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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냉이꽃 Dec 09. 2019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지 말 것

명상에도 고비가 있습니다


마음수련 명상을 처음 하면 돌아보는 것이  재미가 있습니다. 그 때 왜 그랬는지 내 삶이 이해되고 알아지는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버리는 것도 처음에는 무지 재미있습니다. 버리면 속도 개운하고 가벼워지니 신이 나죠.  항상 그랬으면 좋겠지만 마음은 단순하지도 않고 꽤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쉽게 하던 일도 어려워지는 때가 오는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항상 나를 속이는 것은 마음입니다. 그 마음에 속지 말자는 생각에서 말씀드립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1. 죄의식에 빠지지 말 것 


오래전 일입니다. 어느 젊은 스님이 마음수련 명상 메인센터에 오셨습니다. 속세에서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섞여 지내는 것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우리도 스님과 허물없이 지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경계가 무너지는 즐거움과 자유로움이 풍요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반듯하고 성격도 좋고 쾌활했던 스님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성에 대한 죄책감이었습니다. 젊고 건장한 청년이 구도의 길을 걷고 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는 혼자 괴로워했습니다. 어쩌다 젊은 여자들 옆에 앉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면 자신에게 짜증이 나서 못살겠다는 듯 스스로에게 화를 내었습니다. 마음이 짠했지만 스님에게 충고할 처지는 아니었습니다. 우리도 각자의 문제를 안고 끙끙대던 입장이었기 때문이죠.  


이론이야 스님이 더 잘 알겠죠. 마음이 허상이라는 이치에는 누구보다 밝은 분이지만 자기 마음을 이기기가 그렇게 힘들었습니다. 도덕적 기준이 높다 보니 수치스러운 자신을 더더욱 견디지 못하는 겁니다. 마음은 허상이지만 허상의 힘이 그렇게 컸습니다. 아니 나의 불안이 허상의 힘을 키운 것이죠. 조금 전까지 유지하고 있던 마음의 평화가 깨어질까 봐 두려워지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동굴의 비유처럼 횃불에 비친 그림자는 괴물처럼 크게 일렁거리니까요. 아마 너무 반듯한 스님이라 그 갈등이 더 심했을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개망나니처럼 살았던 사람이라면 그러지도 않았겠죠.



2. 자기 비하에 빠지지 말 것


어릴 때 성폭행의 상처가 있는 분이 오셨습니다. 자기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을 혐오했습니다.  자신도, 자신을 제대로 돕지 못한 부모도 모두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세상에도 등을 돌렸고 냉소적이었습니다. 차갑고 시니컬하고 부정적인 태도는 자신을 강한 여성으로 무장시키는듯 보였습니다. 그렇게라도 추락한 자존심을 붙들고 지키는 것 같았습니다. 감당 못할 고통과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나가는 그녀가 너무 안쓰럽고 가여웠습니다.


그녀는 그 상처로부터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를 거부했습니다. 상처라는 견고한 성을 쌓아놓고 고통으로 무장한 채 어른이 된 것입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그 성이 무너질까 봐, 그 성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추락할까 봐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완강하게 버텼기에 어쩌면 병원에 가지 않고 살아낸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과 주변 사람을 괴롭히는데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만 누구도 섣불리 그녀를 비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이기에 더 정신 차리고 명상을 해야 합니다.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기억들, 자기 자신이라고 믿고 있는 기억 속의 자아들이 다 허상이니까요. 그렇게 어둡고 슬프게 살기에는 너무 소중한 인생이고 너무 아름다운 그녀였고 영리했으며 너무 억울했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뇌에 저장된 사진입니다. 꿈과 같은 허상입니다. 물론 끔찍한 꿈은 소환하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면 누구보다 빛나는 삶을 얻게 되겠지요.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법이니까요. 힘이 들면 힘에 맞게 하면 됩니다. 조금씩 돌아보고 조금씩 반복해서 버리다 보면 그 마음은 옅어지기 마련입니다. 감정이 옅어지면 버리는 일도 수월해집니다. 휴지 조각처럼 구겨 던지듯이 버릴 수 있습니다. 허상이고 없는 것이니까요. 


마음을 버리다 보면 어느 순간 허상이라는 사실이 진짜로 알아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러면 끝입니다. 허상임이 알아지는 순간 마음 세계는 다 무너집니다. 무너지는 것이 끝이 아니라 그 때 본래의 자기 모습도 알게 됩니다. 진짜 자기를 알게되면 다 벗어나게 되고 자유로워집니다. 달라진 현실은 아무것도 없는데 분명 너무 고맙고 너무 행복할 것입니다. 저도, 또 다른 사람들도 다 경험했던 일입니다.


그녀처럼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소소하게 자기비하에 빠지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자기에 대한 욕심이 너무 커도 자기 비하를 하게 됩니다. 너무 잘나고 싶어도 열등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 어떤 이유라 할지라도 우리가 할 일은 그 마음에서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누가 대신 돌아봐줄 수 없고 대신 버려줄 수도 없는 것이 마음입니다. 서로 지지하고 도와주며 망령의 그늘에서 얼른얼른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반짝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이 강하건 약하건 다 허상이라는 사실입니다. 무서운 영화건 로맨스 영화건 영화는 다 허상입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과정이고 시간이 흐르면 어느덧 넘어가 있을 가짜 마음에 불과합니다. 그 마음이 버려지면 덤덤하게 웃으며 자신을 돌아보게 될 날이 옵니다. 굳이 그런 기억을 떠올릴 이유도 없지만요. 그래서 이럴 때는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도우미와 상담을 하시라 권합니다. 얘기를 꺼냄과 동시에 종이호랑이는 힘을 잃기 시작하니까요.


죄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본래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허상의 마음에 속아 사는 것이 죄라면 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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