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지 결산
미니멀라이프를 7년간 실천해 오면서 변화된 생활을 결산해 본다.
1. 옷
예전에는 신혼 가구인 10자 옷장에 옷과 가방이 가득했고
그것도 모자라 작은 방에 헹거를 설치하고 연예인 옷장까지는 아니지만
옷들로 가득했었다.
계절별로 옷이 필요한 우리나라 특성 때문에 옷의 가짓수가
많이 필요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 심리 때문일 수도 있다.
미니멀라이프를 알게 되면서
작아진 옷, 오래된 옷, 어울리지 않은 옷과 가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떤 옷을 버려야 할지 어디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옷을 남길 것만 구분하는 일부터 시작해도 괜찮다.
예를 들면
상 하의 어떤 종류를 서로 매치해도 어울리는 옷인지
지금 당장 입고 나가고 싶은 옷인지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정리하며 비우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옷의 개수가 줄어들고 나니까 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침마다 어떤 옷을 입을까 하는 고민이 없어지고
아무거나 꺼내 입어도 상하 매치가 잘되었고
개수가 적으니까 모든 옷을 옷걸이에 걸 수 있었고
세탁 후에 바로 옷걸이에 걸어 말리고 옷장에 넣으면 되니까
옷을 갤 필요가 없어져서 노동력이 감소되기도 했다.
여름이 지나면 여름옷을 넣고 겨울옷을 꺼내고
옷을 정리해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 소비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갑자기 더워졌거나 추워졌을 때 리빙박스에서 꺼낼 필요 없이
옷장을 열고 바로 꺼내 입을 수 있는 편리함까지 얻게 되었다.
2. 가방
옷장 어딘가 깊숙한 곳에서 잠만 자고 있던 가방들을 비워냈다.
값비싼 명품 가방이 없었지만 무거운 가죽가방들을 비우고 나니
에코백만 남겨졌다.
에코백만 들고 다녀도 남의 시선이 의식되지 않았다.
비싼 가방의 구매를 멈추고 실용적이고 나에게 맞는 적당한 가방을 들고 다니게 되었다.
3. 신발
역시 한국의 계절 특성상 신발 역시 봄 여름 가을 겨울 신발이 필요했다.
봄에는 예쁜 구두 세 켤레 정도가 좋았고
여름에는 기분에 따라 신을 수 있게 샌들 4개 정도가 필요했고
가을에는 분위기를 낸다고 갈색계열의 신발이 있어야 했고
겨울에는 추우니까 당연히 귀여운 어그부츠하나
눈 올 때 방수되어야 하니 방수 부츠 하나
멋내기용 가죽부츠 신발을 사야 할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지금은
산에 갈 때 막 신을 운동화 1개
매일 신고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화이트 스니커즈 1개
겨울에는 블랙 스타킹에 화이트 스니커즈를 신을 수는 없어서 블랙 워커 1개
여름 샌들 2개
이렇게 5켤레의 신발을 가지고 있다.
적은 신발로도 코디를 헤치지 않고 안 신는 신발 없이 잘 신고 다니고 있다.
4. 책
키 큰 장 두 개에 책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내 취향의 책보다는 관심밖에 책들이 왜 이렇게 많았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어려 육아를 할 때에는 바빠서 읽지 못했다.
자리만 차지하고 오래된 책에서 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사를 계기로 해서 책을 비우기로 결심하고 분류를 하기 시작했다.
분류라기보다는 꼭 읽을 책을 남기고 300백여 권의 책을 정리했다.
남기책은 20권 정도였고 다 읽고 난 후 알라딘 중고서점에 판매를 했고
그 이후에는 새 책을 구매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보거나
희망도서를 신청하면 새책으로 내가 제일 먼저 받아서 읽을 수가 있다.
책을 빌려오면 반납해야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더 집중해서 보게 되고 읽는 권수가 늘어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5. 화장품
옷 줄이는 것 다음으로 힘들었던 부분이 화장품 줄이기였다.
20대 시절에는 화장을 안 하고 슈퍼에라도 가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맨얼굴로는 절대로 밖에 돌아다니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화장할 시간이 없어지고
화장하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우리 몸은 얼굴에서 발끝까지 하나의 피부일 뿐인데
얼굴 세안용, 클렌징폼, 바디워시, 여성청결제, 발 각질 제거제, 샴푸, 린스, 바디로션
스킨, 로션, 에센스, 영양크림, 수분크림
과연 이 많은 종류의 화장품들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풀메이크업을 하던 내가
로션, 선크림, 팩트, 립스틱 2개 이렇게 단순해졌고
화장하는데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얼굴은 아이가 쓰는 피지오겔 제품을 신랑 아이랑 셋이서 사용하고 있고
건조하면 두세 번 덧바르면 건조함이 사라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지만
얼굴에 덜 바르고 화장품의 개수를 줄이는 게
오히려 피부 건강에 좋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샴푸 얼굴 몸을 한 번에 씻을 수 있는 고체비누로 바꾸었고
린스는 나 혼자 사용하긴 하지만 플라스틱을 줄이고자 고체바 형태로 바꾸었다.
화장실은 욕실 용품으로 가득 차 있지 않고
단출해서 들어갈 때마다 기분이 좋다.
6. 핸드폰 통신사 변경
신랑은 회사 일 때문에 LG를 꼭 써야 해서 초등학생 딸과 나는 알뜰폰으로 변경했다.
나는 데이터 6기가 무료통화 150분 5,900원을 내고 있고
딸아이는 1기가 100분 무료통화 2,900원을 내고 있다.
7. 주방용품
가위, 칼, 국자 뒤집개 등 조리도구들은 하나 씨만 두고 사용한다.
씻어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설거지 폭탄에서 벗어나고 관리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가 있다.
그릇은 세 식구에 필요한 정도만 가지고 있고
약간의 여유분은 깔 맞춤은 아니지만 10명 정도는 커버 가능하다.
프라이팬 하나, 웍 하나 냄비는 크기별로 5개 정도 가지고 있다.
8. 품위유지비
옷 신발 액세서리 매니큐어 화장품 모자 책들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되 예쁘고 내 취향의 물건들만 산다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외형을 유지할 수 있다.
9. 인간관계와 자존감
30대 후반까지 살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예쁨 받고 인정받기를 원했다.
나에게 좋은 말만 해주고 싫은 소리를 들었을 때는 내가 잘 못한 게 있나?
생각하고 오해가 있다면 풀고 싶었다.
"뭐 먹을까?" "네가 먹고 싶은 걸 먹어."
"뭐 할까?"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우유부단하고 내 의사를 표현할 줄 몰랐던 나는
미니멀라이프라는 생활방식을 실천해 오면서
현재를 바라보고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는 내 의지 내가 생각했던 대로 살아갈 수 있는 가치관과 방향을 자리 잡게 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남의 시선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되었고
나의 행동이 상대방이 기분 나쁠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어졌다.
50살이 되어서야 내가 누군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고
오롯이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