. 가족이나 친구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는지 평소에 살펴보기
"아빠는 너한테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어보면서 평소에 말하는 걸 살펴 볼 수 있다.
2. 가족이나 친한 친구랑 싸웠을 때 어떻게 화해하는지 물어보기.
"아빠랑 싸우게 될 땐 어떻게 해결해?"라고 물어볼 수 있다.
3. 자신의 물건을 함부로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살펴보기.
"네가 가장 아끼는 건 뭐야? 폰이야?"라고 물어보고 평소에 살펴볼 수 있다.
4. 아끼는 물건에 집착하는 것을 살펴보기.
"네가 가장 아끼는 물건이 없어지면 어때? 아빠가 박살을 냈으면 어떻게 할래?"
5. 존중하는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살펴보기
"네가 만나자고 했는데, 내가 미리 약속이 있었어, 그럼 너는 뭐라고 할거야?"라고 묻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잘 살펴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를 둘러싼 중요한 존재들(가족,친구,반려동물 등),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모습들 그리고 나를 어떤 상황에서도 존중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이별을 고민할 때
나는 연애 상담을 할 때, 왈가왈부 결론을 내지 않는다. 그저 아이들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준다. (물론 시간이 허락해야겠지만)
엔딩 대신에 헤어짐에 필요한 에티켓을 알려준다.
첫째, 이별 통보는 직접 하기.
(개정 전에는 만나서 하기 였다. 하지만 바꿨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사귀자는 말도 헤어지자는 말도 문자로 하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의사소통에서 문자보다는 전화통화로 통화보다는 직접 만나서 하는 것이 훨씬 진정성이 있다. 기왕이면 찐 소통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제발 다른 사람을 통해서 하는 찌질한 행동만은 하지 말자고 말한다.
둘째, 뒷말하지 않기. (뒷처리 잘하기)
헤어지고 나서 그 사람의 인성이 나온다. 아쉬울 때 이상한 헛소리를 해대는 수많은 사례들을 봤다. 특히 보복성 불법촬영물을 올려대는 가해자들은 헤어지길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처벌을 더 세게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