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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석 Mar 23. 2018

해안면에 있는 사과 농부를 찾아서

월간농터뷰 [2월호] 취재 편





새벽 5시, 알람이 울렸다


  새벽 5시, 알람이 울린다. 전날 근무로 쌓인 피곤 때문에, 힘겹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게 얼마만이던가?' 알람을 끄고 나니 창문 너머로 동트기 전, 새벽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이시각, 오로지 가로등 불빛만이 한산한 거리를 환하게 비춘다.


  오늘은 월간농터뷰 [2월호] 취재가 있는 날이다. 그래서 여느 때 보다 일찍 일어났다. 집 밖을 나와보니 날씨가 흐리다. 우중충한 것이 꼭 비가 올 것 같다. '그래도 춥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요즘 들어 계속 날씨가 따뜻한걸 보니, 이제 곧 봄이 오려나보다.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다. 6시 30분 양구행 버스를 끊고서, 몽롱함을 깨고자 캔 커피를 하나 마셨다. 오늘의 목적지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에 위치한 어느 사과농장. 월간농터뷰[2월호]의 주인공인 최동녘 농부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최동녘 농부는 두현이를 통해 소개받았다. 둘은 예전에 TV 프로그램을 같이 출연한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두현이가 소개해준 농부라 그런지 내심 기대가 된다. 당분간은 '아이스 버킷 챌린지'처럼 해당 인터뷰이(interviewee)가 다음 차례의 인터뷰이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한다.


서울에서 버스로 꽤 멀리가야 되는 해안면 [출처: 네이버 지도]


해안면 가는 길


  버스 안에서 인터뷰 내용을 체크하다 잠시 상념에 잠겼다. '오늘 만나게 될 최동녘 농부는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어떤 농사 이야기를 내게 들려줄까?', '그나저나 해안면은 왜 이렇게 멀까?' 곧 도착하게 될 양구군에서도 한 번 더 버스를 갈아타야 해안면에 도착할 수 있다.


  생각보다 일찍 양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현재 시각은 오전 9시. 해안면으로 가는 버스표를 확인해보니, 하루에 총 4대밖에 운행하지 않았다. 그중 가장 빠른 시간이 11시 출발인데, 앞으로 두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새삼스럽게 해안면이 얼마나 시골인지 실감이 났다.


  간단히 조식을 챙겨 먹고 주변을 구경했다. 길을 걸으면서 '이곳은 왠지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서 늘 보았던 화려하고 큰 건물들은 찾아볼 수 없었고, 되려 작고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길을 걷다 보니 문득 내가 시간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든다. 과거로 돌아간 그런 기분.


  아주 찰나였지만, 한동안 지쳐있던 일상에 단비가 내리는 기분이 든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힐링'의 느낌이 이런 걸까?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동네를 혼자 거닐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아주 평온해진다. 그리고 이런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인터뷰를 하러 갈 수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최동녘 농부와의 첫 만남


  해안면행 버스를 탔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산과 비닐하우스, 그리고 간간이 군인들이 보인다. 버스 종점에 내리니 양구군보다 훨씬 더 시골인 것이 느껴진다. 카카오 맵을 켜고 사과 농장을 향해 걸었다. 다행히 종점에서 10분 정도. 멀지 않은 거리였다.


  시골길을 걷다 보니 아름다운 냇가와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공기도 맑고, 다시 한번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농장에 도착할 즈음, 최동녘 농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잠깐 외출 중이라며, 잠시 집 근처를 구경하고 있으라고 했다.


  그랬다, 예상 밖에 도착한 곳은 농장이 아닌 최동녘 농부의 집 앞이었다.


최동녘 농부가 사는 해안면 펀치볼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이곳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기웃기웃 거리는데 한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표지판에는 '스타팜 농장'이라는 글씨와 함께, '최 0 0'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아마 최동녘 농부 아버지의 성함이 아닐까?' 혼자 생각을 하는 찰나 누군가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 다부진 체격을 가진 청년이 내게 손을 내민다. "잘 찾아오셨네요" 라며 환한 웃음으로 내게 손을 건낸 그는 최동녘 농부였다. 집을 떠난 지 5시간 만에, 드디어 최동녘 농부를 만났다.


귀여운 멍멍이와 5시간 만에 만나게 된 최동녘 농부


최동녘 농부의 집 풍경과 스타팜 농장 표지판






최동녘 농부와 홈 투어


  점심시간에 도착한터라 뜻하지 않게 최동녘 농부와 스타팜 농장 직원분들과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먹는 '짜장라면', 역시 맛이 일품이다. 순식간에 그릇을 비우고서, 최동녘 농부와 집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먼저 내게 보여준 곳은 직원들이 머무는 숙소였다. 지금은 비수기라 직원들이 많지 않지만, 성수기 때는 30명 정도 직원들이 상주한다고 한다. 주로 동남아시아 친구들이 많이 오는데, 보통 3개월 정도 일하고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숙소 내부를 둘러보니, 주방시설과 잠자리가 잘 갖춰져 있다.


  이어서 도착한 곳은 아주 큰 창고였다. 최동녘 농부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해안면이 '시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저온창고 문을 여니, 곳곳에 쌓아둔 건조된 시래기들이 보인다. 이런 깨끗한 곳에서 생산되는 시래기의 맛은 어떨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리고 최동녘 농부가 꺼내 든 포장된 시래기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평소 시래기국을 워낙 좋아라하기에.  


최동녘 농부 아버님께서 관리하시는 '시래기'


  창고 안쪽으로 깊숙이 더 들어가서 최동녘 농부가 직접 키운 사과로 착즙한 '사과즙'을 맛보았다. 평소 사과를 즐겨 먹는 편이 아니라 별로 맛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한 모금 넘기자마자 나도 모르게 "맛있다"는 감탄이 튀어나왔다. 더 놀라웠던 건, 아무런 첨가물 없이 오직 사과만 착즙했다는 것. 그런데도 단맛이 아주 많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얼핏 듣기에 유기농으로 사과를 키운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단 맛이 날 수 있을까?' 그 비결이 아주 궁금해진다.


첨가물 없이 오로지 사과만 착즙한 100% 유기농 사과즙



 드디어 도착한 사과 농장


  최동녘 농부와 트럭을 타고 시골길을 따라 도착한 사과농장. 다소 왜소한 모습의 사과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 우리 눈에는 마른 가지만 보이지만, 아마 지금부터 부지런히 가을의 풍성함을 준비하고 있겠지. 지금은 사과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는 아주 중요한 시즌인데, 요며칠 품앗이를 하느라 이 지역 저 지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정작 본인 농장 일은 뒷전이 된 상태라 서둘러 가지치기를 해야 된다고 한다. 


  전에 두현이네 농장에서도 느낀 거지만, 농부들은 본인의 현장에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다. 최동녘 농부 역시 담소를 나눌 때의 해맑은 웃음기는 사라지고, 어느새 진지한 표정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한 손에는 가위를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작은 톱을 쥐고서 가지치기 작업을 하는데, 그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최동녘 농부는 일하는 틈틈이 지금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내게 상세히 알려주었다. 사실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그 얘기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지는 않았다. 첫째는 내 머릿속에 사과나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이요, 둘째는 최동녘 농부의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열심히 담느라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가지치기를 하다가 본격적인 인터뷰를 위해 그늘 진 나무 아래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중 내가 가장 기다렸던 순간이 왔다. '과연 최동녘 농부는 어떻게 해안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게 되었을까?'


  "최동녘 농부 준비됐죠? (어색한 서울말) 간단하게 본인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음성 녹음을 켜고, 본격적인 인터뷰의 첫 질문을 던졌다.


빽빽하게 정렬된 사과나무의 모습
능숙하게 가지치기를 하는 최동녘 농부의 모습



다음화에서는 [2월화] 최동녘 농부 편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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