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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냉이꽃 Jan 16. 2021

마음수련 명상, <기억된 생각>을 버리라고?


<펜트하우스> 시즌1의 결말은 몰입도 최고였죠. 천서진의 악역에 매료되었던 밤이었어요.

아버지의 죽음이 터닝포인트가 되어 천서진은 모든 욕망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자신을 합리화합니다. 대단한 정신승리였습니다.


첫째, 일을 이렇게 만든 건 아버지 당신이야! 였습니다. 전형적인 남 탓입니다. 이 모든 비극을 아버지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 맨 정신으로 살기가 힘드니까요. 둘째, 망각입니다. 그녀는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다는 듯이 피아노를 칩니다. 때로 우리가 너무 힘들면 술 퍼마시고 아무데서나 자빠져 자거나, 에라 모르겠다며 이불 뒤집어쓰고 자버리거나 하듯이 말이죠. 


문제는 정신승리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천하무적인 그녀지만 무의식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 오고 천둥 치는 날, 느닷없이 죽은 아버지와 죽은 민설아의 환영이 막 떠오르는 것이죠. 기겁을 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정신 차리고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녀는 불안과 공포를 애써 감추며 태연한 척 피아노를 치죠.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펜트하우스 최종회 중에서, 죽은 아버지의 환영을 보고 기겁하는 천서진


1. 천서진이 본 아버지의 환영은 대체 무엇일까요? 


1) 기억의 내용 : 천서진의 뇌가 기억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버지가 죽던 그날 밤 <그녀가 경험한 산삶의 기억>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기억은  '객관적인 하나의 사실' 이 아니라 천서진이 만든 '기억된 생각'이라는데 있습니다.


2) 기억의 경로 : 기억된 생각은 그녀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느낀 것, 그리고 감정과 생각입니다. 즉, 오감을 통해 최서진의 뇌에 저장된 정보입니다. 이 정보는 사진의 형태로 저장됩니다. 


3) 기억의 재생 : 이 사진은 조건이 되면 사진의 형태로 반복 출력됩니다. 컴퓨터가 입력되면 반복 출력이 가능하듯이요. 그런데 사람의 기억은 컴퓨터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사람의 뇌는 기억이 되살아날 때마다 오류와 변형과 누락과 왜곡이 일어납니다. 시냅스의 개입이 있기 때문입니다.


4) 재생되는 기억의 특징 : 기억된 생각 ( = 사진 = 마음 = 허상 )은 영화 필름처럼 재생됩니다. 실제 그날처럼 빗소리도 기억나고, 비 맞던 감촉도 느껴지고, 아버지의 목소리, 눈빛, 그때의 공포감과 죄책감, 불안도 모두 재생됩니다. 실제와 너무 똑 같아서 허상이라는 사실이 마음에서 인정되기가 힘든 것입니다. 또 한가지 유념할 점은 영화는 관객 누구나 함께 볼 수 있지만, 마음의 영상은 자기 자신에게만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의 문제는 스스로 풀어야 하는 것입니다.


5) 기억의 실체 : 기억된 생각은 사진이고, 사진이 바로 마음입니다.  다시 말해 울고 웃는 마음의 실체가 사진이고 허상이라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와 고통의 주범아 바로 사진입니다. 정확하지도 않고, 상당 부분 자의적 왜곡이 있었으며, 그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허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이 마음에 놀아나는 것이 인간입니다.




2. 기억에 대한 뇌과학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기억은 속성상 쉽게 변질되거나 소멸되거나 혹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편향될 수 있다.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이유를 '기억의 착각'이라고 한다.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양은우, 카시오페아, 2016



1) 기억의 과정


(1)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정보는 해마가 정보를 가공하여 대뇌피질에 새겨 넣습니다.

(2) 그 과정에서 시냅스 간의 연결에 의해 기억이 형성되고 저장됩니다. 이때, 뇌는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의미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발췌하여 대략적인 과정만 기억에 남기게 됩니다.

(3) 기억이 저장될 때,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이나 추론 등이 개입됩니다. 즉 과거 경험이나 가치관, 이해 수준, 판단 능력에 따라 동일한 정보를 다르게 해석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편향된 해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4) 해마에서 정리된 정보는 편도체에서 받아들인 감정, 즉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덧붙여 대뇌피질로 전달합니다. 따라서 동일한 사실도 해석 결과에 따라 기억의 내용이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때로 나쁜 기억들은 의도적으로 망각되거나 왜곡되기도 합니다.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 발췌본


<용어의 사전적 설명>

1. 기억: 과거의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획득한 정보 또는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
2. 회상: 저장된 기억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위해 인출되는 과정
3. 해마: 대뇌 양쪽 측두엽에 존재하며 기억과 학습을 담당한다.
4. 대뇌피질: 대뇌의 표면에 위치하는 신경세포의 집합. 기억, 집중, 사고, 언어, 각성, 의식 등의 중요 기능을 담당한다.
5. 시냅스: 인접한 두 신경세포가 연접하여 만드는 구조. 전기적인 신호로 전달된 신호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적 신호로 바뀌어 시냅스를 통과한다.
6. 편도체 : 대뇌 번연계에 존재하는 아몬드 모양의 뇌 부위.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 및 불안에 대한 학습 및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참고 : 위키백과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발췌본


2) 기억의 특징


(1) 동일한 시간에 같은 경험을 하여도 각자의 주관과 감정에 따라 기억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쌍둥이의 기억도 다른 것입니다. 이처럼 정보에 색을 입히거나 왜곡하는 현상이 벌어져 초기부터 잘못된 정보가 기억에 저장됩니다. ( 참고 : 하버드 대학 대니얼 색터 교수,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중에서 )


(2) 동일한 이미지도 반복된 학습과 감정 등에 의해 기억하는 내용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릴 때 기억했던 엄마와 내가 부모가 되어 다시 기억되는 엄마는 분명 다릅니다. 명상을 통해 자기 성찰을 깊이 하면 화해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억에 대한 가치 판단은 많이 수정됩니다.


(3) 기억의 인출 과정 :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정보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결합했던 시냅스들이 다시 결합하는 것입니다. 이때 다른 시냅스가 개입하면 왜곡되거나 오류가 생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저장과정에서 관여했던 시냅스가 누락되면 기억이 변형되거나 소실될 수밖에 없습니다.


(4) 결국 기억은 철저한 주관이며 자기 착각이라는 한계를 가집니다. 객관적인 기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의 기억이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게 되죠. "내가 분명히 기억하는데... "라는 말로 얼마나 많이 억울해하고, 또 싸웠던가요?





3. 마음수련 명상은 왜 <기억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1) 마음을 버리는 마음수련 명상


기억을 다 버리면 기억 상실증에 걸리는 거 아닌가요?
자기 집도 못 찾아 가면 어떻게 해요?
바보 되는 거 아닌가요? 
나쁜 기억만 버리면 안 되나요? 좋은 기억은 버리고 싶지 않아요! 

마음 (= 기억된 생각)을 버려라, 마음 비워라 하면 이렇게 묻는 분이 많습니다. 솔직한 생각이죠.


유서 깊은 사찰에 가면 세심교(洗心橋)라는 다리를 가끔 봅니다. 마음을 씻어야 저 세계로 건너갈 수 있다는 의미겠죠. 사람은 마음을 물들이고 꾹꾹 채우는데 익숙합니다.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말은 해왔지만 정작 마음을 버려본 경험이 없다 보니 이렇게 웃지 못할 걱정도 하고 질문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배움을 행하면 날마다 보태지고, 도를 행하면 날마다 덜어진다. 
덜고 또 덜어내면 무위의 지경에 이르는구나.
무위를 실천해 봐라. 그러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노자도덕경 48장 :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최진석, 2015에서 발췌


명상은 자기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내면을 성찰하여 현재의 내 모습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죠. 그중에서 마음수련 명상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성찰과 함께 '마음 빼기'라는 수련방법에 있습니다. 첫째, 지나온 삶의 모습을 깊이 성찰하고 둘째, 자신이 쌓아온 마음들을 버리는 것이죠. 내 인생을 가로막는 장애물과도 같은 마음들입니다.



2) <기억>이 아니라 <기억된 생각>을 버린다


마음을 버린다는 것은 엄밀하게는 '기억된 생각'을 버리는 것이지 '기억'을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말해 기억된 생각( = 마음)을 버리므로 기억이 없어지는 것이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기억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말은 마음이 없다, 혹은 마음에 남음이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앗, 너무 어려워졌나요?


앞서도 말했듯이 뇌는 효율적이고 선택적으로 기억을 저장합니다. 경험했던 모든 기억이 남아 있거나 떠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험이 어떻게 기억되는 것일까요? 흔히 마음을 그렇게 먹으면 쓰나? 마음을 바꿔 먹어라, 마음을 크게 먹어라.... 며 마음을 먹는다고 표현하는데 대체 마음은 어떻게 먹게 되는 것일까요? 


특정 기억은 특정 생각 때문에 저장됩니다. 그리고 특정 이유 때문에 끈질기게 소환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0년 전 어느 날의 저녁 밥상과 반찬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10년 전 그 날, 밥상머리에서 저만 쏙 빼고 지들끼리 계란 프라이를 먹었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1960년대의 계란 프라이란 가장과 장손, 그리고 부잣집 아이들만 먹을 수 있는 부의 상징이었으니까요. 혹은 밥상머리에서 쥐어 박히고 상처를 받았다면, 그날 입에 욱여넣었던 밥 한 숟가락과 눈물 뚝뚝 흘리며 집어먹던 반찬은 평생을 두고 잊을 수가 없습니다. 혹은, 어느 날 엄마가 연탄 불에 구워주던 고등어와 조개구이의 행복함은 결코 잊히지 않습니다.


마음수련 명상은 이러한 산삶의 기억된 생각을 먼저 돌아보게 합니다. 마음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돌아보면 

내 삶 속의 행복하다, 불행하다, 좋다 , 싫다 했던 많은 일들이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생각이고 판단이었음을 성찰하게 됩니다. 그리고 좋다는 마음이 있으면 싫다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마음의 원리도 알게 됩니다. 구체적인 마음에 대해서는 다음에 쓸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이 마음이 사진이고 허상이었음을 인지하게 되면 자기 확신에 대한 끈질긴 집착이 뚝 끊어집니다. 그래서 마음이 버려지고 비워지는 것입니다. 마음이 버려지면 행복과 불행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 너머의 행복을 알게 되는 것이죠. 원효가 일체유심조라 하였듯이 모든 열쇠는 마음에 있습니다.



< 마음수련 명상의 기본 원리 >

마음이 형성되는 원리와 마음수련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참고 : 마음수련 홈페이지 )

(1) 사람의 마음이 형성되는 원리는 사진기의 원리와 같다.
(2) 사진기로 사물을 찍으면 사진이 남듯이, 사람이 경험한 모든 것도 사진이 되어 뇌 속에 저장된다.(=마음속에 남는다)
(3) 지금 눈을 감고 엄마를 떠올리면 떠오르는 것이 내 마음(뇌) 속에 저장된 사진이다.
(4) 스트레스와 걱정, 힘들었던 모든 순간도 내 마음의 사진이다. (마음=사진=허상)
(5) 이 마음의 사진이 나를 힘들게 한다. 그리고 자기 마음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게 된다.
(6) 이 마음의 사진을 빼는 방법이 마음수련이다.
(7) 7단계 방법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사진을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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