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농터뷰 [7월호] 인물 편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스물넷이 된 송도우라고 합니다. 농대를 졸업했지만,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고향인 전라남도 강진에 내려와서 흑염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흑염소를 키운 지는 올해 2년 차 가 되었고요. 배운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부딪히며 일하고 있습니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축산을 업으로 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하루도 못 쉬고 일하시는 모습을 지켜봤거든요. 그래서 대학 전공도 축산과는 무관한 특용작물학과를 선택하게 된 거고요. 대학생활 중에 진로에 대해 고민하면서 흑염소 사육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비록 일이 조금 힘들고 쉬는 날도 없지만 지금 배우는 전공보다는 축산업이 조금 더 비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흑염소를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마음을 품고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어요.
20년 정도 되셨어요. 처음에는 산양을 키우셨어요. 하지만 매일마다 우유를 짜고 판매하는 일이 쉽지가 않으셨대요. 당시 생산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중간에 흑염소로 바꿔서 키우게 되셨어요. 직장을 그만두시고 이곳 농장에 정착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셨어요. 어릴 때부터 집에서 가축을 많이 키우셨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가축을 키우는 일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하시더라고요.
까망은 말 그대로 까맣다는 뜻이고요. 누리는 순우리말로 세상을 뜻해요. 흑염소가 많은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은데요. 강진에 있는 흑염소 농가들이 다 같이 '까망누리'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어요. 대표를 저희 아버지께서 맡고 있으시고요.
200마리 정도 키우고 있어요. 원래 아버지께서 혼자 키우실 때는 더 많이 키우셨다고 들었어요. 주변에 흑염소를 키우시는 분들을 보더라도 보통 혼자서 400마리 정도는 기본으로 키우시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아직 노하우가 없다 보니, 조금씩 늘려가고 있습니다.(웃음)
뿔이 있는 염소들도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뿔이 자라지 않는 염소들도 있어요. 아무래도 뿔이 있으면 서로 치고받고 하다 보니깐 다치는 경우가 많아서 저희는 뿔이 없는 염소들을 조금 선호하는 편이에요. 뿔이 있으면 새끼들을 밀치다가 다치기도 하고 서로 들이받아서 갈비뼈가 부서지기도 하거든요.
저의 주된 업무는 축사에서 흑염소를 돌보는 일인데요. 그 밖에도 2가지 종류의 사료를 만드는 일, 축사 내부 소독 청소를 맡아서 하고 있어요. 점심시간 이후에는 주문 들어온 물량을 점검해서 택배를 보내기도 하고요. 정리할 서류가 있으면 잠시 책상에 앉아 있을 때도 있어요.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아서 아버지께서 종종 축사로 오셔서 알려주시는데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너는 굶어도 되지만 염소는 굶으면 안 된다"라고 하세요. 긴장 늦추지 말고 흑염소들 먹이를 제때 챙겨주시라는 얘기죠 뭐. (웃음) 요즘 들어 더욱더 가축을 사육한다는 게 참 쉽지가 않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있어요.
작년이었어요. 새끼 염소가 태어났는데 소화장애가 걸려서 몇몇 애들이 죽었어요. 제가 늦게 발견하기도 했고 대처를 미흡하게 한 탓이었죠. 그때 아버지께 정말 많이 혼났고,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새끼 염소가 태어난 직후 2~3일 동안 관리를 해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요. 임신했을 때 어미 염소의 건강상태를 검사하는 것도 중요해요. 적절하게 사료를 잘 주고 어미 염소가 불편하지 않도록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또한 중요하고요.
기본적으로는 방목형 농장이다 보니 염소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고요. 그다음으로는 사료를 급여하고 있어요. 염소들이 보기와는 달리 먹성이 정말 좋아요. 조금씩 조금씩 주면 주는 대로 다 받아먹거든요. 아까 얘기드렸던 것처럼 염소들에게 급여하는 사료는 제가 직접 만들고 있어요.
다른 농장들과 달리 축협에서 판매하는 사료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원재료를 직접 구매해와서 자가배합과 발효 과정을 거쳐서 보다 영양가 높은 사료를 만들고 있어요. 이렇게 직접 사료를 만드는 이유는 흑염소들이 영양가 높은 사료를 먹고, 소화도 잘되었으면 해서에요.
우선, 옥수수가 에너지 사료로 많이 쓰이거든요. 옥수수를 비롯해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 압축시킨 사탕수수, 소맥피, 비타민제, 생균제(발효를 도움), 비엠활성수(미네랄 풍부) 등 여러 가지 곡물들을 섞어서 만드는 사료가 있고요. 다른 한 가지는 풀하고 곡물을 섞은 게 있어요. 아무래도 건초보다는 곡물이랑 함께 발효를 시키면 더 많은 영양가를 섭취할 수 있거든요. 특별한 비결이 있다기보다는 아버지께서 전수해주신 배합 자료를 보고서 정성스레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건강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1년 3개월 정도 키우면 출하를 할 수 있다고 보죠. 물론 사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기간은 달라질 수 있고요. 사료를 주는 것도 항상 같은 것만 준다고 해서 잘 크는 건 아니에요. 부족한 영양소를 더 채워주고, 무엇을 어떻게 먹이느냐의 차이가 정말 크거든요.
대게 어르신들은 염소 키우는 게 뭐 있느냐? 바깥에 줄만 묶어놓으면 잘 큰다고 얘기하시는데요. 해가 지날수록 사육이 쉽지 않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어요. 이론으로 공부해도 현장에 가면 늘 모르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아버지의 경험을 못 따라가요. 그래서 매일 혼나고 있죠. (웃음)
우선 대중적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건 흑염소탕이랑 수육이죠. 보양식으로 많이 알려졌잖아요. 하지만 패티를 만들어서 햄버거로 먹을 수도 있고요. 일반 고기와 마찬가지로 다양하게 요리해서 드실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다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흑염소 고기는 냄새가 난다는 선입견이 강하잖아요. 드셔 보시면 달라요. 냄새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드셔 보신 분들은 계속 흑염소 고기를 찾으시거든요.
흑염소고기는 지방이 1.1% 정도인데요.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열량과 콜레스테롤 함량은 낮고 불포화지방산이 높아서 사람 몸 안의 콜레스테롤을 줄여줘요.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과 개선에 대한 영양학적 가치가 매우 높고요.
아버지께서 예전에 보시던 책이 있더라고요. 기본적으로는 그 책을 보면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마이스터 대학에서 받아온 유입물도 참고해서 같이 보고 있고요. 또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어른들께 물어보기도 하는데요. 한 가지 문제를 놓고 주변의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는 편이에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비결이 다 다르거든요.
가끔 '안되면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나 짓지.'라는 말을 듣는데요. 물론 도시의 삶도 치열하겠지만, 시골도 도시 못지않게 치열한 곳이거든요. 자기 생산물이 좋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고요. 판매되지 않으면 곧장 생계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어리지만, 저 또한 악착같이 열심히 하고 있고요.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껴요. 어딜 가더라도 당당하게 흑염소 사육을 한다고 얘기하고요. 물론 초반에는 힘든 점도 있었어요. 승계 농이다 보니깐 아버지와 잦은 마찰도 있었죠. 저로서는 기존에 해오던 방식 중에 몇 가지를 바꾸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일을 배운 지 얼마나 되었다고 딴지를 거냐는 식으로 아버지께서 받아들이셨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 보니 아직 아버지께 믿음을 드리기에는 일을 배운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지금은 묵묵히 일만 배우고 있어요. 이다음에 아버지께 조금 더 믿음을 쌓으면 그때 제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말씀드리려고 해요. (웃음)
제 목표는 흑염소 고기를 대중화시키는 거예요. 대부분 사람은 흑염소를 보양식으로만 알고 있거든요. 흑염소 고기로 불고기도 먹을 수 있고, 패티를 만들어서 햄버거로도 먹을 수 있어요. 이런 다양성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지금 제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농촌이라는 곳이 결코 살아가는 게 그렇게 힘들기만 한 곳은 아니거든요. 요즘은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시대이잖아요. 생산 물량으로 따지는 게 아니라 가공품을 판매하고 마케팅을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젊은 사람들이 내려와서 서로 교류하는 부분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죠. 요즘 방송을 보니 '한태웅'(중학생 농부) 그 친구 덕분에 사람들이 인식이 조금 바뀐 것 같더라고요. 그 친구의 활동을 재밌게 잘 지켜보고 있어요. (웃음)
흑염소 농장 인터뷰를 마치며
지난 5월에 뵙기로 했으나 일정이 서로 맞지 않는 탓에 8월이 되어서야 송도우씨를 만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었을 때 그의 눈빛에서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은 물론이고 흑염소를 대중화시키겠다는 야심 찬 포부 또한 참 멋져 보였다.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다. 승계농은 물론 가업을 잇는 많은 청년들은 어떤 생각에서 아버지 혹은 더 윗세대 분들의 전통을 이으려고 하는 것일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보다 더 진귀한 무언가를 위함이 아닐까?
더운 날씨 탓인지 축사 안에서만 하염없이 쉬던 흑염소들이 어느 순간 바깥으로 일제히 나와 일광욕을 쬐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 아래 뛰어노는 흑염소들의 모습이 꽤 자유분방해 보였다. 어쩜 저렇게 풀을 맛있게 뜯어먹는지, 그 모습에서 건강함이 넘쳐 보인다.
더운 여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축사에서만 고군분투하는 송도우씨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 한쪽이 안쓰러웠다. 한창 친구들과 놀고 싶을 텐데, 그의 말처럼 조금씩 전진하다 보면 목표를 이룰 날이 꼭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송도우씨의 노력이 꼭 아버지의 마음을 진심으로 울리기를. 승계농의 명맥 또한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월간농터뷰 [8월호]로 곧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