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석 Apr 19. 2018

오창언 농부의 버라이어티한 농사 이야기

 월간농터뷰 [3월호] 인물 편




월간농터뷰 [3월호] 오창언 농부, 버라이어티한 농사 이야기


밝은 미소와 건강함이 넘치는 오창언 농부의 모습


버라이어티파머는 다양한 농부의 일상들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버리어이티 팜은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장을 뜻해요.



Q1. 농사를 짓게 된 계기


안녕하세요, 올해로 24살이 된 농부 오창언이라고 합니다. 농사를 짓게 된 계기는 아주 간단한데요. 어릴 때부터 농사를 보고 자랐어요. 유치원 때부터 밭을 쫄랑쫄랑 따라다녔고, 초등학교 하굣길에는 부모님을 따라 곧장 밭으로 가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진학을 두고 인문계를 갈지 실업계를 갈지를 많이 고민했어요. 저는 공부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책상에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밭에서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는 걸 훨씬 좋아했어요. 그래서 인문계를 갈 수 있는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농업계 고등학교인 홍천농업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곧장 농사를 짓고 싶었어요. 그런데 왠지 배움이 짧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진학하게 되었어요. 어쩌다 보니 농업의 엘리트코스를 밟게 되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에서 농업의 지식을 쌓은 것도 좋았지만, 그때 알게 된 인적자원 덕분에 지금까지 큰 도움을 받으면서 농사를 짓고 있는 것 같아요.


오창언 농부의 어릴적 모습


+  대학에서 어떤 학과를 전공하셨나요?


저는 대학 때 특용작물에 대해 공부했어요. 특용작물이라 하면 대표적으로 인삼, 약초, 허브 등이 있는데요. 사실, 학과는 이름만 보고 지원을 했어요. 뭔가 획기적이고 새로운 걸 배우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진학해보니 특수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보통 작물을 심었다 하면 3,4년씩은 기다려야 수확을 할 수 있는데 매년마다 들어가는 인건비, 자재비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저는 '반 창업농'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제 전공을 살리지는 못하고 있어요. 부모님이 경상도 분들이셔서 강원도에는 기반이 별로 없으시거든요. 그래서 실질적으로 부모님께 받을 수 있는 지원은 거의 없어요. 제가 가진 거라곤 농업기술이 전부인데 아직 자본이 없다 보니 특용작물은 심을 엄두도 못 내고 있어요.




Q2. 1인 방송, 농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


어릴 때 경매시장에 간 적이 있었어요. 10kg짜리 풋고추 한 박스가 만원에 판매가 되더라고요. 그러면 사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거잖아요. 수요와 공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안 좋게 보는 시선을 느끼곤 했어요. 농업과 농촌의 인식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피부로 느끼며 자란 거죠.


  어느 날 친한 형과 술을 한잔 하다가 속으로만 품고 있던 '농업, 농사에 문화를 입히고 싶다는 생각'을 얘기했어요. 형이 그러더라고요. "엔터테인먼트 쪽은 어때?". 취기가 약간 있었던 상태라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야?'라고 넘겼어요. 시간이 지나 그 말을 곱씹어 보니 1인 방송으로 제가 농사짓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더라고요. 


  해외에는 농업에 대한 방송이 많은데 국내에는 거의 없더라고요. '아! 기회다 싶었죠'. 곧장 컴퓨터도 사고 방송 편집하는 방법도 유튜브를 보고 독학했어요. 제 영상을 보시면 아실 테지만 광고 영상이나 배너광고가 없어요. 영상으로 인해 수익을 발생하고자 하는 마음은 보다는, 단지 젊은 농사꾼인 저를 통해 농촌의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밥 한 숟가락 뜰 때 농산물의 고마움을 알아주시면 더 좋고요.


  저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이 많아요.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1차 산업을 담당하고 있잖아요. 남들은 괜한 자부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를 통해 많은 분들이 농업에 조금 더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농사이야기와 농촌의 모습을 재밌게 연출하는 버라이어티 파머의 모습들 [출처: 버라이어티 파머 유튜브]




Q3.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어떤 농사를 지었나요?


작년 2월에 졸업을 했고 농사를 시작한 지는 이제 1년 조금 넘었어요. 제가 인제에서는 처음으로 '초당옥수수'를 재배했어요. 당시, 초당옥수수에 관한 재배기술은 없었지만 예전에 아버지께서 7만 평 정도 '찰옥수수'를 재배하신 경험이 있어서 노하우를 믿고 시작하게 되었죠. 


  상품을 선별하는 기준이 깐깐해서 그런지 막상 수확을 해보니 상품성이 좋은 건 절반밖에 안되더라고요. 아마 초당옥수수를 찰옥수수처럼 키우는 재배방식에 문제가 있었나 봐요. 그래서 절반은 소밥으로 줬어요. 그래도 상품성이 좋은 건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로컬푸드 매장에서 하루에 100만 원씩 팔기도 했어요. 


오창언 농부가 수확한 먹음직스러운 찰옥수수의 모습



+ 찰옥수수와 초당옥수수는 어떻게 다른가요?


찰옥수수와 달리 초당옥수수는 생으로 먹을 수 있어요. 스위트콘처럼 아삭아삭한 맛이 나는데 찰기가 하나도 없고 마치 과일을 먹는 것 같은 식감이에요.


+ 올해는 찰옥수수 재배는 안 하시나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찰옥수수를 재배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멧돼지 피해가 너무 심해서 못하게 되었어요. 밤에 아버지랑 둘이서 멧돼지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녀봤지만 헛수고였어요. 깜깜해서 잘 보이지도 않더라고요. 또 멧돼지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옥수수가 설익은 거는 안 먹어요. 익은 것만 먹죠. 딱 수확 하기 며칠 전에 가족단위로 내려와서 밭을 초토화시키고는 사라져요. 전국적으로 옥수수 재배 면적이 멧돼지 때문에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로컬푸드 매장에서 없어서 못팔았다는 그 초당옥수수


  최근까지 재배하고 있는 작물은 '아피오스'예요. 북아메리카 원산지인 아피오스는 인디언들이 주식으로 먹었다고 해서 일명 '인디언 감자'라고 불리는데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수확량이 많지 않아서 판매는 못할 것 같아요. 올 겨울에 저희 동네가 유난히 추웠거든요. 기온이 영하 30도 가까이 떨어지다 보니 작물에 '동해 피해'를 입게 되었어요. 그나마 상품이 좋은 건 주변에 있는 분들께 많이 나눠드렸는데 아직도 캐지 못한 밭이 하나 더 남아있어요. 그런데 별로 기대가 안 되는 게 땅을 살짝 파봤더니 이미 몇몇은 썩어 있더라고요..


아피오스(인디언 감자) 수확한 모습




Q4. 앞으로 어떤 농사를 지을 예정인지?


  원래는 사과를 심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사과를 심으려면 1년 동안 예정지 관리를 해야 되더라고요. 예정지 관리는 풀을 심어 놓고 그 풀을 갈아엎은 뒤 땅에다 골고루 튀비를 주고 밭을 묵히는 작업을 말해요. 워낙 급하게 농사를 준비하는 하는 상황이라 예정지 관리 없이 사과를 심으려 했지만 주변에서 극구 만류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작목을 전환하게 되었어요. 


  아까 보셨던 땅에 블랙커런트 묘목을 심을 예정이에요. 블랙커런트는 아로니아와 블루베리의 중간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아로니아는 떫어서 생과로는 못 먹어요. 반면 블랙커런트는 블루베리처럼 생과로 먹을 수 있죠. 그리고 블루베리보다 신맛이 더 강해요.


  블루베리와 블랙커런트 둘 중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블랙커런트에 조금 더 마음이 가서 선택하게 되었죠. 추후에는 가공까지 할 생각이 있는데요. 농산물 같은 경우는 잠깐 팔고 나면 끝이 잖아요. 그러기에는 겨울이라는 기간 동안 소득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가공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오창언 농부: "이거는 영업비밀인데, 아까 블랙커런트가 신맛이 강하다고 했잖아요. 가공할 때 단맛을 올리는 건 쉬운데 신맛을 올리는 건 쉽지가 않거든요".

나: "아! 그렇군요"


블랙커런트 나무가 빼곡히 심겨질 오창언 농부의 땅 모습



+ 블랙커런트 재배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작년에 대출을 받아서 땅을 구입했어요. 블랙커런트처럼 나무 종류는 남에 땅에다가 쉽사리 심을 수 없거든요.

제 땅이 있어야 해요. 임대받은 땅에는 열심히 키워봤자 임대 기간이 끝나면 나가야 돼요. 그리고 본인 땅이 있어야 지원사업도 받는 것도 수월하고요. 


  지금 포크레인을 빌려와서 땅을 갈아엎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 밭의 형태를 갖추고 나면 2년생 혹은 3년생 묘목을 사서 심을 예정이에요. 그러면 아마 내년부터는 수확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수확은 얼마나 가능한가요?


6월에서 7월 사이면 거의 다 수확해요. 수확기간이 매우 짧죠. 다음 해가 되면 또 수확이 가능하고요.


+ 블루베리는 단가가 비싸던데 블랙커런트는 어떤가요?


농가의 평균적인 블루베리 시세가 1kg에 2만원인데요. 제 생각에는 블랙커런트가 조금 더 비쌀 것 같아요. 아직 국내에 수확량이 많지가 않거든요. 


  블랙커런트는 보통 유럽, 뉴질랜드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어요. 블랙커런트 나무에도 특유의 향이 있는데 블랙커런트 향수, 음료, 와인 등 외국에는 가공품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어요. 이를 국내에 도입하는 것이 제 목표이고, 재배량을 늘려서 단가를 낮추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블랙커런트 나무와 수확한 모습


블랙커런트 나무 사진 및 수확한 모습 출처:

https://www.ag.ndsu.edu/CarringtonREC/images/black-currant-clusters

https://mavcure-kwtxdoyxwru.netdna-ssl.com/wp-content/uploads/2016/04/Black-Currant-Essential-Oil.jpg




Q5. 농사일과 방송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처음에는 부모님께 욕을 엄청 많이 들었어요. 카메라를 들고 밭에 있으니깐 노는 것처럼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자초지종을 말씀 드더니 "그걸 누가 보겠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아주 천천히 구독자가 늘기 시작했어요. 어느 순간 보니 댓글도 많이 달리더라고요. 인기를 조금 실감할 때 즈음에서야 부모님도 마음의 문을 여셨어요. 이제는 오히려 제게 "영상 올릴 때 안되었니?"라고 얘기해주실 정도예요.


  이렇게 한창 바쁜 농번기에는 영상을 올릴 엄두를 못 내요.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해서 편집까지 제가 혼자서 하고 있거든요. 보통 영상 한 편 올리는데 하루 가까이 시간이 필요해요. 예전에는 1주일에 한 편씩 영상을 올렸는데 이제는 2주, 3주에 한 번씩 올리기도 힘들어요. 편집 센스가 부족하다 보니 편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제 영상을 기다려주시는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아무래도 본업이 농사다 보니 지금은 농사일에 집중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바쁜 일만 끝내 놓고 나면 곧 영상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농사지으랴 방송하랴 몸이 두개라도 바쁘지만 늘 웃음이 가득한 오창언 농부의 모습



다음화에서는 [3월호] 버라이어티 파머의 농사 이야기, 이어서 2부 편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원도 인제에 있는 버라이어티 파머를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