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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movieaday May 31. 2023

<시빌, 2019>

쥐스틴 트리에 감독


상담사 시빌은 소설을 쓰기 위해 환자들을 정리한다. 그러던 중 '마고'라는 환자에게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그녀와 상담을 하게 된다. 마고는 시빌에게 상대 배우인 '이고르'와의 아기를 가졌지만 감당할 자신이 없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결국 마고는 수술을 택했지만 정신적인 불안으로 연기에 지장을 겪게 되자 시빌을 촬영장으로 부른다. 촬영장에서 상대배우 이고르, 감독 미카 그리고 마고 각자의 고민을 들어가며 연기와 감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도와주지만 점차 그녀는 상담사로서 지녀야 하는 윤리를 위반한다. 마고와의 상담을 바탕으로 시빌은 소설을 완성하고 새 소설을 집필하며 삶의 안정을 점차 다시 찾아나간다.

<시빌>이라는 영화는 영화, 소설, 상담 모든 것이 교차하여 진행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부분을 깊고 섬세하게 파고들진 못한다. 내용이 조화롭게 섞인다기보다는 모든 것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다. 그래서 상담사 시빌도, 환자인 마고도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시빌이 쓴 소설을 들려주면서 심리를 더 묘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결국 시빌이 환자와의 적정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그들의 삶에 너무 개입한 나머지(그리고 가브리엘과의 경험을 계속 상상하는 것도) 망가져 버렸다는 이야기를 감독은 들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모든 게 분명해졌다 이제는 안다.

 내 인생 자체가 소설이라는 걸.

 다시 고쳐 쓸 수도 있고 뭐든 마음대로 써내려 갈 수 있다. 모든 선택도 내가 한다.”


자신의 삶을 명확히 바라보지 못하고 지난 경험, 타인의 경험으로 망가져버린 시빌의 삶은 소설처럼 다시 써내려 갈 수 있다. 새 소설을 집필하는 것처럼 그녀는 자신의 삶을 다시 써내려 갈 것이다. 어쩌면 감독은 우리에게 인생은 무너졌더라도 다시 써내려 갈 수 있는 소설 같은 것이라고 위로를 건네는 것일 수도 있겠다.



P.S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프랑스 여성감독 쥐스티 트리에(Justine Triet) 감독이 〈Anatomy of a Fall〉(아나토미 오브 어 폴)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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