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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페 Aug 01. 2022

샌프란시스코란 어떤 곳일까?

9.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Video by Tony Bennett


요즘 날이 정말 덥네요. 저는 몸에 열도 많고, 땀도 많아 여름을 끔찍하게도 싫어해요.

그래도 운이 좋았었는지, 그동안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직장을 다녔기에 출, 퇴근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적이 없었는데 거리도 멀어진 데다가, 여름까지 더우니 하루하루가 정말 지옥이 따로 없더라고요. 


너무 TMI 같지만, 저는 돈을 쓰는 것 보다 모으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은행 애플리케이션 속 숫자가 조금이라도 늘어나는 것에 굉장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에요. 그렇기에, 항상 자취를 꿈꿔왔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더라지요.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보았을, 자취라는 로망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제 생각이 바뀌고 있어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던데, 월세를 내더라도 출, 퇴근할 때 조금만 힘을 뺄 수 있으면

지금보다 몇 배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요.

그래서 정말 귀엽지만, 가지고 있는 자금들을 하나로 모으고, 독립생활(?)에 대해서 조금씩 미리 준비하느라 나름 정신없는 삶을 살고 있답니다.


근데 여기서,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문제가 발생했어요. 바로, '어디서 살아야 하지?' 라는 문제에요.

회사와 멀지 않은 곳, 교통이 편한 곳 위주로 찾아보고 있긴 한데, 제게 서울이란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그중에서도 특히 지금 재직 중인 회사 지역인 서대문구는 살면서 정말 몇 번 와보지도 않은 곳이거든요.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제 의지와는 별개로 자본이 허락하는(?) 곳에서 살게 되겠지만,

교환학생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첫 자취이자 독립이 될 것이기에 푸근하고, 시간이 지나더라도 애정을 품을 수 있는 지역과 장소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내가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지역, 장소는 어딜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평생을 성남에서 살았는데, 과연 성남은 내가 애정을 두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지역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아요. 참 웃긴 말일 수 있지만, 저는 항상 이 성남이라는 곳을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좋은 추억이 더 많은 곳임에도, 오히려 너무 오래 살아서 이 지역에 권태감을 느낀달까요? 또,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생활 반경이 거의 서울이 되었기에, 어쩌면 애증의 장소가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죠.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뭐 이런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기도민만이 겪는 그런 스트레스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교환학생 생활을 했던 중국의 하얼빈, 우스갯소리로 제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하얼빈은 제가 꽤나 애정하는 지역일 수도 있겠네요. 영하 30도까지도 내려가는 말도 안 되게 추운 지역이지만, 뭐랄까 그 당시에 함께 했던 따뜻했던 친구들, 첫 자취 생활이라는 설렘, 따뜻한 차 한잔 이런 기억들 때문에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아니면 프랑스 파리? 9박 10일의 여행 동안 에펠탑 근처의 친구 집에서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아침이 되면 베이커리에서 빵 굽는 냄새가 정말 좋았어요. 카페에서 마시던 에스프레소 한잔, 공원에서 먹었던 방금 만든 샌드위치, 센 강을 보며 마시던 샴페인 한 잔, 모두 잊을 수 없이 좋은 추억이고, 그런 추억들이 그 지역과 장소를 애정하게 만드는 것 같네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떠오르는 재즈곡 하나가 있더라구요.

거의 샌프란시스코 찬양곡인, 토니 베넷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라는 곡이에요.


Tony Bennett


재즈의 전설이라고도 불리는 토니 베넷은 1936년부터 가수로 활동해서, 2021년에 은퇴한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가수에요. 토니 베넷의 대표곡들은 너무 많지만 조금 익숙한 노래로 토니 베넷을 느껴보고 싶다면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영화 조커(2019)에 삽입된 Smile이라는 곡을 들어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비록 영화 조커에는 지미 듀렌트의 Smile로 삽입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토니 베넷의 Smile이 Nat King Cole의 Smile 느낌이 많이 나서 참 좋습니다.


아무튼, 오늘 가져온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이라는 곡은 토니 베넷에게도 굉장히 의미가 깊은 곡이에요. 1962년, 토니 베넷은 이 곡으로 골드 레코드를 기록, 밀리언셀러가 되었죠. 비록 빌보드는 19위밖에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 해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과 최우수 남성 보컬 부분을 수상했다고 해요. 그야말로, 토니 베넷이 재즈의 전설이 될 수 있게 만들어준 타이틀 곡이라고 할 수 있죠.


토니 베넷의 인생을 바꾼 곡이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이기에, 토니 베넷의 고향이 San Francisco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토니 베넷은 뉴욕 퀸스 출신이며 샌프란시스코와는 크게 연이 있지는 않았어요. 이 곡의 최초 작곡가인 George C. Cory Jr가 자신의 고향인 샌프란시스코를 그리워하며 만든 이 노래가, 토니 베넷을 통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라는 재미있는 스토리도 있지요.


자신의 고향은 아니지만, 토니 베넷에게 샌프란시스코는 제2의 고향이자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을 거예요.

샌프란시스코에는 토니 베넷 거리(Tony Bennett Way)도 있고, 호텔 페어몬트 앞에는 토니 베넷의 동상도 있다고 해요. 토니 베넷 또한 1970년, 자신이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로 받은 골드 레코드를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에게 기증했다고 하고, 샌프란시스코 공연에서도 항상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마음속에 있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수십년의 시간동안 참 많은 지역에서 공연을 했으리라 생각되지만,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정확히는 노래가 바꾸었지만), 평생을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은 그런 장소가 토니 베넷에게는 샌프란시스코가 아닐까 싶네요.


샌프란시스코, 과연 어떤 곳일까요? 토니 베넷의 말처럼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고, 조그마한 케이블카가 지나다니고, 파랗고 상쾌한 바람이 부는 그런 곳일까요? 사실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전에 다음 여행은 미국 뉴욕에 가려고 했는데,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샌프란시스코를 먼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토니 베넷의 샌프란시스코처럼 저에게도 행복과 설렘이 가득한 그런 장소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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